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을 함께 이끌던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이 지난 17일 풀려났다. 두 사람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 받고 수감됐다가 이날 가석방됐다. 두 사람은 2017년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났다. 업계에서는 두 사람의 영향력이 여전히 삼성에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두 사람에게 많이 의존했던 것으로 알려지기 때문이다. 이번 두 사람의 사회 복귀로 이재용 라인이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마저 나돈다.   

-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전실장·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17일 풀려나
- 2017년 미전실 해제와 함께 물러나...그래도 삼성 내 영향력은 여전


가석방심사위원회는 지난 11일 최 전 실장과 장 전 차장의 가석방을 결정했다. 이들은 지난달 15일 열린 3.1절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올랐지만 당시 위원회는 보류를 결정 했다. 두 사람은 과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이 부회장과 같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광복절에 먼저 가석방됐다. 현행법상 가석방은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채우면 가능하다. 법무부는 그동안 형 집행률이 55~95%인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심사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7월부터는 하한 기준을 5%포인트(p) 완화해 형기의 50%를 채운 수감자도 심사를 받을 수 있게 했다.

- 역대 사령탑 두루 거친 사령관들

지식백과 '나무위키'에 따르면 최 전 실장은 평사원에서 시작해 삼성전자의 부회장까지 올라간 인물이다. 업계에서는 당시 시점으로나 지금 시점으로나 상당히 특이한 승진 사례로 보고 있다. 최 전 실장은 삼성그룹 입사 지원 당시 1, 2, 3지망 모두 삼성물산을 썻다. 그룹 비서실에 있다가 삼성반도체 유럽 법인장(프랑크푸르트)을 역임 후 삼성전자 디지틸이미징 부분을 맡으면서 브로드 TV를 탄생시켰다.

초박형 TV를 위한 금형 생산 보고를 받고 처음 약속보다 두껍게 했다는 이유로 수십억 원 짜리 금형을 집어던졌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완벽을 기한다고 한다. 최 전 실장의 독기와 노력 덕분에 삼선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라는 정점을 찍은 후에는 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삼성그룹 미전실 실장으로 영전했다. 이 부회장의 가정교사라는 소문이 업계에 퍼질 정도로 삼성 오너일가의 굳건한 신뢰를 받는 멘토로도 알려진다. 
장 전 차장은 미전실 2인자로 최 전 실장과 함께 호흡을 맞춘 인물이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장 전 차장은 1978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삼성 회장 비서실 기획담당 이사보, 삼성기업구조조정본부 기획팀 상무ㆍ전무ㆍ부사장을 역임했다. 2009년 사장으로 승진해 삼성브랜드관리위원장을 맡다가 2010년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같은 해 이학수 실장이 물러나며 미전실의 지휘 공백이 생기자 가장 오랜 근무 경험을 가졌던 장 전 차장에게 힘이 실렸다. 그리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마저 갑작스럽게 쓰러지며 미전실의 권력이 더 강화되며 자연스레 장 차장의 입지도 더 다져졌다. 장 전 차장은 역대 사령탑 기능을 담당한 비서실,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을 모두 경험한 인물이다. 

그동안 미전실은 그룹의 인사·기획·계열사별 조정 업무뿐만 아니라 이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을 주도해왔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불법 로비한 의혹이 불거지자,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청문회장에서 미전실 해체를 약속했다.

삼성은 2008년 비자금 특검 때도 전략기획실을 해체하고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바 있다. 최 전 실장과 장 차장 역시 2017년 최시원 수사와 관련해 책임을 통감한다는 의미에서 미전실 해체와 함께 동반 퇴진의 뜻을 밝혔다. 당시 삼성은 미전실 해체를 포함한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면서 두 사람을 포함 팀장 전원이 사퇴한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미전실이 해체되면서 자연스럽게 최 실장과 장 사장이 퇴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국정농단 사태로 형을 사는 건 최시원뿐

한편 최 전 실장과 장 전 사장의 가석방으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인사들 대부분이 사면이나 가석방, 만기 출소 등으로 풀려났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총 51명을 재판에 넘긴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따라 지난해 12월 출소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안종범 전 경제수석은 출소했다.  현재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 중인 인사로는 최서원씨만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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