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피고인이 피해자 A(여, 48세)에게 욕설을 하면서 자신의 바지를 벗어 성기를 보여주는 방법으로 강제추행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A의 성별․연령,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A에 대한 어떠한 신체 접촉도 없었던 점, 행위장소가 사람 및 차량의 왕래가 빈번한 도로로서 공중에게 공개된 곳인 점, 피고인이 한 욕설은 성적인 성질을 가지지 아니하는 것으로서 ‘추행’과 관련이 없는 점, A가 자신의 성적 결정의 자유를 침해당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점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단순히 피고인이 바지를 벗어 자신의 성기를 보여준 것만으로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추행’을 하였다고 볼 수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보아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강제추행죄의 추행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아. ‘밀폐장소에서의 성기노출’은 강제추행죄 성립

이 경우는 신체적 접촉이 없어도 예외적으로 밀폐된 공간의 경우 피해자가 성적결정의 자유를 침해당한 것으로 본다. 예컨대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13세 미만의 어린 여자아이와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성기를 꺼내 잡고 흔들다가 피해자 쪽으로 다가가는 행위는 위력에 의한 13세 미만자에 대한 강제추행죄(성폭법 7조 5항)가 성립된다.
 
▶ 대법원 2013. 1. 16. 선고 2011도7164, 2011전도124 판결
 
피고인이 아파트 엘리베이터 내에 13세 미만인 A(여, 11세)와 단둘이 탄 다음 A를 향하여 성기를 꺼내어 잡고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다가 이를 보고 놀란 A 쪽으로 가까이 다가감으로써 위력으로 A를 추행하였다고 하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은 나이 어린 A를 범행 대상으로 삼아, 의도적으로 협소하고 폐쇄적인 엘리베이터 내 공간을 이용하여 A가 도움을 청할 수 없고 즉시 도피할 수도 없는 상황을 만들어 범행을 한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비록 피고인이 A의 신체에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아니하였고 엘리베이터가 멈춘 후 A가 위 상황에서 바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는 A의 성적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에 의하여 추행행위에 나아간 것으로서 위력에 의한 추행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위력에 의한 추행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이 사안에 있어 원심은 피고인이 유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거나 피해자의 신체에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위력에 의한 추행으로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가 대법원에서 파기된 것이다. 원심은 아마 앞서 설명한 공공장소에서의 성기노출 판례(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1도8805 판결)의 취지를 따라 신체적 접촉이 없는 성기노출은 강제추행죄에 있어 추행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사안의 경우 ①피해자가 만 11세의 어린 여자인 점 ②엘리베이터 안이라는 밀폐된 공간인 점 ③피고인이 놀란 피해자에게 의도적으로 가까이 접근해서 위력을 행사한 점 등이 참작되어 대법원에서 원심을 깨고 ‘위력에 의한 13세 미만자 강제추행죄'를 인정한 것이다.
 
자. 강제추행범의 혀를 절단한 행위가 정당방위

강제로 키스를 하려는 범인의 혀를 깨물어 절단한 행위가 정당방위인가 과잉방위인가 문제된다. 사례는 범인들이 공동으로 새벽에 혼자 귀가중인 여자를 어두운 골목길로 끌고 들어가 음부를 만지고 반항하는 그녀의 옆구리를 무릎으로 차고, 강제로 키스를 하면서 혀를 집어넣었는데, 피해 여성이 범인의 혀를 깨물어 절단케 한 사안이다. 이 사안에서 대법원은 “피해 여성이 자신의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려고 한 행위로서,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 목적 및 수단, 행위자의 의사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위법성이 결여된 행위이므로 무죄이다.”라고 선고함으로써 피해 여성의 정당방위를 인정하였다(대법원 1989. 8. 8. 선고 89도358 판결).
 
Ⅴ. 준강간 ․ 준강제추행죄
1. 법 규정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형법 299조). 결국 강간죄나 강제추행죄와 처벌규정은 같다. 차이점은 강간․강제추행죄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상대방의 항거를 불능 내지 곤란하게 해 놓고 범행한 것인데 반해, 준강간․준강제추행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즉 전자는 범인이 작위적으로 상대방을 항거불능 등의 상태를 만든 경우이고, 후자는 상대방이 다른 원인으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놓인 것을 이용하여 범행을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음호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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