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라희, 삼성전자 주식 1.3조원어치 처분…이부진 서현 자매도 매각
- 블록딜 방식 매각에 피해 우려하는 개미투자자들 "더 이상 반복 없으면"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삼성그룹 오너 일가가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보유 지분 처분에 나섰다. 재계와 증권업계는 최근 삼성그룹 오너 일가가 블록딜(시간외 매매) 방식으로 보유 지분을 처분 중에 있다고 밝혔다. 블록딜 거래는 통상 할인율이 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시장가격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개인투자자들은 이후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20년 10월 이건희 회장 타계 당시 삼성전자 2억 4927만 주, 삼성물산 542만 5733주, 삼성SDS 9710주, 삼성생명 4151만9180주 등을 보유 중이었다. 부동산 및 미술품 등의 자산까지 합산하면 이건희 회장의 유산 규모는 약 26조 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상속세는 홍라희 전 관장의 3조 1000억 원, 이재용 부회장의 2조 9000억 원을 비롯해 총 12조 원의 규모에 달한다.

- 또 다시 주목받는 삼성 상속세

천문학적인 상속세다보니 삼성 측은 지난 해부터 5년 동안 6번에 걸쳐서 매년 분할납부를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지난해 3월30일에 2조 원 가량 납부 했고 올해도 납부기일(3월29일)이 도래하면서 이에 맞춰서 상속세 재원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앞서 오너 일가는 상속세 마련을 위한 주식 대량 처분에 나섰다. 지난 22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보유한 삼성SDS 주식을 절반 가량 처분했다. 이부진 사장이 150만9000여주, 이서현 이사장이 301만5000여 주를 처분해 1900억 원을 확보했다. 

평균 매매 가격은 주당 12만 7680원으로 21일 종가 14만 원 대비 8.8% 할인된 가격이다. 지난 28일에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주식 1994만여 주를 주당 6만8800원에 처분했다. 25일 종가 7만500원 대비 2.4% 할인된 가격이다.

문제는 블록딜 형태의 매각을 진행할 때 할인율이 적용되면서 주가 하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 삼성SDS는 지난 22일 블록딜로 인해 주가가 7% 넘게 급락했고, 삼성전자도 28일 7만전자 회복에 실패했다.

결국 대규모 상속세가 개인투자자 피해로 이어진 것이다. 온라인 주식커뮤니티에서도 "왜 하필 지금이냐"며 울분을 토로하는 개미투자자의 글을 읽을 수 있었다. 한 참가는 "이번에 상속세 일부를 갚아도 내년이면 또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이고 또 그 피해는 투자자 몫이 된다"며 "삼전만큼은 더 이상 떨어지질 않길 바란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 투자자의 의견처럼 일부 개미투자자들은 아직 10조 원 상당의 상속세가 남아 있어 추가 블록딜 우려에 투자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다만 증시 전문가는 오너 일가의 지분 매각은 상속세 납부를 위한 일시적인 일이어서 기업 펀더멘털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그룹 오너 일가가 상속세를 내기 위해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금액은 2조원 이상일 것"이라며 "향후 5년간 매년 5806억원의 재원이 필요하고 이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배당 확대와 보유 지분 추가 매각, 담보 대출 활용 등의 방법 활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만약 보유 지분 추가 매각이 필요하다면 지배구조에 영향을 적은 종목 중심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상속세 폐지 국가 늘어...우리나라는

한편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기본 50%에 최대주주 할증과세를 적용할 경우 60%까지 올라간다. OECD 37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OECD국가 가운데 15개 나라는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고, 4개 나라는 직계비속(자녀, 손자, 증손자 ) 한테는 상속세를 물지 않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 스웨덴과, 노르웨이, 체코 등 OECD 7개국이 상속세를 폐지하는 등 전반적으로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이 흘러가고 있다.

상속세 폭탄 한번 맞으면 웬만한 자산가라 할지라도 세금 내기 위해서 자산을 처분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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