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지도부가 총 사퇴했다. 역대급 초박빙 선거였지만 한 표라도 진 것은 진거다. 민주당이 진 배경에는 이재명이라는 대선 후보와 민주당의 오만과 내로남불로 대표되는 위선적인 행태가 버무려져서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도 한몫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대선에서 승리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에 대한 책임론도 일고 있다. 크게 이길 선거를 초박빙으로 만들어놨다는 게 책임론의 요지다. 대선 전략으로 그가 주장한 세대포위론을 비롯해 호남 30% 득표주장은 다 현실화되지 못했다. 게다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단일화 비토론까지 정권교체 민심을 이어받아 크게 이길 선거를 박빙으로 만든 역적으로 꼽히고 있다.

이 대표는 윤석열 후보가 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다음날 비단주머니를 꺼내들었다. 삼국지연의에서 제갈량이 유비에게 닥칠 위기를 예감하고 조자룡에게 "어려울 때 꺼내보라"며 건네준 3개의 비단주머니를 본 딴 것이다. 금낭묘계(비단주머니에 든 묘한 계책). 첫 번 째 비단주머니는 세대포위론이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지지 기반인 40대와 50대를 2030과 전통적 지지층인 60대 이상을 결합해 포위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런데 이대남(20대 남성)에 대한 집착은 역풍이 일었다. 2030 여성 표심을 이재명 후보에게 쏠리게 만들었다. 이 대표의 조언을 받아들인 윤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 무고죄 강화, 병사월급 200만원 등 이대남 공약에만 집중했다.

결국 이는 패착이 됐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 연령별 예측치를 보면 20대 이하에서 이재명 47.8% 대 윤석열 45.5%였다. 20대 남성은 윤석열 58.7% 대 이재명 36.3%로 이대남 전략이 맞아떨어지는 듯 보였지만, 20대 여성에서 이재명 58.0% 대 윤석열 33.8%로 결과가 뒤집혔다.

이 대표가 공을 들였던 호남 30%득표 전략도 실패했다. 이 대표는 호남 득표율을 20%에서 25%, 다시 30%로 재차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호남은 이 후보의 압승이었다. 지상파 출구조사 지역별 예측치를 보면 광주 이재명 83.3% 대 윤석열 13.7%, 전남 이재명 83.7% 대 윤석열 13.3%, 전북 이재명 82.6% 대 윤석열 14.4%였다.

이 대표의 가장 큰 실책은 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간 야권 단일화에 대해 처음부터 고춧가루를 뿌리며 시너지 효과를 반감시켰다. 물론 안철수 대표의 화끈하지 못한 단일화 처신도 한몫했다. 이준석-안철수 유치한 단일화 공방 설전은 효과를 반감시키고 오히려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시키면서 5%이상 크게 이길 선거를 초방빙선거로 만들었다.

전체 판세와 관련해서도 이 대표는 공개적으로 “10%포인트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 결과는 0.73%포인트 차이의 아슬아슬한 승부였다. 결국 이번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웃지 못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사실상 윤석열 정부에서 이준석 대표의 입지는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을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쉽게 당 대표직을 내려놓지 않을 태세다. 당직인선도 새롭게 하면서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20117.4 전당대회에서 홍준표 의원이 총선과 대선을 치룰 수 있는 막강한 당 대표직 올랐다. 하지만 그는 불과 5개월만에 자진사퇴했다. 전대에서 2위를 차지한 유승민 최고와 4, 5위한 남경필,원희룡 3인이 같은 날 동반 사퇴하면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이 대표는 대선과정에서 두 번이나 가출하면서까지 대표직을 지켜왔다. 그러나 한 번 더 큰 선거가 있다. 바로 6.1 지방선거다. 지방선거는 5.9 대통령 취임식날로부터 불과 한달도 안돼 치러진다. 윤석열 당선인이 위풍당당할 때다. 대선에 이기고도 당 대표직을 유지하기가 더 쉽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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