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용산 이전, 면밀히 검토”...조건부 협조 의사 밝혀
尹 당선인 측, 文과 회동 ‘용산시대 개막’ 청신호 해석
공기관 인사권 문제도 논의 테이블 올랐지만 ‘평행선’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 28일 회동을 가졌다. 하지만 청와대 용산 이전과 관련, 양측이 ‘명쾌한 결론’을 내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윤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청와대 용산 이전,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50조 원 규모의 추경 편성, 인사권 등 양측이 이견을 보였던 의제가 모두 논의됐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이에 ‘조건부’ 협조 의사만 내비치는 등 전향적 협의가 이뤄졌다고 보기 힘든 만큼, 정권 이양기에 윤 당선인의 공약 행보가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만 해도 문 대통령은 ‘면밀하게 검토한 뒤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윤 당선인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의제는 예비비 집행이 필수인 만큼, 의결권이 있는 문 대통령이 사실상 키(key)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회동에 배석한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브리핑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전을 꼭 하고 싶다”는 윤 당선인의 말에 “이전 지역에 대한 판단은 오롯이 차기 정부의 몫이고, 지금 정부는 정확한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실무자 간에 이전 내용, 이전 계획, 시기를 따져 면밀하게 행정안전부나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담당 부서에서 (승인)한다고 한다면 협조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 측이 안보 공백 등을 이유로 집무실 용산 이전에 정면 반박한 것에 비하면 양측이 이견을 크게 좁혔다고도 볼 수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이 ‘면밀한 검토’를 전제했다는 점에서 청와대 용산 이전에 전적으로 동의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문 대통령이 이전 내용·계획·시기·예산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검토가 필요하다고 한 것은 ‘협조’보다 ‘유보’에 무게가 실린 발언으로 읽힌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이날 본지와의 취재에서 문 대통령 발언과 관련,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윤 당선인 계획에 무조건적 협조를 하겠다는 의중으로 보긴 어렵다”면서 “일단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한 반대 정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오히려 이전 관련 예산이나 구체적 계획에서 납득이 필요하다는 말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윤 당선인 측은 이번 회동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며 청와대 용산시대 개막에 청신호가 들어왔다고 보고 있다. 

장 비서실장은 회동 당일 “실무적으로 시기나 이전 내용을 서로 공유해 협조하겠다는 말씀으로 이해했다”며 청와대의 전향적 반응으로 해석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29일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에서 “용산 문제와 관련해 유영민 비서실장이 먼저 제안해주시고, 문 대통령께서도 이 부분 대한 언급을 해주시고 또 협조 의사도 피력해주신 걸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정상 회동에서 공공기관 인사권 문제도 논의됐지만, 장제원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 등 양측 참모진이 향후 추가 협의를 하는 선에서 마무리돼 원론적 대화에 그쳤다는 평가다. 양측은 그간 인사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인사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는 청와대의 논리와 협의사항이라는 윤 당선인 측 논리가 충돌한 것.

소상공인 긴급지원 추경안에 대해선 양측이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장 비서실장은 이날 회동에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추경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면서 양측 참모진이 실무 협의를 진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추경은 국회 의결 사항으로, 문 대통령의 동의가 이뤄진다 해도 거대 정당인 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힐 경우 추경안이 계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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