- '남매 갈등' 일단락…3녀 구지은 부회장 체제 공고화
- 백기 투항 오빠 '구본성'...지분 매각 과정 주목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한동안 시끄러웠던 아워홈 오너 남매간 마찰이 조용해 질 전망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지은 부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였던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이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하고 경영에서 완전 물러난다. 사측의 '횡령 고소'에 따른 것이다.

아워홈은 최대주주인 구 전 부회장이 보유지분까지 정리를 결정하면서 구지은 대표 체제가 공고해질 전망이다.  업계는 구 전 부회장의 지분 매각이 어떻게 전개될지에도 주목한다.

- "경영에서 손 땐다" 남매간 분쟁 마무리되나 

구 전 부회장의 법률대리인 세종은 입장문을 통해 "아워홈의 정상 경영과 가족의 화목이 먼저라 생각하고 있기에 보유 지분을 전부 매각하고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구지은 대표 체제로 바뀐 아워홈이 최근 구 전 부회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하자 나온 행동이다.

업계에 따르면 구 전 부회장은 최근 아워홈으로부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돼 서울 강서경찰서에 입건·조사 중인 것을 알려졌다.

사측은 지난해 11월 경영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구 전 부회장이 자신의 월급과 성과급을 정해진 한도보다 높게 잡아 회삿돈을 빼돌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구 전 부회장 측은 "대표 재임 당시 준법 경영을 해 온 만큼 수사 과정에서 혐의 없음이 밝혀질 것"이라고 해명한다.

[뉴시스]
[뉴시스]

구 전 부회장은 또 2020년 9월엔 보복운전 혐의로 검찰에 기소당한 후 1심 재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구 전 부회장과 구지은 부회장의 마찰은 2016년부터 시작됐다. 구지은 부회장은 아워홈 입사 후 네 남매 중 유일하게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하지만 구 전 부회장이 2016년 ‘장자 승계’를 내세워 경영에 참여하면서 밀려났다. 2017년에는 구 전 부회장과 전문경영인 선임안을 놓고 분쟁이 일어났는데 장녀 미현씨가 구 전 부회장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됐었다.
 
2019년에는 구 전 부회장의 아들인 구재모씨의 아워홈 사내이사 선임안을 놓고 또 다시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다. 이 일로 아워홈은 구지은 부회장이 대표로 있던 캘리스코에 납품을 중단했고, 캘리스코는 재료 공급선을 신세계푸드로 변경했다.

쓴잔을 연거푸 마셔야 했던 구지은 부회장은 지난해 6월 구 전 부회장이 보복운전으로 상대 차량을 파손하고 운전자를 친 혐의로 기소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구 전 부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고, 이 과정에서 세 자매가 뜻을 같이해 경영수업을 받았던 구지은 부회장에게 후임을 맡겼다. 구 전 부회장은 경영권을 뺏기고 해임됐다. 

현재 아워홈 지분은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6%를 보유하고 있고, 구미현·명진·지은 세 자매의 합산 지분이 59.6%다.

- 업계 시선 모으는 구지은 부회장, 행보는

이번 일로 지난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아워홈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 되면서 업계의 시선은 구지은 부회장의 행보로 옮겨가고 있다. 

구 부회장은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적자를 기록한 회사를 1년 만에 흑자 전환시키며 경영 능력을 인정 받고 있다. 올해는 매출 2조원 달성 원년으로 삼고 1등 기업으로 올라서기 위한 초석을 다지겠다는 각오다.

구 부회장은 지난 1월3일 열린 '2022년 온라인 시무식'에서 "올해를 매출 2조원 달성 원년으로 삼고 1등 아워홈으로 올라서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한 해가 돼야 한다”라고 새해 목표를 밝혔다. 구 부회장은 “과거 아워홈이 가진 혁신 DNA와 좋은 전통, 철학을 잊고 있던 지난 몇 년 동안 경쟁자들은 한발 앞서가고 있다”며 “현실을 직시하고 과감한 쇄신을 통해 일류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구 부회장은 과거 아워홈이 동종업계 최초로 실시했던 개별 식기와 직화(直火) 조리법 도입, 센트럴키친형 생산시설과 최첨단 물류센터 구축 등을 예시로 들면서 “불가능을 가능케 하고 단체급식·식자재 업계를 선도했던 ‘강한 1등 아워홈’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여기에 새로운 성장 동력까지 키울 수 있다면 '역시 구지은' 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범 LG가 최초의 여성 후계자로서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희망적인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구 부회장이 외식사업의 활로를 해외에서 찾을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아워홈 관계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아워홈은 어려운 국내외 경영환경 속에서도 임직원 모두 한마음으로 비상경영체제 돌입, 절치부심한 끝에 실적을 턴어라운드할 수 있었다”며 “특히 구지은 부회장 취임 이후 부진했던 단체급식사업과 식품사업에서 실적 개선이 이뤄진 만큼 향후 단체급식 운영권 신규 수주와 HMR 제품 개발을 확대하여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마찰은 빚은 구 부회장 남매의 아버지는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삼남인 구자학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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