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에서 2월3일 열린 방송3사 합동의 첫 대통령 후보 4자 TV토론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참가했다. 그동안 4명의 후보들은 유세를 통해 모든 정책들을 거의 다 털어놓았으므로 새로 주목할 만한 정책 제시는 없었다. 여야는 각기 “우리 후보가 이겼다”고 했다.

그러나 일반 시청자들은 서로 이겼다는 여야의 정략적 주장을 믿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2.3 TV토론은 한 가지 흥미로운 단면을 보여주었다. 후보들의 개성과 본색이 적나라하게 들어났다는 점이다. 2.3 TV토론 이전 까지만 해도 이 후보는 윤 후보에게 TV토론 하자며 다그쳤었고 윤은 기피하는 듯 했었다. 그래서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 후보가 토론에 자신감을 가졌는데 반해, 윤 후보는 그렇지 못해 기피한 게 아닌가 했다. 하지만 2.3 TV토론을 계기로 후보들의 토론 능력과 개성이 드러났다.

이재명 후보는 그동안 정책 토론에서 순간순간 재치를 발휘해 “똑똑 하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다른 후보 보다 전문성을 지녔다고 자부하곤 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2.3 TV토론에서 전문성이나 재치 또는 똑똑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장학퀴즈’ 같은 생소한 질문을 던져 윤 후보를 비롯 시청자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에게 “알이백”에 대해 물었다. 윤 후보는 모른다며 머쓱해 했다. “알이백”은 영어 “Re100”을 말하며 “Renewable Energe 100%”의 준 문구다. ”재생 에너지 100%“란 말이다. 영국의 한 민간단체가 2014년 시작한 친환경 운동으로서 기업들이 제품제조 과정에서 전력을 2050년 까지 100% 재생 에너지로 충당하자는 권고였다. 기업들에게 법적 의무를 지운 캠페인은 아니다.

 후보의 낯선 ”알이백“ 제기는 윤석열이 답변 못할 용어를 골라내 그가 준비 안 된 후보로 몰아붙이기 위한 함정 질문으로 들렸다. 이 후보는 외교*안보분야에선 한국의 대중국 무역흑자가 연간 50조원이나 된다며 중국을 중시해야할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실제 대중무역 흑자는 50조의 거의 절반인 29조원에 그쳤다. 전문성을 돋보이기 위한 이 후보의 숫자 제시가 도리어 엉터리로 드러났다. 이 후보는 2.3 TV토론을 통해 수수께끼 같은 질문과 엉터리 자료 제시 등으로 스스로 상처를 냈다.

윤석열 후보는 토론에 약 하리라던 선입견을 접게 했다. 그는 큰 체구에 씩씩한 면모를 드러냈다.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일본*중국*북한 정상들 중 누구부터 만나겠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이재명 후보는 “상황에 맞춰서...상대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얼버무렸다. 그러나 윤 후보는 미국*일본*중국*북한 순으로 만나겠다고 명백히 했다. 옳다고 판단되면 이 눈치 저 눈치 보지 않는 개성 표출로 들렸다. 그러나 윤 후보는 때때로 상대 토론자 말이 끝나기도 전에 끼어드는 등 성급함을 드러내기도 했고 자기중심적인 말 투 등의 본성을 노정시켰다.
 
심상정 후보는 대장동 문제와 관련, 이재명 후보가 “투기세력과 결탁한 공범이냐, 아니면 투기세력에게 활용당한 무능이냐 둘 중 하나”라고 야무지게 몰아붙였다. 그러나 심 후보는 진보좌파 정당 생활이 몸에 밴 탓인지 진보좌파 논리로 맴돌아 편향성을 드러냈다.

안철수 후보는 차분한 자세로 질문과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이재명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3불정책’이 “적정하다”고 응답하자, “굴욕적 사대주의”라며 단호히 반박했다. ’3불정책‘은 문재인 정권이 중국에 사드 추가배치 않고 한*미*일 군사동맹에 참여하지 않으며 미국 주도 미사일 방어체계에 불참한다고 밝힌 것이다. 외교주권을 포기한 굴욕적인 조치라고 비판되기도 했다. 안 후보는 2.3 TV토론을 통해 전문성을 지닌 후보 면모를 시현했다. 이처럼 2.3 TV토론은 4 후보들의 개성과 본색을 노출시킨 흥미로운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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