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리퍼트 前주한미대사, 북미 대외업무 총괄로 영입"
- LG, 헤이긴 전 백악관 부비서실장 영입…美 소통 강화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국내 대기업들이 미국 정계 관료 출신을 잇달아 영입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재계에 따르면 바이든 美 행정부의 주요 정책 방향이 글로벌 기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를 북미법인(SEA) 대외협력팀장으로 영입했다. 리퍼트 전 대사는 오는 3월부터 워싱턴사무소에 상주하며 대관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  미국 정부 및 의회 소통 등을 담당

리퍼트 전 대사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부 아태 담당 차관보, 국방장관 비서실장을 역임했고 2014년부터 2017년 1월까지 주한미대사를 지냈다. 이후 미국 보잉 부사장, 유튜브 아시아태평양지역 정책 총괄 등을 거쳤다.

삼성전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리퍼트 전 대사가 지정학, 입법, 규제 동향과 정책을 북미법인의 기업 및 사업 전략에 반영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리퍼트 전 대사는 "삼성전자 북미법인은 40년 이상 미국 기술 리더십을 주도해왔고, 한미 경제 관계의 핵심에 자리한다"라며 "미국과 세계에서 미래 기술을 형성할 혁신에 투자하는 회사에 합류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LG도 최근 미국 관료를 영입했다. LG는 조 헤이긴 전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워싱턴사무소 소장으로 영입한다고 밝혔다. 

LG는 조만간 미국 워싱턴D.C에 사무소를 개설할 예정이다. 헤이긴 내정자는 임병대 LG전자 전무와 공동으로 워싱턴 사무소를 이끌게 되며 LG 관계사와 미국 정부 및 의회 소통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LG는 美 오하이오주에 대규모 자동차 배터리 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등 그룹 내 주력 사업 전개에 있어서도 워싱턴 정계 및 관가와의 접촉을 늘릴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헤이긴 내정자는 40년간 백악관 및 정계에서 활약한 인물이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부터 트럼프 대통령까지 4명의 공화당 대통령 및 부통령을 백악관에서 보좌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첫 부비서실장을 지낸 그는 북·미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일정 등을 조율하며 트럼프 '집사'로 불리기도 했다.

포스코 역시 지난해 9월 스티븐 비건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를 고문으로 선임하는 등 미국 내 대관업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 바이든 정책이  中·유럽 시장까지 영향

국내 주요 그룹들이 전직 미 관료들을 영입하는 데는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정책에 선제적 대응하기 위함으로 알려진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 당시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 움직임으로 어려움을 겪은 국내 기업들이 미국 내 대관업무의 중요성을 깨우친 계기가 됐다.

한편 LG가 미국 사무소를 개설하면서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이 워싱턴에 사무소를 두게 됐다.  이외에도 ▲포스코 ▲한화디펜스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도 워싱턴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각 기업의 미국 사업 규모가 커지고, 미국 정부가 자국 중심으로 빠르게 정책 기조를 바꾸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또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소재와 관련해 미국이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자,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공격적인 대미 투자로 주요 파트너가 되면서 미 행정부와 접촉할 사안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라며 미 관료를 영입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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