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20대 대선이 카운트다운에 접어든 가운데 역대급 깜깜이 판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전국을 가로지는 유세 총력전에 나섰지만 판세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실제 지난 3일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 직전에 실시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대혼전 양상이다. 39일 대선이 마무리되고 투표함을 열기 전에는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역대 대선 막판 당락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났던 것과 전혀 다른 양상이다. 여야 양강 후보의 박빙 구도에 메가톤급 변수도 더해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사퇴로 이른바 사표심리가 제거됐다. 결국 중도층 표심의 상징인 안 후보 지지층이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박빙판세에도 균열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갈 길 바쁜 여야는 안철수 사퇴와 관련해 서로에게 유리한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고 있다.대선 최대 관전 포인트인 여야의 중도·부동층 확보 전략을 짚어봤다.

투표용지. 뉴시스
투표용지. 뉴시스

대선 카운트다운에도 막판 판세예측 오리무중
-이재명도, 윤석열도 싫다중도층 표심 변수
사퇴로 부동층 급증에 여야 아전인수 해석

내노라하는 정치전문가들도 대선결과 예측에는 신중한 반응이다. 과거 대선과는 달리 승자를 손쉽게 점칠 수 없는 혼전구도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대선 막판 최대 관건은 중도·부동층표심잡기다. 여야 전략가들은 역대급 비호감 여야 후보, 안철수 후보의 대선후보직 사퇴, 극단적인 네거티브 진흙탕 대선전의 여파로 결국 중도부동층의 표심이 대선 승자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대선 막판 중도·부동층 표심을 잡기 위한 여야의 선거전 또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투표 의향은 있지만 이재명도, 윤석열도 싫다는 중도·부동층의 마음이 누구를 향하느냐에 따라 대선승자가 좌우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중도·부동층의 표심에 따라 이재명 후보가 웃을지 아니면 윤석열 후보가 웃을지가 결정되는 셈이다.

투표함 열기전 모른다윤 우세’vs‘·박빙

지난 320대 대선을 앞두고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됐다. 이는 대선 D-6일인 33일부터 대선일인 9일 오후 730분까지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해 보도하는 게 금지되는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른 것이다. 대선을 앞둔 사실상 마지막 여론조사인데 판세는 역시 오리무중이었다. 여야 모두 막판 지지층 결집을 통한 대선승리를 장담했지만 확실한 승자 예측은 어려웠다.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오차범위 이내에서 박빙 접전을 펼쳤다. 일부 조사에서는 윤 후보가 오차범위 밖의 우세를 보이거나 야권 단일화를 전제로 한 조사에서는 윤 후보가 다소 큰 격차로 앞서기도 했다. 특히 이번 여론조사는 3일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선언 이전에 실시되면서 안철수 사퇴라는 메가톤급 변수는 여론조사 결과에 반영되지 못했던 점도 변수다. 이재명·윤석열·안철수·심상정 등 기존 4자 구도로 조사가 진행됐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8일부터 32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는 39%, 이 후보는 38%를 각각 기록했다. 두 후보간 격차는 1%포인트로 오차범위(±3.1%포인트) 이내의 초접전 양상이다. 또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8일부터 32일까지 사흘간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40%로 동률을 기록했다.

반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같은 기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윤 후보가 45.1%의 지지율을 기록해 40.6%에 그친 이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아울러 방송3사의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는 윤 후보가 이 후보를 오차범위 밖으로 앞섰다. 입소스·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MBC·KBS·SBS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는 42.1%, 이 후보는 37.1%를 각각 기록했다.

아울러 야권 단일화를 가정한 여론조사에서는 윤 후보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엠브레인퍼블릭이 같은 기간 중앙일보의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는 47.4%의 지지율로, 41.5%에 그친 이 후보를 오차범위(±2.2%포인트) 밖에서 앞섰다.

안 사퇴 나비효과중도층 놓고 아전인수해석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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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후보의 사퇴를 놓고도 여야의 설왕설래는 이어지고 있다. 안 후보는 이번 대선국면에서 최대 15%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한 바 있다. 대선전 격화에 따라 이 후보와 윤 후보 지지층의 결집으로 대선후보직 사퇴 직전에는 한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단일화 선언의 여파로 이번 대선 최대 캐스팅보터로 떠올랐다. 안 후보 지지층의 표심이 어디를 향하느냐에 따라 박빙 승부를 이어온 대선전의 향방이 판가름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를 찍어봤자 안된다는 이른바 사표심리가 사라지기 때문에 이 후보 또는 윤 후보가 어느 정도 표를 얻느냐가 관건이다.

안 후보의 지지층은 중도층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이념(진보 vs 보수)과 지역(호남 vs 영남)을 기반으로 적대적 대결정치를 비판해온 계층이다. 여론조사 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은 적게는 7%에서 많게는 12%까지 나왔다. 평균적으로 본다면 10% 정도의 내외가 안 후보를 지지해온 유권자들이다. 만일 20대 대선이 97년 대선이나 2002년 대선과 마찬가지로 2% 포인트 내외의 근소한 격차로 승부가 엇갈린다고 가정하면 안 후보의 지지층의 표심이 대선이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안 후보가 야권단일화 선언 후 대선후보를 사퇴했다는 점에서 윤 후보에게 플러스 요인이다. 야권단일화에 크게 보면 보수층 표심에 중도층 표심을 더한 만큼 박빙 양상이 무너지고 확실한 윤석열 우위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대선완주를 공언해온 안 후보가 순식간에 철수했다는 점에서 역풍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제 야권단일화 선언 이후 실망한 국민의당 당원들은 안 후보의 오락가락 행태를 비판하면서 당원게시판에 탈당 신청을 쏟아낼 정도다. 이러한 역풍을 고려하면 야권단일화 효과는 과대포장된 것으로 오히려 여권 지지층의 결집을 부를 것이라는 상반된 분석이다. 여야는 이와 관련해 아전인수 해석을 내놓으며 중도층 표심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애태웠던 야권단일화가 대선 막판 극적으로 합의되면서 정권교체 기대감을 키웠다. 주요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50%는 훌쩍 넘는 상황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조심스러운 전망이지만 당 안팎에서는 윤 후보의 지지율이 5% 정도 오를 경우 박빙구도에서 벗어나 확실한 대선승기를 잡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4선 중진인 박진 의원은 이제 완전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선대본부장인 4선 권영세 의원도 후보단일화로 인해 국민적 염원인 정권교체가 성큼 가까워졌다고 평가했다.

당 안팎의 긍정적 반응은 안 후보의 합류로 윤 후보의 외연확장과 국민의힘의 전국정당화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돌퐁을 통해 호남에서 적잖은 지지를 얻었다. 또 정치입문 이후 끊임없이 기득권 양당체제를 비판하면서 다당제 실현을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정치이념적으로 보수진보가 아닌 중도층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안 후보의 합류는 윤 후보의 호남 득표율 30% 달성 및 압도적인 정권교체의 기반이 될 수 있다. 국내 대표적인 정치논객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윤 후보의 대선승리를 예측했다. 진 전 교수는 “(단일화가) 안 될 줄 알았는데선거, 이대로 끝난 건가라면서 아무튼 국민의힘이 강경보수 일색에서 좀 더 온건하고 합리적인 보수로 변신하는 계기가 되기를라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정반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안 후보에게 와 있던 야권 성향의 표들은 사실상 이미 윤 후보 쪽으로 가 있다단일화가 이뤄지든 이뤄지지 않든 결과는 결국 비슷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인 강훈식 의원은 국민들은 다당제 정치개혁과 대선완주를 강조했던 안철수 후보가 하루아침에 바뀌는 모습에 굉장히 실망하고 놀랐을 것이라면서 동시에 우리 지지층들도 이대로 두면 안 되는 거 아니냐는 긴장감들이 확산되고 있다. 상대 지지층들을 더 뭉치게 하는 역컨벤션 효과가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권의 희망섞인 전망은 지난 2002년 대선의 학습효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엄청난 고비를 겪었다.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대선승리를 기대했는데 대선 전날 예기치 못한 정 후보의 지지 철회 선언이 이어졌다. “사실상 대선은 끝났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지만 위기감을 느낀 민주당 지지층이 절박한 심정으로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지지층의 결집과 중도층의 참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드라마틱한 대선승리로 귀결됐다.

전문가들 알쏭달쏭투표율 막판 변수 부상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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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은 유난히 승패 전망이 쉽지 않다. 얽히고 설킨 다양한 변수 탓에 대선예측이 쉽지 않은 것이다. 역대 대선의 주요 변수였던 영호남 지역주의와 극단적인 이념대결은 어느 정도 완화됐다. 반면 정책공약 경쟁의 완전한 실종과 네거티브 선거전 심화 여가부 폐지로 촉발된 극단적인 젠더 갈등 정치 무관심층인 20MZ세대의 표심 사전투표를 앞두고 실시된 여야 후보단일화(이재명·김동연 vs 윤석열·안철수) 등 대선과정에서 뒤흔들 이슈도 적지 않았다. 대선 판세가 한 치 앞을 예측못할 정도로 박빙인 데다 크고작은 변수들이 속출하면서 유불리를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더구나 안 후보의 사퇴로 전체 부동층은 10% 이상으로 늘었다. 중도·부동층의 표심이 대선 승자를 결정짓는 셈이다.

정치학 전공 교수나 여론조사기관 대표 등 선거 전문가들 역시 대선예측에 손사래를 치면서 아직까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대표적인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4일 공개한 여야 대선후보별 예상득표율도 이와 유사하다. 갤럽은 여야 후보별 유권자의 투표 확률, ·연령별 투표율 등을 자체 분석해 예상 득표율을 공개했다. 윤석열 후보 43.4%, 이재명 후보 40.8%, 안철수 후보 10.9%, 심상정 후보3.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야권 단일화 이전 조사라서 안 후보가 포함됐지만 윤 후보와 이 후보의 격차는 2.6% 포인트에 불과하다. 갤럽 관계자 역시 조사 종료 이후 시점에 단일화가 이뤄져 남은 기간의 변화를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정치평론가는 중도·부동층의 표심은 20대 대선은 물론 역대 대선에서 막판 최대변수였다안철수 후보의 사퇴로 대선 4자 구도가 사실상 이재명 vs 윤석열양자구도로 접어든 만큼 대선 당일인 9일 중도·부동층의 표심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승부가 엇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역대급 비호감 대선의 여파로 아직까지 투표 의향은 물론 표심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가 적게는 5%에서 최대 10% 정도로 추정된다여야 모두 진인사대천명의 심정으로 총력전을 다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 한 표라도라는 심정으로 흔들리는 중도·부동층의 표심을 잡아야 박빙판세에서 벗어나 대선 당일 웃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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