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전 신동빈 회장 수사했던 검사, 尹 당선인과 사법연수원 동기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조상철 전 고검장이 롯데쇼핑의 사외이사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이달 23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의 건' 안건을 다룬다. 법조계 출신이 기업 사외이사로 자리를 옮기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조 전 검사장의 과거 이력을 살펴보면 롯데쇼핑 사외이사 후보에 오른 것과 관련해 섞연찮다는 반응이다. 

- 솜방망이 처벌 논란 검사 영입 속내는

사법연수원 제23기 조 전 검사장은 지난해 6월 검찰을 떠났다. 검찰 재직 당시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로 시작해 대전지방검찰청 검사장, 서울서부지방검찰청 검사장,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법무법인 삼양에서 일하고 있다.   

조 변호사는 2012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1부 부장검사 시절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은 혐의로 고발된 신동빈 롯데 회장을 수사 기소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당시 정무위는 골목상권 침해 등에 대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 신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신 회장은 해외출장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국회는 신 회장이 종합국감과 청문회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자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신 회장을 소환 조사한 끝에 벌금 5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그러나 해당 사건에 대해 법원이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한 후 신 회장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 하면서  검찰이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조 변호사의 이번 사외이사 후보 추천은 단순히 과거의 롯데 수사 악연(?)외에도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그의 사법연수원 동기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다. 세 사람은 사법연수원 23기다. 

기업들은 ‘경영진 감시·감독’을 이유로 법조인 사외이사 영입을 이어 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충암고·서울법대·검찰’ 중심의 윤 당선인 인맥 확보에도 분주한 분위기다.

롯데쇼핑은 주총 소집 공고에서 조 변호사의 사외이사 추천 이유에 대해 "법률 분야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은 특정한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사외이사로서 대표이사를 포함한 다른 이사와 경영진에 대한 감시 및 감독의 기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법조계 사외이사 모시기..불편한 시선들

한편 기업들의 법조계 사외이사 모시기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감시와 조언의 역할보다는 대관이나 로비스트 역할까지 맡기는 국내 재계의 특유한 관행 때문이다. 

3월 주총을 진행하는 140여 개의 회사에서 65명의 사외이사가 새로 선임된다. 이 중 법조계와 정부 인사 출신이 각 12명으로 가장 많다. 호텔신라는 국회사무처 입법차장 출신인 진정구 법무법인 광장 고문과 김현웅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김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이외에도 신세계건설은 김희관 전 법무연수원장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을 LX하우시스 김영주 전 산자부 장관 등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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