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2차 대통령 후보 4자 토론 공방은 2월25일 정치*외교*안보를 주제로 했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무력으로 억지해서 전쟁에서 이기는 건 하책(下策)” 이라며 “다 부서지고 죽고 이기면 뭐하나. 우크라이나 심각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중요한 건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고, 더 중요한 건 싸울 필요 없게 만드는 평화“라고 강조했다. ”흉악한 사드(고도도미사일방어체계) 대신 보일러를 놔드리겠다“도 했다. 여기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상대의 비위를 맞추고 굴종하는 것으로는 지속 가능한 평화가 얻어지질 않는다.”며 “2차세계대전 직전에 뮌헨 협정이 나치와 히틀러에 의해서 어떻게 유린당하였는지 아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재명 후보는 “평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견강부회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예로 들면서 “다 부서지고 죽고 이기면 뭐하나 우크라이나 심각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 후보의 이 반문은 마치 우크라이나가 무력으로 러시아를 이기려다 전쟁을 촉발해 부서지고 죽는 걸로 착각케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싸울 필요 없게 만드는 평화”를 추구하다 러시아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기습공격당해 부서지고 죽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에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고 호소했지만 그로부터 몇 시간 뒤 러시아는 전면 침공했다. 우크라이나 피침은 무력으로 러시아 침략을 억지하지 못한 탓에 당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4천400만의 비극은 “싸울 필요 없게 만드는 평화“를 추구하다가 피비린내 나는 살육과 파괴를 당하고 만다는 비극적인 교훈을 되새기게 한다.

라틴어에는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대비하라”는 말이 있다. 이 대목은 이재명 후보의 평화 안보관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엿보게 한다. 우크라이나는 평화를 위해 싸우지 않고 이기기 위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도 가입하지 않고 평화만 추구하던 중 러시아의 무력 침략을 당하고 말았다. 실상 수천 년 인류 역사는 전쟁을 대비하지 않고 평화를 지킨 사례가 없음을 기록한다. 2400여 년 전 ‘역사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그리스의 투키디데스는 ‘강한 자는 약한 자를 강한 자의 의도대로 다스리고 약한 자는 필연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똑같은 맥락에서 전쟁을 대비하지 않은 약한 자는 전쟁을 준비한 강한 자에 의해 침탈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 후보는 “무력으로 억지해서 전쟁에서 이기는 건 하책”이라며 “더 중요한 건 싸울 필요 없게 만드는 평화”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후보의 평화는 이미 북한의 6.25 기습남침과 핵*미사일 개발 그리고 끊임없는 적화책동 등을 통해 위험한 안보관임이 입증되었다. 북한은 6.25 기습남침 전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면서도 군대를 18만 2천 명으로 증강시켰다. 소련제 전차와 장갑차 그리고 야크 전투기 등을 대기시켰다. 

그리고 주한미군이 모두 철수하자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를 기해 전 38선에 걸쳐 남침을 감행했다. 한국군 병력은 북한의 절반밖에 안 되는 9만 4천 명에 탱크는 물론 전투기 한 대도 없이 “평화”를 누리고 있었다. 북의 기습남침으로 수도 서울은 3일 만에 함락되었다. 6.25 기습남침을 당했던 그날 서울 육군본부장교클럽에서는 평화로운 댄스파티가 밤새 열리고 있었다.

술에 취해 잠들었던 남한에 대한 북한의 기습 남침은 전쟁에 대비하지 않았을 때 처절하게 당하고 만다는 교훈을 주었다. “사드 대신 보일러”를 설치하다가는 평화 대신 북의 핵폭탄 세례를 받고 만다. “싸울 필요 없게 만드는 평화”만 되뇌다 북의 핵폭탄과 극초음속 미사일 공격을 받아 싸워보지도 못한 채 5000만의 생명과 재산이 잿더미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