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역대 민주당 대선후보로는 최다 득표인 16147738표를 얻었던 이재명 후보가 대선 패배를 뒤로 하고 현실정치에서 물러났다. 이재명 후보는 10일 민주당 선대위 해단식에서 차기 정부가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역사의 흐름에 순응하고 그리고 평가받는 성공한 정부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진심으로 소망한다고 언급한 뒤 공개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 후보는 대권을 눈앞에 뒀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대선패배 이후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이 후보의 향후 선택지를 짚어봤다.

뉴시스
뉴시스

- 정치적 휴지기 속 대장동 의혹 최대 악재
- 6월 지방선거 차출설·8월 전당대회 출마설 고개
- 긴 호흡으로 202222대 총선 등판설 전망

[본문]지난 39일 대선 본투표 종료 이후 시작된 개표 전쟁은 다음날인 10일 새벽에서야 막을 내렸다. 이 후보는 역전을 주고받은 초박빙 접전 끝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아쉽게 패했다. 개표율 100%를 기준으로 이 후보는 47.83%, 윤 후보는 48.56%였다. 두 사람의 격차는 1%에도 못미치는 0.73%에 불과했다. 무효표 30만여표보다 적은 247077표를 적게 얻었다. 87년 대통령직선제 도입 이후 역대 대선 1·2위 후보간 최소 격차였다. 직전 최소 표차는 9715대 대선 당시 1.53%(39557)였다.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는 40.27%의 득표율로 38.74%에 그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극적으로 눌렀다.

아쉬운 패배를 당한 이 후보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거취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사실상의 정계은퇴 수순에 내몰릴 것이라는 전망에서부터 5년 후 차기 대선 재도전을 염두에 두고 적정한 시점에 본격적인 정치재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린다.

실제 이 후보는 지난 4일 대선 유세 당시 저는 정치를 끝내기에는 아직 젊다고 언급한 바 있다. 만일 이 후보가 정치재개에 나선다면 서울시장 도전, 경기지사 재출마, 8월 민주당 전당대회 출마, 2022년 총선 성남 출마 등등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기로에 놓인 이 후보가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정치적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장기 칩거를 선택하면서 현실정치와는 담을 쌓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해외 체류설도 나온다. 또 오는 6월 지방선거 역할론도 제기된다. 대선패배로 민주당의 지방선거 전망이 어두운 만큼 이 후보가 대선에서 얻었던 1600만표 이상의 국민 지지를 바탕으로 경기지사 차출론에 응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 당 대표 도전과 2022년 총선 출마설도 고개를 든다. 이는 당내 기반을 공고화한 뒤 2027년 대선도전을 기약한 것이다.

정치적 휴지기속 재충전대장동 사건 부담

20대 대선 패배와 승복을 선언한 이 후보는 당분간 잠행모드로 정치적 성찰의 시간을 가질 전망이다. 대선과정에서 매일 신문과 방송뉴스를 장식한 것에 벗어나 현실정치 무대에서 완전하게 사라지는 것이다. 대선패배 이후 공식행사는 지난 10일로 모두 마무리됐다. 이 후보 측 핵심인사들과 민주당 선대위 주변에서는 이 후보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아무 것도 없다는 설명이다.

현실정치의 강행군에서 벗어난 이 후보는 당분간 자택에서 칩거하면서 대선 패배 과정을 복기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주변 지인이나 측근들을 만나 대선을 도와준 것에 감사 인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노출을 철저히 피하면서 비공개 잠행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풀어야 할 난제가 바로 대장동 의혹이다. 20대 대선은 대장동에서 시작해 대장동으로 끝났다고 할 정도로 이 후보의 발목을 잡았다.

특히 대선 이후 본격화될 검찰의 대장동 수사 향방도 이 후보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대선과정에서 현 정부의 적폐수사를 공언한 것은 물론 대장동 의혹에도 강하 비판을 쏟아냈다. 이때문에 사정당국의 칼날이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대선 라이벌이었던 이 후보를 정조준할 수 있다. 물론 이 후보가 대선 이후 검찰수사를 통해 대장동 의혹을 말끔히 털어낸다면 그야말로 최상의 카드다.

반면 대장동 의혹이 현실로 드러나고 이 후보가 사법처리를 받을 경우 정치적 재기조차 불가능해질 수 있다. 그야말로 피바람이 몰아치는 것이다. 이 후보의 차기 재도전은커녕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정치적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극한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 정치적 재기를 논하는 건 그야말로 사치다.

검찰의 대장동 의혹 수사는 여야의 대선과정에서 속도를 내지 못했다. 다만 대선 이후 검찰 수사의 칼끝이 이 후보를 향할 경우 상황은 복잡해진다. 특히 검찰의 최종 수사 결과 이 후보가 대장동 게이트의 몸통으로 지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이 과정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대장동 의혹 연루설을 주장해온 민주당이 의회 다수의석을 무기로 대장동 특검카드를 꺼내들며 방어에 나설 수도 있다.

다만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특검 카드는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며 여론의 역풍이 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아울러 이 후보의 발목은 잡은 건 대장동 의혹만이 아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역시 검찰의 수사 대상이다. 이밖에 대선과정에서 민심의 엄청난 역풍을 불러왔던 배우자 김혜경 씨의 이른바 법인카드 유용 의혹도 변수다.

뉴시스
뉴시스

6월 지방선거 역할론, 경기지사 차출론 ‘고개’

이 후보는 1964년생으로 58세다. 정계은퇴를 선택하기에는 너무나 젊은 나이다. 민주당의 대선도전사를 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역시 대선본선 패배 이후 재도전에 나서 대권을 거머쥔 바 있다. 이 때문에 이 후보 역시 대선패배 이후 정치적 휴지기를 가진 뒤 정치재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이 후보의 대선패배를 내용적으로 뜯어보면 단순한 패배 그 이상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대선패배를 둘러싼 내홍 조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당을 뒤흔드는 후폭풍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 오히려 이 후보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역대 대선 최다인 1600만표 이상을 획득한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 어려운 대선국면에서 이 후보 특유의 능력과 개인기로 대선 접전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실제 대선 이후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후보가 대체로 선전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이 후보에게 떠넘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5년의 부동산정책 실패와 조국사태로 상징되는 민주당의 내로남불 역풍 속에서 어쩔 수 없는 패배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후보의 조기등판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도 나온다. 가장 유력하게 떠오르는 시나리오는 6월 지방선거 역할론이다.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을 상징할 대표적인 정치적 구심점이 없는 것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 퇴임 이후 지방선거가 치러진다는 점에서 이 후보의 정치적 역할은 오히려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 “이 후보가 지방선거까지 역할을 하고 휴식을 하고 또 역할을 할 수 있다전적으로 이재명 후보 개인의 결정인 문제지만 국민적 기대도 있고 아직 젊은 나이다. (6월 지방선거에서) 역할을 할 수 있으면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실제 여야는 대선종료 이후 곧바로 지방선거 체제로 빠르게 전환 중이다. 국민의힘은 대선승리의 기세로 지방권력마저 장악할 태세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대참패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의 선거 전망은 밝지 않다. 전국 17개 시도지사 중 대구·경북·제주를 제외한 14곳을 싹쓸이했지만 정반대의 성적표를 받아들 가능성이 크다. 대선 종료 이후 80여일 뒤 지방선거가 치러진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의 우위가 예상된다.

특히 510일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불과 3주 만에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아무래도 정권초 새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기 때문에 아무래도 집권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논리가 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200712월 대선승리 이후 4개월 뒤에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국민의힘)이 여유있게 과반 압승을 거뒀다.

이 때문에 대선을 거치며 당의 구심점으로 떠오른 이 후보가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후보가 서울시장이나 경기지사 등 광역단체장 후보로 나서야 한다는 차출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 아이디어 수준의 황당한 얘기라 평가절하가 없지 않지만 대선 이후 민주당의 지방선거 전망이 불투명해질수록 이 후보를 향한 지원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서울시장의 경우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현 시장을 대적할 만한 마땅한 인사가 없다. 경기지사의 경우 이 후보의 정치적 텃밭이라는 점에서 재기를 위해 가장 이상적인 코스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8월 전당대회 출마길게 보면 2022년 총선 출마

뉴시스
뉴시스

지방선거 역할론이 아니라면 이 후보에게 남는 것은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 출마다. 이 후보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은 물론 본선 과정에서 국회의원 0의 서러움을 적잖게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과정에서 당 안팎이 원팀을 강조했지만 실제 이 후보 측근그룹을 제외하고는 당 전체가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전당대회 출마해서 당 대표에 오른다면 취약한 당내기반을 공고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정치적으로 화려하게 재기할 수 있다.

역대 사례도 없지 않다. 2017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패했던 홍준표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정치적 재기코스로 전당대회 출마를 선택했다. 홍 후보는 자유한국당 대표로, 안 후보는 국민의당 대표로 정치활동을 이어갔다. 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휴지기를 가진 뒤 2014년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선출된 이후 재선도전에 나서 성공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대 출마를 건너뛰고 해외 장기외유를 선택, 오는 202222대 총선 출마라는 긴 호흡으로 정치적 재기를 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성남시장이나 경기지사를 역임한 만큼 이 지역에서 총선에서 출마, 국회의원 배지를 단 이후 2027년 대선을 기약한다 것이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대선은 승자와 패자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게임이다. 역대 사례를 보면 대선 승자는 청와대의 주인이 되지만 패자는 보통 정계은퇴에 내몰거리나 정치보복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도 이재명 후보의 경우 정치를 그만두기에는 너무 젊은 나이인데다 본인의 권력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5년 후 차기 재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지배적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 후보는 정치적 수읽기에 능하고 매우 영리한 스타일의 정치인이다. 여야 정치권에서 나도는 6월 지방선거나 8월 민주당 전당대회 출마는 낭설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정치적 호흡을 보다 길게 가져가면서 202422대 총선을 전후로 정치무대에 전면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의 조기등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쉽게 선택하기 힘들 카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