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큰 별 지다…신화로 남은 故 김정주 애도 물결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생전 모습. [NXC]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생전 모습. [NXC]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게임업계를 비롯한 전 산업계에 걸쳐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게임 이용자들까지 ‘바람의 나라를 통해 어린 시절 추억을 쌓았다’며 김 창업자를 기리는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재계에서도 K게임 산업 발전을 이끌었던 그의 역할을 언급하는 등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게 힘들면 말 좀 하지… 바람의 나라에서 편히 쉬세요”
진경준 사건 이후 “경영권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겠다” 밝혀

지난 1일 오전 국내 게임업계에 비보가 전해졌다. 김정주 전 NXC 대표 겸 넥슨 창업자가 지난달 27일 미국 하와이에서 사망했다는 소식. 상세한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으나, 업계와 언론에는 NXC로부터 “유가족 모두 황망한 상황이라 자세히 설명 드리지 못함을 양해 바란다”면서 “고인은 이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으며, 최근 악화한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는 짧은 입장문만 공개됐다. 

업계와 언론에서는 김 창업자의 소식이 전해진 이후 부정적인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대체로 그의 생전 업적과 역할에 대해 회상하며 애도하는 분위기다. 특히 청와대에서도 애도를 표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은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유가족에 고인의 벤처기업 및 한류 문화산업 발전을 위한 일관된 노력을 기리는 조전을 보내 애도를 표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고인은 평소 어린이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푸르메 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설립에 큰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 문재인 대통령은 해당 병원을 방문했고, 고인은 이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한 바 있다”면서 “지난해 4월 김정숙 여사는 넥슨어린이재활병원 5주년 기념식에서 영상 축사를 통해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게임 산업 토대의 개척자, 어린이 위한 기부도 활발

지난 4일 일요서울이 확인 결과, 김 창업자의 소식이 전해진 지 사흘이 지났음에도 넥슨 내부에서는 아직 추모할 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다만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 법인 대표 등이 앞장서 방안을 모색 할 것으로 보인다. 

넥슨 측은 이날 일요서울에 “(김정주 창업자는) 게임 산업 토대를 여신 분이기도 하고 어린이들을 위한 기부도 활발하게 해 왔다”라며 “그래서 대통령까지도 그렇게 언급을 해준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 내부에서는 오웬 대표를 중심으로 추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직원들을 비롯해 판교나 동종 업계 많은 곳에서 조의를 표하거나 이를 할 수 있는 수단이 아직은 없다. 그런 맥락에서 고민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넥슨의 내부 사정을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업계가 김 창업자가 이바지했던 기억들을 중심으로 그를 기리는 등 추모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생각은 하고 있다”면서도 “김 창업자의 최고의 파트너였던 이재교 대표를 비롯해 이사진도 상심이 컸을 것”이라며 추모 방안 결정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택진·방준혁 애도 “무한한 슬픔” 느껴

애도의 입장을 밝힌 이들 가운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사랑하던 친구가 떠났다. 살면서 못 느꼈던 가장 큰 고통을 느낀다”라면서 “같이 인생 길 걸어온 나의 벗 사랑했다. 이젠 편하거라 부디..”라고 아픈 마음을 드러냈다.

김 창업자와 김 대표는 서울대 선후배 사이로 K게임 1세대다. 국내 게임업계 3N 가운데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설립자로 각각 글로벌 최대 게임사로 키워온 장본인들이다. 또 다른 N의 방준혁 넷마블 의장도 “무한한 슬픔”을 언급하며, 김 창업자의 소식에 애도를 드러냈다.

방 의장은 “게임업계 동료로서 무한한 슬픔을 느낀다”라며 “슬픔이 클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제주도에서 만나 산악자전거를 막 마치고 들어오던 건강한 모습과 환한 얼굴이 아직 떠오른다”면서 “갑작스러운 비보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 창업자는 넥슨을 기존의 회사와는 다른 기업으로 세우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수직적 구조의 기업 문화를 탈바꿈하고 직원들과 자유롭게 오가며 대화하고 왕래하면서 아이디어를 교류하기도 했다. 그런 넥슨의 문화가 지금의 넥슨이 있게 했다는 풀이다. 

넥슨의 한 개발팀에서 음악을 담당하는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내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내기 위한 자기만의 시간도 충분히 가질 수 있다”라며 “각 팀들이 게임 개발을 위해 부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자유롭게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교류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김 창업주의 스승으로 알려진 이광형 KAIST 총장도 “그렇게 힘들면 말 좀 하지… 바람의 나라에서 편히 쉬세요”라며 자신의 페이스 북에 글을 남겼다. 카카오게임즈를 이끌었던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도 “업계의 슬픔”이라며 “명복을 빈다”고 입장을 전했다. 

6000만 원 들고 넥슨 창업

김 창업자는 1994년 단돈 6000만 원으로 넥슨을 창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세계 최초로 그래픽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바람의 나라’를 만들어냈다. 이미 25살이 된 바람의 나라는 국내를 비롯한 많은 게임 이용자들의 추억으로도 남아있다. 이후에도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마비노기 등 히트작들을 연이어 출시했다. 

또한 어린이병원을 설립한 푸르메재단을 세웠고, 게임하는 자녀를 걱정하는 부모들을 위한 강좌도 개설하는 등 국내에서 게임 문화 선도에 앞장섰다. 지난 2016년 ‘진경준 게이트’로 불거진 ‘넥슨 공짜주식 사건’으로 곤욕을 치렀다. 당시 서울대 동기 출신인 진 검사가 상장 전 주식을 보유해 천문학적인 차익을 누린 것으로 알려졌으나, 법원에서 최종 무혐의 판단을 받았다. 다만 이 일로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앞서 김 창업자는 2016년 ‘진경준 게이트’로 불거진 ‘넥슨 공짜주식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당시 서울대 동기 출신인 진 검사가 상장 전 주식을 보유해 천문학적인 차익을 누린 것으로 알려졌으나, 법원에서 최종 무혐의 판단을 받았다. 다만 이 일로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김 창업자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게임 관련 주들이 요동쳤다. 도쿄거래소에 상장된 넥슨 재팬은 잠시 급등과 하락을 내보였고, 국내 코스닥에 상장된 넥슨지티 역시 요동쳤다. 

[넥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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