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선 결과를 한마디로 말하면 한국 현대 정치사의 신데렐라 윤석열전 검찰총장의 등극(?)으로 종료됐다. 윤 전 총장을 키우고 발탁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통탄할 일을 겪고 있다. 이제 윤석열 당선인은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의 전면에 나서게 됐다. 여론 조사상 줄곧 우위를 점해왔지만, 결국 0.73%의 초박빙으로 힘겹게 신승을 한 것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권력은 국민의 힘과 윤석열 후보에게 넘어간 것이다.

국민에겐 이제 윤 당선인의 일거수일투족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역사를 기록하는 길이 될 정도로 비중있게 다가오고 있다. 악전고투 속 일상은 악몽 같은 코로나뿐이 아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전 세계의 전운, 북 핵 개발 지속과 미사일 위협 등 속에서 불안한 국내외 정세는 날로 거세지고 있다.

윤 당선인의 국정운영 핵심 방향은 통합변화인 듯하다. 인수위 구성부터 기존 집권당인 국민의 힘 내부보다 외연, 중도에 방점을 두고 타당과 전 정권 출신의 낯선 인물들이 등장하고 이른바 이명박근혜인물들도 재기용됐다. 통합의 의지와 사람을 두루두루 쓴다는 분명한 목표는 보인다.

그러나 변화는 어떠한 방향으로 어떻게 갈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국민과의 소통은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윤 당선인 특유의 친화력과 돌파력, 뚝심 이런 퍼스낼리티’(personality)로 인해 국민 곁에 늘 있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는 강해 보인다. 시장을 찾고 산불 재난 현장을 다시 찾고 민심을 헤아리려는 행보는 그 의지의 실천일 것이다.

그런데 매일 같이 국민의 시선과 귀를 사로잡고 벌써부터 짜증 유발을 불러오는 변화가 하나 있다. 청와대 해체와 대통령 집무실을 찾는 일이다. ‘청와대 해체는 윤 당선인이 후보 때부터 강조해온 대국민 약속이었다. 그러니 가장 먼저 구중궁궐로 지칭된 권력의 상징을 해체하고 새롭게 국민과 함께하는 소통하는 권력의 상징을 찾기위한 노력은 당연히 가장 먼저 할 일일 것이다.

국민과의 소통과 소탈한 대통령 이미지를 원한 건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모두 윤 당선인에 못지않다. 그런데 청와대 해제와 다른 곳으로의 이전은 결국 불가 결론이 난 것이다. 윤 당선인의 청와대 해체 의지로 인해 청와대는 국민 품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지금 윤 당선인과 인수위가 마치 대통령 집무실 하나 구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 듯한 요란스러운 뉴스거리만 난무하기에 불안 불안하기만 하다.

광화문 시대’, ‘용산 시대’, ‘국방부 과천 이전’, ‘한남동 공관사용’, ‘세종시 제2 집무실 설치등등 온통 대통령 집무실 물색하는데 인수위가 몰두하는듯한 인상이다. 곁들여 임기가 남은 검찰총장도 알아서 나가란 엄포의 소리도 나온다. 문 대통령의 인사권인 공기업 인사 임명도 제동을 거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도 전격 취소됐다. 청와대 해체와 대통령 집무실 이전외에는 과거 정권 이양기에도 보아왔던 볼썽사나운 티격태격하는 대립과 갈등이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그것도 양측이 순조로운 정권 인수인계를 공언한 직후임에도 말이다.

아직 이르지만, 이게 과연 윤 당선인과 국민의 힘이 그토록 정권교체를 염원한 지지층의 첫 바람이었을까 하는 씁쓸하고 애잔한 생각마저 든다. ‘청와대 해체든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든 안보와 경호 등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조용하고 신속하게 준비해서 발표하면 될 일이다.

이렇게 장날 물건 늘어놓고 팔 듯이청와대 해체와 대통령 집무실을 놓고 갑론을박하고 공직사회와 국민의 불안한 시선을 키워놓을 필요가 있을까 싶은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매일같이 국민 속에서 일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수많은 결재와 보고 속에서 하루해가 짧은 게 대통령의 일정이다.

소통하고 싶으면 대통령 집무실의 위치가 문제인가. 비서진과 소통하고 싶으면 거리가 문제인가. 접근하는 방법의지의 문제일 뿐이지.. 지금 윤 당선인과 신권력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머리는 차분하고 엄정한 가운데 고난의 행군을 지속하고 있는 국민에게 삶의 희망새로운 대한민국 플랜들을 짜는 일이다. 공약은 말 그대로 지킬 수 있는 공약도 있고 빈 공약도 있는 법이다. 그러나 국민의 삶과 생존과 직결되는 공약과 그다지 절실하지 않은 공약들이 있다.

윤 당선인과 신권력이 코로나 대책을 놓고 현 정부의 대책을 집중 분석,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부동산에 신물이 난 국민에게 불안감을 덜어 내줄 정책대안을 마련하고, ‘냉전시대대북 보수 강경 성향인 윤석열 대통령 시대대결적 남북관계를 예고하는 북 위협에 대처하는 든든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급선무일 것이다.

국민은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당신 왜 청와대에서 일하고 있어라고 저항하거나 없애라고 한 적은 없다. 다만, ‘왜 그 좋은 곳에서 일을 그렇게밖에 못하는가라는 타박을 해왔다. 청와대의 권력 집중 조직을 개혁하고 대통령이 새로운 변화를 도모하고 늘 국민과 함께하고 야당과도 언제든지 만나는 대통령을 요구했고 기대했지만, 그렇게 잘 안 했을 뿐이지 대통령 집무실 탓은 아닐 것이다.

역대 대다수 대통령의 모습에서처럼 누구나 당선인 시절과 집권 초에는 초심이 넘친다. 설렁탕에 국밥에 칼국수와 함께 잠시지만 서민 곁에 있었다. 그러나 정쟁이 시작되고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시작되면 또 다시 권력의 깊은 수렁 속’, ‘마약 같은 권력의 속성으로 빠져들곤 했다. 윤 당선인만은 예외였으면 좋겠다. 윤 당선인과 신권력의 변화 의지, 그 변화의 의지가 아직 어떤 국민적 반응과 지지를 가져올지는 모르겠지만, 국민이 가장 절실하게 여기는 일부터 집중하는 일머리 있는 신권력이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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