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현 전 이낙연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2월2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비난하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 정 전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진보 진영 명망가들이 ‘전과4범-패륜-대장동-거짓말’로 상징되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행태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윤석열 후보를 “돕기로 한 것은 차악(次惡)을 선택한 셈”이라고 했다. 이어 “덜 익은 사과(윤석열)는 익혀서 먹을 수 있지만 썩은 사과(이재명)는 먹을 수 없다.”며 이 후보를 내친 이유를 밝혔다. 또한 그는 “예측 불가능한 ‘괴물 대통령(이재명)’ 보다는 차라리 식물 대통령(윤석열)을 선택하기로 했다.”고 했다. 

정 전 실장은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을 지냈으며 노무현 정권 때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대변인 겸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2018년 이낙연 총리의 비서실장으로 임명되면서 이 총리의 대표적 측근으로 분류되었다. 그는 민주당 당내 대선후보 경쟁 과정에서 이낙연 후보 캠프의 공보단장을 맡아 이재명 측과 여러 차례 충돌하였다. 이때부터 이재명 측과 대척 관계에 섰고 결국 이재명을 ‘전과4범-패륜-대장동-거짓말’의 상징이고 버려야 할 “썩은 사과”라고 혹평하기에 이르렀다.

정 전 실장은 이재명 후보와 함께 진보좌파 이념 축에 속한다. 이념적으로 같으면서도 그가 이 후보를 호되게 비난했다는 데서 큰 관심을 끈다. 특히 정 전 실장은 이 후보를 전과4범인데다가 패륜아이고 거짓말쟁이며 먹지도 못할 썩은 사과라고 규정, 인격적 파멸자로 낙인찍었다. “썩은 사과”란 지적은 “녹슨 못”을 연상케 한다. 우리나라 속담에 “구부러진 못은 쓸 수 있어도 녹슨 못은 버려야 한다”는 말이 있다. 정 전 실장의 비판은 이재명 후보를 인격적으로 썩어 쓸모없게 된 녹슨 못을 상기케 했다. 국가 지도자는 누구보다 도 앞서 법을 지켜야 하는데 전과 4 범이고 형수에 욕설을 퍼 분 패륜아이며 믿지 못할 거짓말쟁이로 단정, “괴물”로 몰아갔다. 이 후보는 국가 최고 지도자로서 존경할만한 구석이 한 군데도 없다는 주장이었다. 

정 전 실장의 혹평을 접하며 오늘날 우리나라 최고 지도자의 요건으로 “존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작년 9월 독일 총선에서 승리한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사민당)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총선 유세 중 “존경”을 중심과제로 내걸었다. 그는 9월 총선 유세 중 두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는 유권자들로부터 존경받는 정당이 되겠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좋은 직업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숄츠가 내세운 존경은 미국 하버드 대학 교수이며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 마이클 샌델과 토론 끝에 얻은 결론이었다.

숄츠와 샌델은 중도좌파 정당이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자)에게 빼앗긴 표를 되찾아 올 수 있는 방안을 놓고 토론했다. 한 시간여에 걸친 토론 끝에 두 사람이 얻은 결론은 “존경”이었다. 중도좌파가 포퓰리스트들에게 표를 빼앗긴 건 노동자들로부터 존경심을 잃은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다시 노동자들의 표를 만회하기 위해선 그들로부터 존경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숄츠는 곧바로 9월 총선에서 존경을 선거운동의 중심의 제로 삼았고 성공했다. 

똑같은 맥락에서 대선을 몇 주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계속 뒤지는 것도 이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존경심 결여에 연유한다. 정운현 전 실장의 지적대로 이 후보는 전과4범-페륜-대장동-거짓말 등으로 존경을 잃었다. 이 후보가 장점으로 자랑하는 도지사*시장의 경력과 정책 집행력 그리고 천문학적인 현금지원 공약들이 “썩은 사과”라는 불신에 가려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탓이다. 샌델과 숄츠의 결론대로 국가 최고 지도자는 국민들로부터 반드시 도덕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존경”의 대표적 상징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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