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가 될 순 없어 …검찰 출신 인사 영입 경쟁

기업들이 검찰 출신 대통령 집권을 앞두고 검찰 인맥 쌓기에 나선 분위기다. [이창환 기자]
기업들이 검찰 출신 대통령 집권을 앞두고 검찰 인맥 쌓기에 나선 분위기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차기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시기. 국내 대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올 들어 시작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비롯해 그간 각종 고소·고발 이슈에도 꿈쩍하지 않던 대기업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등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검찰총장 출신이다. 그간 기업 중심의 경제 성장을 주도해 온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섣불리 나서지 못했던 검찰이 수사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진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기업들의 검찰 출신 인사 영입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최소한 ‘1호가 될 수는 없어서’가 그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염두에 두고 대기업 기업수사 대비 눈치작전
홀대 받던 전경련 등 경제 단체 尹 당선인 만나…위상 회복될까 기대

지난 3월21일 서울중앙지검이 검사 9명으로 구성된 2개 팀의 공정거래조사부(공조부)를 검사 15명의 3개 팀으로 확대했다. 해당 부서는 대기업을 비롯한 재계 수사를 전담하고 있다.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당선인의 취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단행된 검찰 조직 개편에 대기업을 비롯한 재계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이를 두고 ‘공정거래 사건의 증가에 따른 전문성 강화’가 그 배경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기업들은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분주한 물밑 작업을 시작한 모양새다. 혹시라도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서 기업 수사 대상의 목록을 작성하더라도 본보기가 될 수는 없다는 것.

첫 단추를 잘못 끼워 맞추는 순간 향후 5년이 힘들 수 있어서다. 참여정부 시절, 반대 측에 있으면서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던 한 기업가는 일요서울 취재진에게 “기업을 운영하려면 정권에 너무 가까이 지낼 수도 너무 멀리 할 수도 없다”며 “왼쪽도 오른쪽도 한 쪽만을 선택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털어서 먼지 안 나는 곳이 없듯, 계획적으로 찾아내고자 하면 잘 해왔더라도 실수한 곳 하나 없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업들이 문재인 정권에 잘 보이기 위해 애써 왔지만 이제는 윤석열 정부의 눈에 벗어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한 “검찰총장 출신인 만큼 기업들이 검찰의 눈치 보기가 없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검찰 출신이나 법조계 영향력 있는 인사 영입도 그런 방법 중에 하나”라고 덧붙였다. 

“1호가 될 순 없어” 검찰 출신 인사 잡아라

이미 재계에서는 검찰 출신 인사들의 몸값이 뛰고 있다는 소문이 흘러나온다. 이들의 사외이사 선임도 물밑에서 이미 경쟁이 치열하다. 가장 가까이 권익환 전 서울남부지검장이 눈에 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의 서울여의도고등학교 동창으로 알려져 있다. 한화는 3월29일 주주총회에서 권익환 전 서울남부지검장 사외이사 선임이 있다. 

최근 경영상 어려움과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두산은 윤웅걸 전 전주지검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허경욱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과 이준호 김앤장 변호사도 눈에 띈다. 허 고문은 박용만 회장과 경기고 및 서울대 경영학과 선후배 사이다. 이 변호사는 두산중공업 사외이사로 재선임 됐다. 

삼성전자의 법률 팀을 이끌고 있는 법률고문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대검 중수부) 출신의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최 고문의 중수부장 시절 중수 1과장을 지낸 바 있다. 같은 시기 검찰총장을 지낸 김준규 전 검찰총장은 지난 3월17일 삼성카드가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윤석열 당선인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조상철 전 서울 고검장은 롯데쇼핑 사외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멘토로 알려진 정상명 전 검찰총장은 윤석열 당선인과 부인 김건희씨의 결혼식 주례도 맡은 바 있다. 이미 2019년부터 효성 사외이사를 맡고 있으며, 내년 3월까지가 임기지만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정 전 총장의 사위는 최근 윤석열 당선인 비서실에 합류했다. 

전경련 등 경제인 단체 윤석열 당선인 만나

문재인 정권 들어 빛을 보지 못했던 경제인 단체들도 분위기 전환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21일 대통령인수위원회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비롯한 경제 6대 단체장을 만났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차기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메시지’라는 풀이를 내놨다. 

특히 박근혜 정권 당시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등의 국정농단 사태에 얽혀 곤혹을 치렀다. 각종 연루된 사건 등으로 몇몇 기업 오너들은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이와 관련 문 정권 초기 전경련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5년간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하지만 인수위가 전경련에 경제인 만남 주선을 요청하며, 회동이 이뤄졌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전경련이 이번 회동에 앞장서면서 위상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각 경제 단체들도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을 두고 기대하는 바가 크다. 그간 삐걱대던 상호간의 교루와 협력도 바라는 분위기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호응하면서 정부의 협력 파트너가 되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역시 검찰의 움직임을 배제할 수는 없다. 경제 정책과 검찰에 대한 견제 사이에서 어느 한쪽도 놓치고 갈 수 없다. 정부의 경제 정책에 발맞추면서도 검찰을 비롯한 수사기관을 예의주시하고 있어야 한다. 당장 정부의 방향을 예측하기 힘든 가운데 경제 정책의 동반자로 첫 대상이 되는 것도 부담이지만, 검찰 수사의 첫 대상이 되는 것은 더더욱 두렵다. 후보시절부터 ‘친기업 대통령’을 내세워 온 검찰총장 출신의 윤석열 당선인이 집권하게 될 차기 정부가 대기업을 어떻게 길들일지 정·재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경제 6단체장과 만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경제 6단체장과 만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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