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권 확보 조현범 회장 항소 판결후에도 승기 잡을까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한국타이어 오너 일가의 경영권 다툼이 혼탁양상을 띄고 있다.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아버지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에 대한 법원의 한정후견 개시 심판 청구 기각 판정에 불복해 서울가정법원에 항고했다. 성년후견은 노령이나 질병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에게 후견인을 두게 해 돕는 제도다.  

- 한국타이어 조양래 한정후견심판 기각

서울가정법원 가사50단독(부장판사 이광우)은 지난 1일 조 이사장이 조 회장에 대해 신청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사건본인(조양래 명예회장)이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 있어 한정후견개시가 필요하다는 점에 관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조 명예회장에 대한 심문결과, 사건본인의 각 진료기록, 가사조사관의 조사보고서 등 이 사건기록과 심문 결과에 의해 의사의 감정없이 심판했다"고 설명했다. 판결 직후 조 이사장 측은 "일방적이고 비상적인 판결"이라며 "재판부에서 진료기록 중 일부에 대해 청구인이 열람하지 못하게 막아 현재 사건본인의 객관적 정신건강상태 확인이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황 증거에 대해서도 가족들간의 주장이 엇갈리고 다툼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의료감정 절차를 건너 뛰고 한정후견 기각 결정이 난 것은 후견 재판에 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조 이사장 측은 그동안 대형병원에 조 명예회장이 입원해 정밀 정신감정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4군데 대형 병원을 지정해 검사 받을 것을 요구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4곳의 병원에서 ‘감정 진행 불가’입장을 전달했다.

법원은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정밀 정신감정 없이 제출된 과거 진료기록을 토대로 사건 당사자들이 각자 지정한 전문가의 의견서를 제출하도록 명령했다. 이후 조 명예회장 측이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조 이사장은 과거 진료기록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전문가의 입장을 함께 첨부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조 이사장 측은 지난 4일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가정에서 발생한 정황 증거에 대해서도 가족들간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재판에서 객관적 기관의 의료감정 절차를 건너 뛰고 한정후견 기각 결정이 이뤄진 것은 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부당한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조 이사장은 아버지 조 회장이 2020년 6월 차남인 조현범 당시 사장에게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 주식 전부를 매각하자 "아버지의 결정이 자발적 의사에 의한 것인지 객관적 판단을 받고 싶다"며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했다. 당시 조 명예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인 23.59%(2194만2693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조현범 사장에게 매각했다. 

- 경영권다툼 차남 조현범 승리

한편 업계는 조 이사장이 항소의 뜻을 밝힌만큼 추후 열릴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조현범 회장이 승기를 잡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이미 조 회장이 조 명예회장의 지분을 모두 인수해 42.9%(3990만1871주)를 보유한 한국앤컴퍼니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장남 조현식 고문(19.32%), 조 이사장(0.83%), 차녀 조희원(10.82%) 등 세 명이 보유한 지분이 합쳐져도 조 회장을 이길 수 없다. 최근 진행된 인사에서도 조 회장은 사장에서 승진해 그룹 전면에 나선 반면 장남 조현식 씨는 고문으로 경영 일선에서 배제됐다. 주총에서도 사내이사로 연임되지 않았다. 조 고문은 지난달 24일 입장문을 내고 "이한상 고려대 교수를 한국앤컴퍼니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모시는 것이 마지막 소명”이라며 "이후 대표이사에서 사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부친 조양래 회장도 이때 회장에서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업계는 이 인사와 관련해 조 회장이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총에서 단독 수장이 된 조 회장은 "그룹 핵심 브랜드인 '한국(Hankook)'을 중심으로 미래 모빌리티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며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을 론칭해 업계 최초로 전기차 타이어 풀 라인업을 갖춘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앞서 조 명예회장은 경영권 갈등이 소송전으로 번지자 "딸에게 경영권을 주겠다는 생각은 단 한 순간도 해 본 적이 없다"며 "조현범 사장을 전부터 최대 주주로 점 찍어 뒀다"고 밝혔다. 다만 조 이사장이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의 뜻을 밝혔고 이후 진행될 항소심에서 승소 결론을 맞게 되면 오너 일가의 경영권 다툼이 진흙탕 싸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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