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명권 두고 신.구정권 충돌(?)...청문회 통과 절차 빡빡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오는 31일 임기가 끝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 인선에 험로가 예고된다. 총재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이 정권 교체기인데다 현 정권과 차기 정권이 충돌하면서 자칫 총재 자리 공석이 장기화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한은 총재 공백 현실화하나

한은에 따르면 오는 30일까지 총재 내정과 청문회가 진행되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과거 사례에 비춰 봤을때 후임자 선정과 관련해 두 번의 총재 청문회가 열리는데 청문회 통과까지 각각 16일, 19일이 소요됐다. 따라서 한은 총재 공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한은 총재 지명이 늦어진 이유와 관련해 억측이 난무한다. 일각에선 차기 한은 총재 임명권을 두고 현 정부와 차기 정부 인수위가 갈등을 빚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양측이 부인하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1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은행 총재 후임 지명권을 윤 당선인에게 넘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박 수석은 "5월9일까지 임기인데 인사권을 문 대통령이 하시지 누가 하냐"면서 "그것(지명권을 넘기는 것)은 상식 밖의 이야기"라며 "두 분이 만나셔서 나누실 수 있는 말씀 중에는 여러 가지가 다 포함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정해진 인사권 행사하지 않을 수 있겠냐"며 선을 그었다. 

반면 김기현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한은 총재는 지금까지 문재인 정권이 실패했던 소주성 경제정책, 부동산 실패, 재정 적자의 폭증을 시정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한국은행도 정책을 펼쳐야 한다"면서 "그런데 지금 임기 4년짜리 한은 총재를 전임 정부가 임의로 해버린다면 국민의 뜻하고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새 정부 의중이 반영된 중립인사 발탁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력한 후보로는 김소영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와 이승헌 부총재, 윤면식 전 한은 부총재가 거론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차기 한은 총재에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ㆍ태평양담당 국장이 내정됐다는 얘기가 있고 이 국장에 대해 청와대와 당선인 측의 의견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와 당선인 측이 사전 협의를 통해 이 국장을 한은 총재로 임명키로 합의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양측이 모두 부인했다.

이 국장은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경제학 학사 학위를,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을 역임했다. 이론과 실무는 물론 국제경험까지 풍부한 적임자로 차기 한은 총재 하마평에 계속 올랐던 바 있다.

- 공석 자리 당분간 대타 기용 가능성 

업계는 다음달 14일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 신임 총재가 취임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추측한다. 이 경우 한은은 이승헌 현 부총재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한은 정관은 '총재가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부총재가 그 직무를 대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의장도 겸한다. 이에 금통위는 오는 24일 회의에서 4월1일~9월30일 의장 직무를 대행할 위원을 결정할 예정이다. 금통위 의장 직무 대행 위원은 정해둔 순서에 따라 맡는다. 현재는 서영경 위원(2021년 10월∼2022년 3월)이고, 다음 차례는 주상영 위원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본지에 "현재로서는 후임 선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쉽지 않다"라며 "빠른 시일내로 후임인선이 마무리 돼 업무에 차질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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