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 사위’(이재명), “충청의 아들”(윤석열), ‘부산의 아들’(안철수)

땅따먹기 전쟁이 재점화됐다. 역대 대선에서 지역은 승부를 가르는 상수였다. YS.DJ는 영호남을 자신의 거점으로 삼았다. “우리가 남인가” 한마디에 영남이 뭉쳤다. 호남에서 DJ는 어른.아이 상관없이 선생님으로 통했다. 지역색은 단순히 영호남에서 그치질 않고 수도권으로 북상하면서 출향민들의 민심도 움직였다. 지역주의 타파를 주장한 부산 출신 노무현 전 대통령도 PK가 지지하면서 당선됐다. 호남과 PK 민심을 파고든 전략이 주효했다.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은 TK를 기반으로 돌아가면서 대통령직에 올랐다. 부산출신 문재인 대통령 역시 촛불 정국속에 당선됐지만 지역적 기반은 호남과 PK였다.

역대 대통령을 보면 넓은 땅을 확보한 사람이 승자가 됐다. 이번 대선 역시 땅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여야 대선후보가 누구의 아들, 누구의 사위를 내세우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역대 대선과는 달리 지역색이 확실하게 엷어졌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보수텃밭인 영남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호남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선전하고 있다는 결과가 뒷받침한다.

그러나 땅따먹기 전쟁의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사람은 윤석열 후보로 보인다. 서울출신인 윤 후보는 아버지가 충청도 출신이고 어머니는 강원도 태생이다. 충청도와 강원도를 거점지역으로 삼고 있다. 서울출신이지만 서울은 지역색이 엷어 지역감정이 대선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해왔다. 반면 보수정당 후보로서 보수색이 남다른 영남에서 우호적인 표가 많다. 영남 인구가 호남에 비해 두 배 이상 많다는 점도 든든하다.

반면 이재명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확실한 땅이 없다.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거친 이 지사는 고향이 경북 안동이지만 민주당 후보로서 TK민심을 파고들기가 난망하다. 그렇다고 수도권을 자신의 땅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하다. 호남을 정치적 고향으로 말하기도 그렇다.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당 후보지만 본인은 호남과 접점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DJ.노무현.문재인 후보를 계승하겠다는 게 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 후보는 민주화 운동과는 거리가 있어 호남 적통으로 보기가 어렵다. 지역적으로도 호남출신도 아니고 민주당내 주류도 아니다. 게다가 비문으로 낙인찍혀 있었다. 호남은 친문 강경파가 많은 곳이다. 호남에서 이 후보가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부산이 고향인 안철수 후보도 처지가 비슷하다. 10년간 정치를 해왔지만 내세울만한 땅을 갖고 있지 못하다. 부산에서 초중고를 나왔지만 이후 PK에서 정치적 활동을 한 바 없다. 부산지역에 국회의원을 출마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그는 서울을 선택했다. 그에게는 부산말고 호남과 서울을 자기의 땅으로 삼을 기회도 있었다. 서울시장 자리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양보를 하지 않았으면 따놓은당상이었다.

하지만 그는 대통령 선거에 나섰다. 호남은 그런 안철수에 열광했다. 정치에 입문해 가장 화려했던 것은 2016년 4월 총선이었다. 호남은 안철수의 당을 전국 비례대표 득표율 2위, 원내 제3당의 지위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호남은 이제 안철수에 환호하지 않는다. PK 역시 마찬가지다. 땅 때문에 이재명과 안철수가 동병상련에 빠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