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김한길 전 의원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국민통합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전략가이자 창당의 달인으로 통한다. 대선 기간 내내 김 위원장이 윤석열 캠프에 합류하면서 정계개편설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 그가 인수위 국민통합위원장을 맡으면서 또다시 정계개편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인수위에 구여권 출신 호남 인사들이 대거 중용된 데다 여당과의 협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여소야대 국면을 헤쳐나갈 정계개편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할 것이라는 게 주된 핵심이다. 나아가 인수위에 윤핵관이 전면에 나서면서 윤석열-이준석 갈등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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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당과 해산의 귀재....22대 총선국힘 윤석열 신당 전환
- 연정, 협치로 172석 거대야당 호남, 친문/비문 갈라치기 전략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승리하면서 2선으로 물러났던 윤핵관들이 전면에 나섰다. 장제원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임명됐고, 권성동 의원은 주요 현안마다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핵관 3인방으로 불리는 윤한홍 의원은 청와대 집무실 이전을 총괄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핵관 전면 등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선 기간 내내 이준석-윤핵관갈등으로 윤 당선인 지지율이 떨어진 바 있다. 이러한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 팽배하다. 이른바 이준석-윤핵관 2라운드’, ‘윤석열-이준석 갈등 재현이다.

실제 지방선거 공천을 놓고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 당선인 주변에선 주요 지역 후보자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 대표가 지방선거를 본인 주도하에 치르겠다는 입장인 만큼, 양측이 대립할 가능성이 높다.

김한길 인수위 합류, 열린우리당식 창당 고려

·청이 삐거덕거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윤석열발() 정계개편이 거론되고 있다. ‘윤석열 친위정당창당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윤 당선인으로선 여소야대 난관을 돌파하고 당내 계파 갈등을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카드가 신당 창당이라는 얘기다.

일각에서 열린우리당식 창당이 거론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은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에서 주류가 아닌데다 개혁방향을 놓고 주류와 엇박자를 내자 여야 개혁성향의 의원들을 모아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당시 한나라당에선 김부겸 총리 등 5, 새천년민주당에선 이해찬, 송영길 등 개혁국민정당에선 유시민 등이 탈당해 열린우리당 간판 아래 모였다.

선대위 해체 후에도 긴밀히 소통하고 교감을 나눴던 김한길 전 새시대준비위원장을 인수위 전면에 내세운 것도 열린우리당식 창당을 고려한 포석이 아닌가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 윤 당선인은 선대위 해체 후에도 새시대준비위원장이었던 김 위원장과 긴밀히 소통해왔다. 창당 마이더스 손으로 불리는 김 위원장을 후속 직속기구로 뒀던 것도 시당창당을 염두해 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선대위 해산 전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이준석 대표가 김 전 위원장을 경계한 이유다. 대선에서 승리하면 민주당에서 일부 이탈자가 발생, 김 위원장이 지렛대 역할을 하면서 신당창당을 한다는 것이 주된 골자다.

당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강하고 경선 도중에 당 해체 발언 등을 한 적이 있다윤 당선인 성향상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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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당내 갈등 속 호남 인사 영입 속내는

이런 우려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윤 당선인은 김 위원장을 국민통합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김 위원장이 선대위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맡았던 새시대준비위원회 역할과 비슷한 업무라는 점이다. 집권 후 여소야대 국면을 헤쳐나갈 정개계편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핵심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주로 호남을 지역기반으로, 노무현·김대중 정부 인사들을 영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실제 인수위 구성을 보면 범여권 출신의 호남 인사들이 대거 기용됐다. 가장 먼저 인수위에 합류한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인수위 정무사법행정 분과 간사를 맡았다. 당내 유일하게 호남 지역구를 둔 의원이다. 또 박주선 전 부의장은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장에 임명됐고, 윤 당선인 직속 정무특보와 특별고문에는 유종필 전 국회도서관장,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이 임명됐다.

윤석열발 정계개편은 민주당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의 대선 승리로 여소야대 정국 속 집권 여당이 됐지만 여전히 국회 의석수는 106석으로 거대야당과 연대나 공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정국에서 윤 당선인의 선택지는 협치가 유일한 해법이다. 윤 당선인이 선거 유세 때 했던 민주당 안에 양식있는 정치인들이 상당수라는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민주당은 지금도 대선 패배 책임을 놓고 친문과 비문이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실제 민주당은 윤호중 비대위원장 거취를 놓고 당내 갈등이 불거졌다. 당초 이낙연계에서 비대위를 접수하려 했으나 실패했다는 말이 나온다. 반면, 이재명계에서는 대선과정에서 이재명 대선 후보를 밀어준 인사들이 공천과 경선에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윤 위원장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나아가 윤 위원장을 흔들면 이 후보를 지지했던 후보군들이 탈락, 이재명 세력들이 무너질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보이지 않는 계파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 원내대표 선출을 놓고도 물밑 신경전이 한창이다. 박광온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의 경선 과정에서 총괄본부장을 맡았고, 문재인 대통령의 민주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맡아 친문 인사로 뽑힌다. 이원욱 의원은 정세균계이지만 이 후보와도 가깝다. 다만 당내 계파 질서가 지난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결속력이 완화돼 표 계산이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또 기존 주류인 친문계의 행보도 주목된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말을 맞아 다소 구심력이 약화됐지만, 원내대표 경선을 계기로 다시금 결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당선인은 이런 점을 이용해 민주당 의원들이 국민의힘으로 넘어오기를 기대한다는 말이 나온다. 그런 점에서 윤 당선인은 여소야대 난관을 돌파하고 당내 계파 갈등을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카드가 신당 창당이 될 수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 유임 역시 그 연장선상이라는 해석도 있다.

정치공학적 접근, 오히려 역풍 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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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런 상황에서 윤 당선인이 국정 운영의 편의 때문에 민주당 의원 빼오기나 정치공학적인 합당 추진 등의 방식으로 여당 몸집을 키울 시 오히려 역풍이 불어 정권초부터 흔들릴 수 있다. 야권으로선 당의 생존과도 직결돼 있기에 협치는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당선인이 내각을 야당 몫으로 배분, 취임 후 여야 영수회담 등을 통해 야권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줘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에선 민주당이 국회 의석수에서 절대적으로 앞선 만큼 윤석열 정권에 맞서기 위해 권력구조 개편을 주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이 개헌 등 정치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예고했던 만큼 대통령 권력의 힘빼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이 협치의 조건으로 권력 분점을 요구하고 나올 경우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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