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집안싸움?'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 본격화하나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금호석유화학에 경영권 분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삼촌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다 패한 박철완 전 상무가 또다시 법적 소송에 나선다.

이번 소송은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둔 시점에 진행되는 만큼 총회에서의 표심 대결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는 박 전 상무가 주주제안에 이어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하자 박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재점화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박철완, 금호석화 주식 교환한 OCI에 의결권금지 가처분 신청
- 업계 "경영권 분쟁 사실상 재점화"...3월 주총서 표 대결 불가피


법조계와 업계에 따르면 박철완 전 상무가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행사 금치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박 전 상무 측은 지난해 12월 금호석유화학과 OCI가 맞교환한 자기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박 전 상무는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도 경영권 분쟁 상황이 계속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금호석유화학이 경영상 필요 없이 현 경영진 및 지배주주의 경영권을 강화할 목적으로 자기주식을 처분한 것은 법률상 효력이 부인돼야 한다는 취지로 소송을 냈다.

- 집안 내풍에 '금호' 이미지 흔들릴까 

박 전 상무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린은 “우리 상법상 회사가 보유하는 자기주식은 의결권이 없지만,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며 "이는 제3자 배정 방식의 신주발행과 그 실질과 효력이 동일한데,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우호 주주에게 제3자 배정 신주발행을 하는 것은 기존 주주들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해 그 효력이 없다는 것이 우리 법원의 기본 입장이고, 이는 자기주식을 처분하는 때도 같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상무는 앞서도 경영 투명성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목적으로 주주제안을 발송했다. 박 전 상무가 발송한 주주제안에는 2명의 사외이사 후보와 배당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제안은 일반 주주들이 주주총회에 의안을 직접 제시하는 것으로, 주주총회 6주 전까지 요구사항을 회사에 제출하면 주총에서 해당 안건을 표결하게 된다. 

이에 따라 업계는 박찬구 회장과 박 전 상무 간 경영권 분쟁이 2차전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상무의 부친은 고 박정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다. 고 박인천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의 차남이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3남, 박찬구 회장은 4남이다.

박 전 상무는 현재 금호석유화학 주식 8.5%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 최대주주다. 박철완 가계는 누나 박은형씨(0.5%)와 박은경씨(0.5%), 박은혜씨(0.5%) 등 세 명의 지분을 합치면 10%를 웃돈다. 모친 김형일씨(0.08%)와 장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0.05%)도 지분을 갖고 있다. 

박 전 상무는 2006년 아시아나항공에 과장으로 입사한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등을 거쳐 금호석유화학 상무를 맡아왔지만, 지난해 주주제안에 나서면서 숙부인 박찬구 회장에게 반기를 들었고, 결국 해임됐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박 전 상무는 자신을 사내 이사로 선임하고 이병남 전 보스턴컨설팅그룹 한국사무소 대표와 조용범 페이스북 동남아 총괄 대표·민 존 케이(Min John K) 변호사·최정현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등 4명을 사외이사 또는 감사위원으로 추천했다. 

[뉴시스]
[뉴시스]

그러나 박 회장 측에 밀리면서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찬구 회장의 지분율은 박 전 상무보다 낮은 6.69%지만 박 회장의 아들인 박준경 부사장이 7.17%, 딸 박주형 상무가 0.98%의 지분을 각각 소유하고 있다. 여기에 7.92%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도 지난해 박 회장 손을 들어줬다. 

앞서 금호석화와 OCI는 2022년도 정기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주주를 정하는 기준일인 2021년 12월 31일을 앞두고 각자 보유하고 있던 자기주식을 상호 교환했다. 이에 금호석화는 OCI 주식 보통주 29만8900주(1.25%), OCI는 금호석화 보통주 17만1847주(0.56%)를 보유하게 됐다.

업계는 "박찬구 회장 측이 보유한 지분이 박 전 상무 측보다 4.68%가량 높지만, 경영권 안정을 위해선 우호지분 확보가 필요했다"라며 "OCI와의 지분 맞교환엔 이 같은 전략적 판단도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라고 분석했다. .

[[11년 전에는 '형제의 난']]

한편 업계는 11년 전 형 박삼구 회장과의 불화로 홍역을 치렀던 박찬구 회장이 이번에는 조카 박철완 전 상무를 상대로 어떠한 대결을 이어갈지에도 이목을 모은다. 박찬구 회장은 2009년 형 박삼구 회장과 마찰을 빚었다.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연이어 인수하며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형제의 난'이 촉발됐다.

박삼구 회장이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인수를 나서자 박찬구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 석유화학 부문 회장이 반대했지만 묵살 당하는 등 그룹 경영을 놓고 이견이 시작됐다. 박찬구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건설업계 불황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2009년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대폭 늘리며 계열 분리를 추진한다.

박삼구 회장은 같은 해 7월 '지분 공동 보유'라는 규칙을 깬 동생 박찬구 회장을 해임하고 본인도 도의적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동반 퇴진이라는 형식을 취했지만, 박삼구 회장이 동생을 쳐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룹은 금호아시아나(금호산업·금호타이어·아시아나항공)와 금호석유화학 두 개로 쪼개졌다. 하지만 완전 결별(계열 분리)은 아닌 애매한 상태로 감정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 이들 형제는 서로 검찰에 고소하는 것은 물론 기업 경영 전반에서 대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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