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LG·한화까지…'탄소 중립'이 뜬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 캠페인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RE100'은 오는 2050년까지 필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등)로 충당하겠다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약속이다. 

한국RE100협의체를 이끌고 있는 한국에너지융합협회는  "4차 산업혁명은 에너지 융합시대이다. 에너지는 우리 모두의 것이며 우리의 노력으로 에너지는 더욱 안전하고 풍요로워진다"라며 "융합시대에는 무엇을 융합하는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융합시대 Energy Korea의 세상을 한국에너지융합협회가 선도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 탄소중립이 기업 경영에 주요 의제로 떠올라...탄소 제로 목표
- 오는 2050년까지 필요 전력을 재생에너지 사용하겠다는 약속 


한국에선 2020년 초까지만 해도 기업들의 RE100 참여 기업이 없었다. 제조업의 에너지 사용량 중 전력에 대한 의존도가 48%나 돼 기업이 부담해야 할 에너지 비용이 막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RE100의 세계적 확산에 따라 2020년 말부터 LG엔솔, SK하이닉스, SK텔레콤, 한화큐셀 등이 잇따라 RE100 참여를 선언하고 있다.

-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업계에 따르면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는 국내 기업은 SK그룹이다. SK그룹은 국내 최초로 RE100 가입의사를 밝혔다. SK그룹 계열사 8곳(SK㈜,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SK브로드밴드, SK아이이테크놀로지)은 2020년 11월 한국 RE100 위원회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12월6일에는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가 미국에서 개최된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rans-Pacific Dialogue, TPD) 행사에 참석해 SK그룹의 성장세, RE100 가입, 신재생에너지 및 전기차 사업 등 미국에서 2030년까지 520억 달러(약 61조 원)를 투자한다는 계획 등을 소개했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 친환경 자동차 부품, 에너지솔루션, OLED(디스플레이), 사물인터넷(IoT) 등에 주력하며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범 LG가에서 계열 분리 한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은 지난해 4월 전 세계 배터리 업체 가운데 최초로 RE100과 EV100에 동시 가입했다. 그러면서 LG엔솔은 2030년까지 세계 모든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LG엔솔은 이미 폴란드와 미국 공장을 100%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 가동 중이다. LG엔솔은 한국의 충북 오창과 중국의 난징 공장은 물론 신규 투자하는 공장을 포함해 2030년까지 소비 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계획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의 장남 김동관 사장 체제의 한화큐셀도 지난해 2월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한화큐셀은 RE100 선언으로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며 제조 및 사업 수행 과정에서도 재생에너지를 활용한다.

한화큐셀은 전력 사용량, 배출권 가격 및 재생에너지 단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 등 타 RE100 이행 수단을 병행할 예정이다. 국외 사업장은 해당 국가의 RE100 제도 여건 등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한다.

김희철 한화큐셀 사장은 “세계 주요 태양광 시장에서 모듈 점유율 1위를 달성한 한화큐셀의 경쟁력을 적극적인 ESG 경영을 통해 더 강화할 것”이라며 “특히 친환경·저탄소 경제 시대에 탄소 줄이기와 기후변화에 앞장서는 친환경 종합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모 기업인 한화그룹은 친환경 저탄소 활동을 통한 ESG(에너지·사회·지배구조) 경영 실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리더로서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며, 탄소 제로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환경 경영에도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며 ESG 경영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고려아연 ▲아모레퍼시픽 ▲KB금융그룹 ▲한국수자원공사 ▲미래에셋증권 ▲롯데칠성음료 등이 가입했다.  미국(88개), 일본(63개) 등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중국, 유럽 등 해외 사업장에서는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고 있지만, 주요 핵심 공장이 국내에 있는 터라 RE100 가입을 주저하는 상황이다. 미국·유럽·중국의 전력 사용량을 다 합쳐도 삼성전자 글로벌 전체 사업장 전력의 20%를 밑도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전력 사용량이 국내와 비교하면 훨씬 적기 때문이다.

RE100은 세계적 기업들의 자발적 협약으로 국가 간 무역협정이나 조약처럼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 협력업체에 RE100 동참을 요구하고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해당 업체를 바꿀 정도여서 새로운 무역 규제라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BMW가 2018년 LG화학에 부품 납품 조건으로 RE100을 요구해 계약이 무산됐고 SK하이닉스가 RE100에 참여한 것도 애플의 압박 때문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국내의 제도적 맹점 탓에 RE100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기업이 RE100을 달성하는 직접적인 방법은 자체신재생에너지 생산시설을 갖추는 것이지만 이는 비용 부담이 막대하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한국전력으로부터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략을 구매해야 한다. 그러나 이 역시도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네이버 백과에 따르면 "한전이 생산된 전력을 원자력, 화력, 태양광 등으로 구분해 팔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또한,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은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크게 비싼 것도 기업들의 호주머니를 열기에는 역부족이다. 

업계 관계자는 "RE100은 정부가 강제한 것이 아닌 글로벌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되는 일종의 캠페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라고 했다. 

- 대선주자들도 RE100 주목하기도

앞서 지난 3일 열린 '방송 3사 합동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를 향해 "RE100에 어떻게 대응할 거냐"라고 물었다. 이에 윤 후보는 "네? 다시 한번 말씀해주실래요"라고 했고, 이 후보가 거듭 "RE100"이라고 하자 윤 후보는 "RE100이 뭐죠"라고 반응해 마찰을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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