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에서 성인으로 이행하는 시기에 해당하는 사춘기는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른 시기로 대개 10~12세에 시작되어 17~19세까지 지속된다. 신장과 체중의 빠른 증가와 신체 구성의 변화, 성적인 성숙 등이 일어나는 2차 성징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성조숙(性早熟)은 평균보다 2년 이상 일찍 성호르몬이 분비되어 2차 성장이 시작되는데 성조숙의 진단기준은 남아는 만 9세 이전에 고환 용적이 4cc 이상 또는 직경이 2.5 cm 이상으로 커지는 경우이며, 여아에서는 만 8세 이전에 유방이 발달하거나 만 9세 이전에 음모가 발달, 혹은 만 9.5세 이전에 초경이 생기는 경우다. 

10,000명 중 1명 정도의 발생빈도를 보이며 여아보다 남아에서 10배정도 더 흔하게 볼 수 있다. 
성조숙증의 원인으로 시상하부-뇌하수체-성선축이 조기 성숙되어 생기는 경우를 ‘성선자극호르몬 의존성 성조숙증’이라고 하며 그 외의 경우를 ‘성선자극호르몬 비의존성 성조숙증’이라 한다. 

그중에서도 주로 시상하부-뇌하수체-성선축이 평균보다 빠르게 기능하여 발생하는 ‘진성 성조숙증(특발성 성조숙증)’이 90% 이상 차지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2006년 6438명이었던 성조숙증 환자가 2015년 75945명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그에 따른 치료비 규모 또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증가추세에 있는 성조숙증은 병적인 원인에 의한 경우보다는 점진적인 서구화된 식습관에 따른 영양과잉으로 인한 소아비만과 대중매체를 통한 과도한 성적자극 노출 및 환경호르몬 등으로 인한 단순 성조숙증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요즘 현상은 병적인 성조숙증보다는 ‘빨라진 사춘기’ 정도로 보는 편이 낫다고 설명한다. 특히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지방, 콜레스트레롤의 섭취가 늘어나면서 소아비만을 겪는 아동이 성조숙증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졌다. 주된 원인은 과다하게 쌓인 지방이 성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또한 TV, 인터넷 등 각종 매체를 통해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성적자극에 의해 성에 대한 각성이 빨라지는 성호르몬이 쉽게 유도되는 것도 이유가 된다.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 공장, 자동차 매연의 증가 등 다양한 환경호르몬이 성호르몬에 영향을 주는 것도 원인이 된다.

사춘기가 평균보다 빠르게 시작되면 그만큼 키 성장에 불리하다. 성조숙증의 경우 성장판도 빨리 닫혀 뼈의 성장도 남보다 이른 시기에 완성돼 최종 성인이 되었을 때 정상적인 사춘기를 거친 아이들보다 오히려 작은 경우가 많다. 

만약 1년 빨리 시작되면 최종 키는 약 5㎝이상 작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여아의 경우 가슴에 몽우리나 가슴 통증, 조기 초경 등으로 증상이 눈에 띄어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남아의 경우엔 고환의 크기나 음모 등 외적인 발견이 쉽지 않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쉽지 않아 그만큼 성조숙증 치료의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어린 나이에 찾아온 2차 성징은 또래 아이들과는 다른 자신의 신체 모습으로 인한 심한 스트레스를 유발. 이는 정서적인 문제와 함께 성격장애의 원인이 된다. 여아의 경우엔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생리통이나 생리불순, 심각한 경우 조기 폐경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양방에서는 성조숙증에 치료제로 성선자극 분비호르몬 길항제를 사용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주사를 맞으며 성호르몬을 인위적으로 억제하여 사춘기의 진행을 억제하고 성장판의 폐쇄를 지연시켜 최종 성인 신장의 촉진을 도모하는 것이지만, 환자의 신체 상태 및 유전적 요소, 골연령 등 여러 변수가 관여하기 때문에 주사의 처방 용량과 치료 기준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 

한편 주사의 과잉으로 성호르몬 분비가 많이 억제되면 성장호르몬 분비까지 저하돼 사춘기 전의 성장 속도 보다도 성장 속도가 더 둔화되는 경우도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론적으로 성조숙(性早熟)이라는 표현은 없지만, 성장발달의 문제를 부모님께 받은 선천지본(先天之本)인 신(腎)과 후천적 요인인 후천지본(後天之本) 중 비(脾)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선천적 요인인 신(腎)은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내분비계(호르몬 등)와 유사하며 특히 뇌하수체와 부신피질, 뇌하수체와 생식 간의 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후천적인 요인인 비(脾)는 소화기계의 기능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영양물질의 흡수경로라고 이해할 수 있다. 

또 소아는 간상유여(肝常有餘)하여 소설 작용을 주관하는 간이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화로 인하여 소설 작용에 장애가 생겼을 경우 간경(肝經)이 유주하는 곳인 유방 및 생식기에 그 문제가 발표현된다고 했다. 즉, 선천적으로 생식계통에 문제가 있어서 내분비계가 조기 발달하는 경우, 영양문제로 인해 너무 결핍되어도, 너무 과잉되어도 성장장애가 생길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정신적인 원인으로도 유방, 생식기 쪽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한의학에서는 그간의 임상연구를 통해 여성호르몬을 안정시키거나 낮추는 효과가 있는 약재를 찾아서 임상에 응용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약물은 청열(淸熱), 이수삼습(利水滲濕) 하는 의이인(薏苡仁, 율무)을 사용하고 활혈거어(活血祛瘀) 하는 봉출(蓬朮), 포황(蒲黃) 이외 스트레스를 안정시키는 향부자(香附子), 원지(遠志), 석창포(石菖蒲), 산조인(酸棗仁) 등의 부작용 없는 천연 한약재들이 있다. 약재들을 배합해 추출한 생약성분이 여성호르몬의 이상분비를 안정시키면서 지방을 감소시켜 여성호르몬의 분비 속도를 늦추게 된다. 여기에 성장보약, 성장추나요법 등으로 성장치료를 병행하게 되면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키면서 키를 크게 하는 이상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한방에서도 향후 통일된 평가 기준과 정확한 진단지표로 성조숙증 대상들에 대한 기존 서양의학 치료와 비교할 수 있는 대조군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이후 성조숙증에 대한 한의학의 이론적 접근과 임상에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실험적 근거가 충분히 더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일상에서 아이들이 성조숙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콜레스테롤과 트랜스지방 함유량이 높은 음식을 멀리하고 체중관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매일 1시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을 권유하며 성적인 자극이 강한 매체 등은 피하고 인스턴트식품, 플라스틱 용기 등 환경 호르몬에 노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또한 진행 속도가 빠르지 않아서 예측 성인 신장의 현저한 감소나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없는 성조숙증인 경우는 주기적인 경과 관찰과 함께  불안한 마음보다는 심리적인 안정감과 성적인 발달에 대한 교육과 준비를 부모와 의료진이 함께 만들어 가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한동화 한의원 원장>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