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선거, 여론조사 공표 금지일에 맞춰 여야 모두 단일화에 성공했다. 이재명 후보는 정치교체와 통합정부를 내세워 김동연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했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정권교체를 내세워 안철수 후보와 국민통합정부 구성을 통해 단일화를 이뤄냈다. 단일화가 효과가 어느 쪽이 더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거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결렬 때 처럼 진보진영이 결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단순 여론조사 지지율을 보면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시너지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윤 후보는 편안한 선거를 치르게 된 셈이고 이 후보는 불안한 선거를 치르게 됐다.

여야가 각각 단일화에 목 메인 첫 번째 이유야 말할 것도 없이 대선 승리를 위해서다. 유례없는 초박빙 선거에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으로 표의 향방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진보층과 보수층이 똘똘 뭉친 상황에서 중도층.부동층의 향배가 결국 승리를 좌우할 수밖에 없기에 김동연과 안철수와의 단일화를 통한 승기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숨은 1인치도 있다. 이 후보의 정치교체나 윤 후보의 정권교체의 이면에는 주류.비주류 교체가 자리잡고 있다. 이 후보나 윤 후보는 각각 비주류다. 이재명 후보는 비문.비주류로 그동안 친문으로부터 왕따를 당하면서 대선 후보까지 올랐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도, 민주화 운동세력에게도 심지어 586으로 대표되는 운동권 세력과도 별 인연이 없다. 거의 100% 개인기로 현재 후보직까지 오른 유일무이한 민주당 후보인 셈이다.

정치교체가 정치세력의 교체가 아니라고 주장해도 그가 대통령직에 오른다면 당내 친문과 86운동권으로 대표되는 주류세력의 교체가 당면과제가 될 것이다. 당장 인수위원장에 김종인 카드가 거론되는 것이 반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친문 강경파로 알려진 깨시민 회원 일부가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일이 발생했다.

윤석열 후보도 마찬가지다. 정치 초년병인 윤 후보가 가지고 있는 당내 지분은 사실상 이 후보보다 더 없다. 그렇다고 보수정당 텃밭인 영남과도 별 인연이 없다. 오히려 부친이 충청도출신으로 충청대망론이 들썩거리고 있다. 또한 당내 주류인 영남 강성 친박과는 검사시절 악연으로 갈등이 여전하다. 오죽하면 박사모 일부 회원들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고 나설까.

둘의 처지가 비슷하다보니 외부세력이 필요하다. 그 첫단추로 이 후보는 김동연을 윤 후보는 안철수가 필요했다. 새로운 인물로 주류 세력을 대체하고 친이재명, 친윤석열계를 만들기위한 첫 단추를 꿴 셈이다.

그러나 주류세력의 반발은 예상보다 강할 것이다. 특히 이재명 후보가 대선에서 낙선할 경우 그 후유증은 더 클 것이다. 벌써부터 이재명당, 친문당으로 쪼개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회창, 문재인 두 인사처럼 세컨드 찬스는 없을 것이란 얘기다.

윤 후보는 이 후보보다는 좀 상황이 낫겠지만 패할 경우 가시밭길이 예고된다. 안철수가 오히려 대선 꽃길을 걸을 수 있다. 결국 정치는 세싸움이다. 이 후보는 친문.운동권을 대체할 세력을, 윤 후보는 영남 친박 주류 세력을 대신할 자기사람을 대선을 통해 확실하게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패하더러도 정치를 계속할 수 있다. 승리할 경우에 지방선거까지 더해서 역대급 자기 세력을 가질 것이란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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