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대마진 2.21%P 2년4개월만에 최고치...성과급 잔치 '제동'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금융그룹 회장들의 수십 억원에 달하는 연봉이 도마에 올랐다. 은행들의 수익 대부분이 대출자산 이자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시장금리 상승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며 서민들과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이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역으로 은행들은 예대마진을 벌려 손쉽게 수익을 늘리고 있어 눈총을 받는다.

지난 6일 KB·신한·하나금융이 공시한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그룹 회장들은 지난해 8억 여원 가량의 연봉을 받았다.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다. 그는 성과급 15억 1000만 원을 포함해 24억 원을 받았다. 장기 성과급이 감소하면서 2020년 26억 3000만 원보다는 2억 3000만 원 정도 줄었다. 김 회장의 보수는 2018년 17억 5000만 원에서 2019년 24억 9000만 원으로 오른 뒤 3년 연속 20억원 대를 유지했다. 

- 수십억 대 연봉 챙긴 금융사 회장님들 비난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지난해 성과급 8억 8000만 원을 받았다. 연봉까지 합산하면 17억 3000만 원을 챙겼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성과급 없이 8억 원의 보수를 받았다. 2020년 성과급 5억원을 포함해 13억원을 받았지만 지난해에는 성과급이 없었다. 우리금융은 오는 25일 정기주총 직후 발표할 사업보고서를 통해 손태승 회장의 보수 등을 공시한다.

금융 수장들이 수십억원대 연봉을 받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규제로 고금리 이자를 감당하고 있는데 예대마진 등 ‘손쉬운 이자장사’로 수익을 낸 금융그룹의 성과급 잔치와 임원의 고액 연봉에 비판이 제기된다. 

한 소비자는 본지에 "코로나19와 변이 바이러스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 도저히 주변에 손 벌릴 수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라며 "저 뿐만 아니라 주변의 소상인과 중소기업인들이 대출을 받아 은행 금고가 비축된 것일텐데 그 돈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소식을 접하니 씁쓸하다"고 했다. 그는 "은행의 업무가 '돈'이라지만 과연 수 억원의 성과급을 받을만큼의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도 했다.  

누리꾼은 "저 돈이 다 집값 올라 할 수 없이 은행으로 뛰어간 서민들 주머니에서 나온거다. 더 심각한 것은 앞으로 2배가 될지 3배가 될지 모르지만 지속적으로 뜯기지 않으면 집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거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이란 아주 당당하고 합법적으로 갈취하고 있다는 것다"라고 금융권의 이자장사 성과급을 비난했다.

실제 지난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지난해 12월말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는 2.21%p다. 총수신금리는 연 0.83%, 총대출금리는 연 3.04%다. 이같은 예대금리차는 2019년 8월(2.21%p) 이후 2년4개월 만에 가장 크다.

예금에서는 기존 저금리 요구불예금이나 수시입출식 예금이 포함되면서 금리상승폭이 적은 반면 대출은 기존 저금리 대출은 만기가 도래하고 고금리 신규대출이 늘어 예대금리차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한 매체에서 "은행들의 실적에 중요한 잔액 기준 금리의 상승세가 지난해 4분기부터 빨라지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8월과 11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번 인상한 영향"이라며 "올 들어 시장금리 상승세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은행들의 대출금리는 추가로 상승하고 예대금리차도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예대마진 제한 공약·법안까지 등장

예대금리차를 두고 논란이 지속되자 정치권에서는 예대금리차와 관련한 개선을 요구하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예대금리차 공시 의무화 등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은행에 대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및 그 차이를 공시토록 하고, 예대금리차가 증가하는 경우 금융위원회가 은행 금리 산정의 합리성과 적절성을 검토해 필요한 경우 개선 등의 조치를 권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선 후보도 예대마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후보는 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차이를 주기적으로 공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기준금리 변동 시 예대금리차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경우에는 담합의 요소가 있는지 살핀다는게 주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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