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공학 1순위 국힘·국당 ‘저울질’에 유권자 피로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1일 서울 마포구 MBC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토론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1일 서울 마포구 MBC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토론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지리한 집안 싸움”, “선거공학만 좇는 장기판 대선”, “청와대가 유일 관심사인 그들만의 리그”, ”허울뿐인 정권 교체”, “누가 단일 후보가 되든 이제는 무관심”, “지지부진한 단일화는 곧 야권 공멸”. 

교착 상태에 놓인 야권 단일화를 바라보며 피로감을 호소하는 유권자들의 일성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단일화 의제를 놓고 거리두기→‘톱다운’ 공개 제안→‘국민 여론조사 경선’ 역제안→협상결렬 선언→책임론·사실 공방을 거듭하며 선거를 15일 앞둔 현재까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단일화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했고, 국민의당도 “안 후보가 제안한 국민 여론조사 방식을 (윤 후보 측이) 전격 수용한다면 단일화 협상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단일화의 불씨는 남겨둔 모양새다. 양측이 정권 교체를 위한 야권 연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여전히 손익계산서를 면밀히 따져보고 있는 만큼, 급진적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미지수다.

유턴 일변도의 단일화 국면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어떨까. 본지는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양일간 서울과 경기도에 거주 중인 20~50대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야권 단일화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 중인 28세 직장인 남성 A씨는 “이제는 누가 단일 대선 후보가 되든 관심이 없다. 겉으론 정권 교체로 뭉치자면서 자잘한 공식에만 집착하고 있는 모습은 썩 보기 좋은 그림이 아니다”라며 “정권 교체에 동의하는 20대들은 차기 대선에서 정권이 바뀌는 것 못지않게 한국 정치 문화가 세련되게 바뀔 것을 기대하고 있는데, 단일화 이슈를 접하면서 그런 생각을 접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24세 대학생 여성 C씨는 “정치를 잘 모르지만 한 진영에서 원톱 대통령 후보를 내는 이슈라면 상식적으로 정책이나 현안 대처능력을 놓고 우열을 가리는 방식으로 협상을 하는 게 맞지 않나”라며 “단순히 선거에서 유리한 포지션을 가져가려는 모습으로만 보여서 비호감이다. 솔직히 누구를 뽑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안양시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36세 남성 P씨는 “요즘 뉴스를 보고 있으면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 시국에 자영업자들은 고사되기 직전인데, 국민들의 어려움에 심도 깊은 고민을 해도 모자를 판에 한가하게 단일화로 집안 싸움만 지리하게 하고 있다”며 “현 정권에 반발감이 들었다가도 야권 후보들이 (단일화로) 저러고 있는 모습을 보면 무엇이 대안인지 헷갈린다”고 걱정을 털어 놓았다. 

2030세대 유권자들은 대체로 야권 단일화 이슈를 총론적으로 비판한 데 비해, 정치 철학이 뚜렷한 4050세대는 단일화 구도와 방법론을 지적하는 등 보다 세밀한 의견을 내놨다.

서울 중구 소재의 법무법인에서 재직 중인 40대 여성 변호사 B씨는 “야권 단일화는 이번 대선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변수라는 점에서 불가피한 수순”이라며 “다만 양당 협상이 이해득실을 이유로 계속 지연된다면 정권 교체 여론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단일화 정체 피로감에 ‘허울뿐인 정권 교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야권이 공멸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큰 틀에서 우선 합의를 보고, 세부 방향성을 맞춰 가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경기도 김포시에 거주하고 있는 45세 남성 공무원 H씨는 “결국 시대 정신이나 국정 쇄신이 아닌 선거공학으로 귀결된 장기판 대선”이라며 “국민 대통합을 말하면서 정작 양당은 단일화 방식이나 협상결렬의 책임 소재를 서로 따져 물으며 반목하고 있지 않나. 정치집단 간 이해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고는 해도, 과연 이들에게 정권 교체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문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고 있는 58세 남성 대학교수 G씨는 “지금의 단일화 양상만 보면 ‘그들만의 리그’다. 두 후보 모두 어떻게든 정권 교체 여론에 편승해 청와대로 입성하려는 의지만 보인다”라며 “차기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집중하는 포인트는 ‘인물’이 아니라 ‘구도’다. 지지부진한 물밑 협상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대승적 합의를 보는 형식으로 단일화 문제를 빠르게 매듭지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중도 표심이 선거 막판에 여당 쪽으로 역류할 수 있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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