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이 20일도 안남았다. 누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누가 되든 불행한 대통령이 또 나울 수도 있겠구나라는 점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여야 후보가 보여준 각종 네거티브 때문만은 물론 아니다. 12명의 대통령이 대한민국에서 나왔지만 퇴임한 대통령의 뒷모습은 아름답지 않았다. 누구는 죽임을 당했고 누구는 자살했고 그 중 네 분은 감옥에 들어갔다.

이쯤되면 왜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 다수가 불행한 대통령으로 남는 것일까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역대 대통령 한명 한명을 꼽아서 왜 불행해졌느냐를 논하는 것은 의미없다. 이쯤되면 대한민국 대통령만 되면 불행해지는 원인은 사람에게 있는 게 아니라 한국형 권력구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예외일까. 아니다. 임기내 권력형 비리나 친인측 전횡은 현재까지 없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 없다. DJ는 대북송금특검으로 곤욕을 치뤘고 YSIMF사태 초래에 따른 경제 청문회 출두를 요구받기도 했다. 반면 이렇다할 눈에 띄는 업적이나 비리가 없는 문 대통령은 문제되지 않을 것 같지만 야권인사들은 만약 정권이 교체된다면 탈원전 정책과 울산시장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이 단초가 돼 문 대통령이 사법적으로 곤욕을 치룰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집권여당도 잘 알고 있는 듯 보인다.

윤석열 후보가 전정권에 대한 적폐청산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히자 진노한 문 대통령이 직접 사과를 요구한 것을 보면 그렇다. 윤 후보가 전략적 발언을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후 여론조사에서 상승세가 꺾이고 않고 오차범위내 이기거나 접전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후보가 대통령에 왜 되려고 하는 지에 대한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의 말로는 불행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있지만 크게 두 가지 점에 소홀했다. 하나는 권력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다. 한때 정치드라마에서 공공연히 나온 말이 권력의 뜨거운 맛을 봐야 정신 차리지였다.

그러나 권력은 한 사람이 쥐기에는 말 그대로 너무 뜨겁다. 사실 온전한 사람도 청와대 구중심처에 들어가면 권력의 화신이 된다. 그런데 권력 소유 의지가 남다른 후보는 더 심하다. 권력을 한 손에 꽉 쥘수록 더 뜨겁게 덴다. 그래서 권력을 나눠야 한다. 윤 후보는 당내 경쟁 후보들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반대편 인사들까지 집권하면 끌어안고 가야한다. 연정도 하고 개헌도 해야 한다. 권력을 틀어쥐려고 대통령에 출마한 후보와 대통령이 된 이후까지 고민하는 후보와 차이다.

또 하나는 국민들을 두려워해야 한다. 국민들 두려움 없이 권력을 쥔 사람이 진짜 무서운 사람이다. 항상 높은 자리에 있는 권력자는 국민들을 경계해야하고 또한 자신이 오만해질 때 국민들에게 물어보고 경청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본인도 가족도 지인들도 불행해지지 않는다.

과연 윤석열 후보는 대통령이 된 이후에 대한 준비가 돼 있는가. ‘적폐청산발언이 정권교체를 지지하는 50%넘는 국민들의 진심을 오해해 40%대 지지를 받는 현직 대통령과 정면승부를 하면 승리할 수 있을 것이란 단순발상이라면  바꿔야 한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대다수 국민들이 문재인 정권을 혼내라는 것은 아니다. 현 정권과 다르게 해달라는 것이다. 분명히 차이가 있다. 대통령이 되려고 준비하지 말고 된 이후 어떻게 할지를 준비해야 대한민국 대통령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