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가 배치 발언에 중국 사드 보복 또 당할까? 산업계 노심초사
- 재배치 주장 나온 평택시와 강원도, 벌써부터 반발 움직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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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대선후보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추가배치' 발언이 알려진 직후 산업계가 긴장모드다. 특히 골프장 부지가 있는 기업일수록 이번 발언의 파장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드의 첫 국내 배치 당시 골프장 부지를 내줘야 했던 롯데는 국내외로 따가운 눈총을 받았었다. 사드 배치 불만을 품은 국내외 소비자로부터 불매운동에 시달려야 했고 매출 하락과 기업이미지 하락으로 기업경영도 어려워졌다. 당시 이를 지켜본 다른 기업들은 롯데를 안타까워하면서도 내심 안도했지만 최근 또다시 사드 추가 배치 주장이 나오면서 과거가 재현될까 우려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사드의 국내 첫 배치 당시 A기업 내 분위기를 전해줬다. 부지 선정 과정에서 A회사 부지가 거론되면서 관련 된 회의가 수 차례 있었다고 했다.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했던 건 부지 제공 여부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국내 정부와 중국 정부의 위협(?)이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A사 내부에 "부지를 안 내주면 한국 정부 눈 밖에 나고 내주면 중국 정부에 보복이 분명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고 했다. A사는 부지선정 과정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A사의 우려는 실제로 목격됐다. 롯데그룹에서 일어났다.

롯데는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던 성주골프장을 사드 배치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에 내주었다. 이후 롯데는 일명 '사드 보복'에 시달렸다. 특히 계열사인 롯데마트는 국내 소비자는 물론 중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이듬해 롯데마트는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112개의 마트를 모두 중국에 매각하고 중국 사업을 완전히 철수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롯데마트도 2018년부터 적자 전환해 지금까지 영업 손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시 업계는 롯데가 2017년 중국 정부가 반대하는 한반도 사드 배치 지역이 롯데 성주 골프장 부지로 확정되면서 경제 보복을 당했다고 바라봤다. 중국 내 롯데그룹 모든 계열사는 영업 정지처분을 받았다. 

- 과거 악몽 재현 '좌불안석'

그런데 최근 대선후보의 사드 재배치 발언이 나오면서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경계심이 되살아나고 있다. 아직 실현 가능성조차 알려지지 않지만 혹시나 하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산업계는 중국의 패권 경쟁으로 피해를 본 건이 이전에도 있었던만큼 사드 재배치 발언 후폭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골프장 부지를 가진 기업들일수록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골프장 부지가 있던 B사 관계자는 익명을 요구하며 "자신들에게 그런 제의가 온 것도 아닌데 발언만으로도 긴장하게 된다"라며 "부지 제공을 가정한다 하면 '롯데 사드 보복' 악몽이 떠오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고 했다.   

일반 소비자들도 유사한 대답을 내놨다. 직장인 C씨는 "사드 배치 이후 여전히 상주에서는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롯데가 큰 피해를 봤다는 이야기를 매체를 통해 들었다"라며 "이번에 또 다시 재배치가 성사된다면 중국의 더 큰 규제가 있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C씨는 "더는 정부 마찰로 소비자가 피해 보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도 그럴것이 국내 소비자들은 앞서 요소수 대란으로 불편을 겪은 바 있다. 요소수 대란은 중국 해관총서(관세청)가 요소 등 비료 품목 수출 검역 관리방식을 강화하면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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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부터 중국이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하면서 중국 내 석탄 부족과 전력난이 발생했고, 그 결과 석탄 가격이 급등하면서 요소 생산이 위축됐다. 중국이 내수 시장을 지키기 위해 사실상 수출 제한과 다름없는 조처를 내리면서 중국산 요소 수입량이 급감했고, 차량용 요소수 제조에 필요한 요소의 97%를 중국산에 의지하는 한국은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화물 운수업자들 생계 위협마저 토로하기도 했다. 

지역민심도 사드 재배치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다. 특히 후보지로 거론된 경기 강원 충청권 등에서는 평화와 국민 생명을 무시하고 지역을 차별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 평택시는 지난 5일 자료를 통해 “(사드 추가배치 공약은) 56만 평택시민을 무시한 무책임한 처사다.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정장선 평택시장은 “평택시는 캠프 험프리스와 오산공군기지, 해군 2함대 등이 배치돼 대한민국 안보 수호에 큰 역할을 했다”며 “2000년대 주한미군 기지 이전 사업 등 삶의 터전을 내 줬다.

또다시 희생을 강요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원도에서는 한반도 평화와 국민 생존을 위협하는 공약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강원대전환 선거대책위원회는 “윤 후보의 사드 추가배치와 선제타격론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볼모로 경제·군사적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라며 "150만 강원도민들은 모욕감마저 느낀다"고 밝혔다.

- 발언 후폭풍 어디까지

한편 윤석열 대선 후보는 지난 3일 대선후보 티브이 토론회에서 ‘사드 추가배치’를 주장하고 “수도권 주민이 불편해할 수도 있으니 경기 평택이나 충남에 사드 포대를 추가 배치할 수 있다”, “수도권이 아니어도 강원도든 충청도든 아니면 경상도지만 조금 더 당겨오든, 제가 볼 때는 위치는 군사적으로 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해 산업계 및 지역사회를 긴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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