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후보 지명자 향후 행보 주목...금리인상 등 당면과제 산적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지난 3월31일 8년간의 임기를 마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임으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국장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후보자는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에서 귀국해 한국은행 근처에 마련된 TF사무실에서 인사청문회 준비에 돌입했다. 정가와 금융권은 이 후보자의 총재 임명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다만 한은 총재로서 당면한 과제가 산적하다고 입을 모은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 지명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재가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재가했고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제출된 인사청문 요청안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배우자 명의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파트 한 채(14억7400만 원)와 송파구 문정동 오피스텔 전세권(3000만 원)을 신고했다.

본인 명의 재산으로는 경북 구미시 임야(11억2000여만 원)와 하천(731만 원), 충남 논산에 있는 상가(1억2947만 원), 2020년식 펠리세이드(2809만 원)를 신고했다. 예금은 본인과 배우자를 합쳐 13억8075만 원을 신고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낮 12시10분 박 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이 국장을 후보자로 지명했다고 밝혔다. 

박 수석은 이 후보자 인선 배경에 대해 "국내·국제 경제 및 금융·통화 분야에 대한 이론과 정책 실무를 겸비하고 있으며, 주변으로부터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경제, 재정 및 금융 전반에 대한 풍부한 식견과 경험, 글로벌 네트워크와 감각을 바탕으로 국내외 경제, 금융 상황에 대응하는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통화·신용 정책을 통해 물가와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회는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인사청문요청안을 접수하고 20일 안에 청문 절차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이주열 총재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 후보자는  빠르게 상승하는 물가 환경 속에서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당장 오는 14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결정이 예고돼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제로금리를 탈피해 연방기금금리를 0.00~0.25%에서 0.25~0.50%로 인상했다. 앞으로 금리를 계속 인상해 올 연말 1.9% 수준까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2020년 초 코로나19 충격이 시작되자 기준금리를 무려 0.5%포인트 낮추는 빅컷을 단행해 경기침체에 선제 대응했다. 이후 추가 인하로 사상 최저 수준인 0.50%까지 금리를 낮췄다.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는 국내 경제 금융 상황도 복잡하다. 금융 불균형 현상이 여전해 위협적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물가 상방 압력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경제성장률에도 부담이 생겼다. 이에 따른 통화정책 완화 정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새로운 정부와의 엇박자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후보 지명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의 합의 여부와 관련해 진위 논란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었다”고 했지만 윤 당선인측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고 즉각 부인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신구 권력간 갈등의 한 축으로 꼽히던 임기 말 공공기관 인사권을 두고 진실 공방까지 벌어면서 양측의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추경 관련 작업은 인수위에서 하고 제출은 윤석열 정부 출범하고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새 정부가 50조 원의 추경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이 유입되는만큼 소비자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간의 조합은 사라지고 정부와 한은 간 정책 엇박자가 커지게 되는 셈이다. 이에 이 후보자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 "정부와 긴장 속 조화 이룰 것"

이 후보자도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지난 1일 TF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균형있는 통화정책을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물가, 성장, 금융안정, 거시경제 전반적인 영향을 종합적으로 보고 그것이 정부 정책과의 일치성이 있고 일관성이 있고 서로 협조를"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뉴시스]

이어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어느 정도 잡을 수 있는 정책적 노력에 한은이 분명 시그널을 주고 역할을 해야 한다”며 기준금리 인상에 있어 가계부채를 고려할 뜻을 밝혔다. 또 자신을 매파(통화긴축 선호)나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나눈 건 적절치 않다며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결정할 것임을 강조했다.

한편 이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 오는 14일 금융통화위원회는 주상영 위원이 주재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위원간담회를 열고 오는 14일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 본회의에서 의장이 공석일 경우 주상영 금통위 의장 직무대행이 기자간담회를 주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은법 제14조에 따르면 '의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금통위가 미리 정한 위원이 의장의 직무를 대행한다'고 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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