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선임ㆍ국민연금 움직임 등 변수 작용…이목 집중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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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2022년 3월 기업별 정기 주주총회 개최 소식이 알려지고 있다. 기업들은 지난해 코로나19 속에서 비대면 경제 확산 등으로 매출 경신을 이루는 등 체질 개선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한 기업별 대응과 주주행동주의 등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올해 주총에서는 어떤 이슈들이 등장할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요서울도 그룹사와 유통사, 금융권을 대상으로 주주총회를 뒤흔들 기업 관전포인트를 체크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첫 주총...안전 책임질 이사 선임 주목 
국민연금 지난해 613개사 주총서 의결권 행사…반대율 11.4%


업계에 따르면 이번 시즌엔 유독 경영권과 관련한 대형 이슈들이 몰려있다. 또한 국민연금이 주주대표소송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후 열리는 첫 정기 추총이라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된다. 

- 사내·외이사 ‘새얼굴’ 누구? 

오는 3월16일로 예정된 삼성전자 주총에서는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이 사내이사로 등극한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의 메모리사업 성장을 견인해온 D램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서울대 전자공학 박사 출신으로 1992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메모리사업부 D램 설계팀장, 상품기획팀장, 품질보증실장, D램 개발실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했다. 이 사장은 최근 자사주 5000주를 매입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사장은 지난 2월16일 삼성전자 보통주 5000주를 장내 매수했다. 한 주당 취득 단가는 7만3780원으로, 총 3억6890만 원 규모다. 이 사장은 원래 보유하고 있던 5000주를 합해 총 1만주의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자사주 매입은 책임경영 강화와 주주가치 제고 의지 표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LG이노텍은 사외이사에 여성을 처음으로 선임한다. 지난 2월23일 LG이노텍에 따르면 전날 열린 이사회에서 이희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을 의결했다. 이 교수는 3월23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선임이 확정되면 등기이사로 3년간 활동하게 된다.

이 교수는 2016~2019년 법제처 법령해석심의위원회 위원을 역임했고 2009년부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개인정보보호 위원회 위원(2020년~), 코스닥시장위원회 심사위원(2021년~), 정보통신정책학회 회장(2022년~)을 맡고 있다.

LS전선아시아(대표이사 백인재) 이사회는 3월24일 열리는 '2022년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변화를 모색 중이다. 우선 올해 임기가 완료되는 박진호 LS전선아시아 CFO의 자리를 이인호 현 LS전선 기술개발본부장이 대체한다. 이인호 본부장은 LS전선 생산 2본부장, LS전선 해저사업본부장, LS전선 제품기술연구소 연구위원을 거친 인재다. 김재필 사외이사의 재선임 여부도 결정된다. 김 사외이사는 2019년 3월 LS전선아시아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대우건설은 3월2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현 주택건축사업본부장인 백정완 전무를 사내이사 및 신임대표이사로 임명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2021년 4월부터 각자대표였던 김형·정항기 사장은 중흥건설과의 인수·합병(M&A)을 마지막 과업으로 하차하게 됐다. 애초 김형·정항기 대표의 임기는 각각 오는 6월 및 9월까지였으나, 중흥건설과의 딜클로징과 동시에 28일 임시주총을 통해 퇴임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지난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법에 따른 기업의 책임과 대응도 주요 의제로 올해 주주총회에서 주요한 안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건설, 중공업, 철강 등 산재 발생 가능성이 큰 업종에 속한 회사의 경우 총수 일가가 법적 처벌 위험을 피하기 위해 대표이사 사임 등을 통한 이사회 구성 변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 따르면 주총을 앞두고 대표이사를 포함해 사내이사의 임기가 끝나는 기업은 포스코케미칼과 현대제철, HDC현대산업개발, 현대차다.

특히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처음 열릴 정기주주쵱회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네덜란드공적연금(APG)은 HDC현대산업개발의 다음달 정기주주총회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정관을 개정하자는 내용으로 사측을 압박 중이다.

참여연대·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등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모아 주주행동에 나서겠다고 선포했다. 이들은 “정몽규 회장의 사퇴 외 다른 HDC현대산업개발 경영진이 어떤 책임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시행...올해 성과 '기대'

국민연금 역시 이달 주주대표소송 결정 권한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만큼 올해 주총은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민연금 주주대표소송 제도는 경영진의 결정이 주주의 이익과 어긋날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표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경영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

국민연금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나 1% 이상 지분을 보유한 투자회사를 대상으로 주주를 대표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앞서도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현대자동차·GS건설·롯데하이마트 등 20~30개 기업에 기업가치 훼손을 이유로 주주대표소송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 기업의 선정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과거 경영과 관련해 형사 기소됐거나 공정위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기업이 선정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아울러 시민단체의 압박이 거세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이번만큼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복수의 시민단체들은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선언한지 만 4년이 다 돼 가지만 경영계의 지속적인 압박 등을 이유로 여전히 주주권 행사에 소극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지난 2월21일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에 대한 우려, 정당한가' 좌담회를 개최했는데 이 자리에서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변호사)는 "의결권 행사 외에는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대표소송 같은 경우 최근 주요 회사들에 관련 공문 발송이나 대표소송 결정 권한 변경 추진으로 논란만 일었을 뿐 실제로 대표소송 제기 건수는 없다"고 밝혔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해 613개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했는데 이 중 임원선임 69번·보수한도 56번 반대했다. 지난 2월23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2020∼2021년에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한 725개 기업의 주총(1천432회)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국민연금은 전년의 645개보다 32개(5.0%) 감소한 613개 기업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외에도 올해 주총에서는 적극적인 주주 환원을 요구하는 이른바 '주주 행동주의'와 경영진의 스톡옵션(주식매수권선택권) 먹튀 관행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심도 깊게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주주총회란 주식회사의 주주들이 모여 상법에 정해 놓은 회사의 중요한 사안을 정하는 최고 의사결정회의를 말한다. 결산기가 종료되고 3달 이내에 개최해야 한다. 12월의 결산법인의 경우 그 다음 해 3월 말까지 정기주총을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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