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윤사랑 기자] 여야 대선후보들의 승패를 결정짓는 운명의 날이 목전으로 다가왔다. 대선 판세가 막판까지도 혼전 양상을 보이면서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드러내지 않아 여론조사에 잘 잡히지 않는 샤이(Shy) 유권자의 표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어느 쪽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샤이 유권자의 선택이 승패를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이 임박하면서 샤이 유권자의 존재와 그 영향력에 대해서도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갤럽의 2월 둘째주 정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응답자의 37%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36%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13%,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3%를 기록했다. 뉴시스
한국갤럽의 2월 둘째주 정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응답자의 37%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36%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13%,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3%를 기록했다. 뉴시스

-역대급 비호감 대선샤이 유권자 표심주목 받는 이유는
샤이표심 선거 막판 변수, 여야 숨은표향배에 긴장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샤이(Shy) 유권자가 존재할까. 존재한다면 어느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을까. 샤이 유권자의 표심, 즉 숨은 표의 존재가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6년 미국 대선 때부터다. 당시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내내 열세를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샤이 트럼프의 존재가 주목을 받았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굵직굵직한 선거 때마다 샤이 유권자의 표심이 선거판의 변수로 거론돼왔다. ‘샤이 유권자의 표심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는 주로 선거 판세에서 열세를 보이는 쪽에서 나왔다.

역대 주요선거 샤이표심주목, 결과는?

20186·13 지방선거 당시에는 홍준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민주당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여론조사 결과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며 샤이 보수결집을 강조했지만 선거 결과는 참패로 끝이 났다.

지난 202021대 총선을 앞두고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내에서 샤이 보수가 존재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당시 총선을 앞두고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당 자체 여론조사를 해보면 시중 여론조사 기관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수치는 말할 수 없지만 숨겨진 표가 많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총선 역시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지난해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는 민주당에서 샤이 진보의 존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해 44일 인터넷 언론 간담회에서 사전투표율이 높은 것은 민주당이 여러 가지 많이 부족했지만 올바른 길로 나아가기 위해 기호 1번을 찍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결집이 시작된 것이라며 샤이 진보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어제 명함을 나눠드리는데 1번 찍었다라고 조그맣게 이야기하신다면서 여론조사상에서 샤이 진보가 전화를 받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 역시 국민의힘 후보였던 오세훈 현 서울시장에게 10%가 넘는 득표율 차이로 패배했다.

결론적으로 앞서 언급했던 선거에서는 선거 결과 모두 샤이 표심이 존재하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에서는 어떨까. ‘샤이 유권자’, 숨은 표는 여론조사에서 감지되고 있는 부동층의 존재와도 연결된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대선이 임박한 상황임에도 여전히 부동층이 3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데일리·엠앤엠(M&M) 전략연구소 의뢰로 리서치퍼스트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선거 때 이 사람을 뽑아야겠다고 결정한 인물이 있나라고 물은 결과 결정한 인물이 있다는 응답은 58.2%였다. 반면 아직 결정한 인물은 없다는 응답은 36.6%로 집계됐다. ‘잘 모르겠다·무응답5.2%였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한국갤럽이 지난 15~17일 실시한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 34%,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41%,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11%,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4%, 기타 인물은 1%로 집계됐다. 갤럽 조사에서 어떤 후보도 선택하지 않은 의견 유보10%, ‘없음6%, ‘모름, 응답 거절3%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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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아직도 표심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층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치권은 더욱 더 숨은 표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특히 샤이 유권자의 표심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번 대선이 역대급 비호감대선으로 치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양강 후보 모두 도덕성 논란을 비롯한 각종 리스크를 드러내면서 대놓고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의사 표시를 하지 못하는 유권자층이 존재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재명 후보의 경우 지지율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40% 안팎을 보이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도 숨은 표존재의 근거로 거론되고 있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면서도 이 후보는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층이 선거 당일에는 결국 이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는 논리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최근 YTN라디오에서 대통령의 지지율 만큼도 아직까지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안 나온다. 그 차이가 한 4,5% 포인트 정도 된다이 후보에 대해서 여러 가지 논란들이 많다 보니까 대통령 지지층 중에서도 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히지 못하는 층이 있으니까 이들이 투표장에 가서 투표를 한다면 샤이 이재명, 샤이 진보가 될 수 있겠다고 분석했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같은 방송에서 “1,2위 양강 후보에게 동시에 샤이가 나오고 있다이번 대선에서 두 후보자 모두 흠결이 꽤 많다. 국민 상식 눈높이에서 봐도 좀 갸우뚱해지고 비호감 대선 이런 말까지 나오니까 그래서 이런 단어가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대 대선에선 샤이 표심있을까 없을까

그러나 전문가 그룹에서도 샤이 이재명’ ‘샤이 윤석열표심의 존재 여부와 영향력에 대해서는 분석이 엇갈린다.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18샤이 유권자소극적 지지자층으로 규정한 뒤 이재명, 윤석열 후보에 대한 소극적 지지자층은 유동성이 있다. 윤 후보에 대한 소극적 지지층은 중도보수층이라고 볼 수 있고, 이 후보에 대한 소극적 지지층은 여성층이라고 볼 수 있다판세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번 대선은 박빙이다그런 층들이 결정을 유보했다가 막판에 가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는 최근 유튜브 채널 다스뵈이다에서 이재명 후보의 개인적 여러 구설수들 때문에 대놓고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윤석열 후보보다는 낫지라고 투표장에 가실 분들이 제법 있다면서 샤이 이재명표심의 존재를 강조했다.

반면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샤이 표는 이제 거의 없다고 본다. 있더라도 그 영향력은 거의 미미할 것이라며 샤이 이재명이 조금 있을 뻔했지만 윤석열 후보가 적폐 수사발언을 하면서 여권 지지층의 숨은 표심은 이미 여론조사에 다 반영됐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샤이 윤석열은 거의 없다고 본다정권 심판 여론이 과반이 넘는 상황에서 숨을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도 이번 대선에서 샤이 유권자층은 별로 없다고 본다샤이 지지층을 이야기하는 쪽의 특징은 우리가 지금 불리하니까 투표일이 다가오면 우리 지지층이 결집할 것이라고 희망 섞인 전망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여야도 선거가 임박하면서 샤이 유권자표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최근 윤석열 후보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집권 시 전() 정권의 적폐를 수사하겠다고 언급한 것이 샤이 표심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 최민희 전 의원은 지난 16TBS ‘더룸에서 윤석열 후보가 적폐 수사하겠다, 정치 보복하겠다는 이미지를 주고, (그것은)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것이라며 이걸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의 전통적인 지지자들이 이제 이재명 후보 쪽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 전 의원은 중도보수 쪽에도 (윤 후보의)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리스크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이 계신데 그렇다고 선뜻 이재명 후보로는 안 가는 분들, 이런 분들이 샤이 보수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중도 진보’, 중도보수타깃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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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18KBS 라디오에서 이른바 샤이 이재명, 민주당 성향이면서도 이재명을 지지한다고 드러내놓지 못하던 분들이 이제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단계에 와 있다이제 조금 더 지나면 (여론조사 결과가) 거의 현장 투표 이후에 득표 순위와 거의 흡사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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