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아젠다 2050>2020년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노동의 미래에 대한 우울한 전망이 보인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경우 세수는 줄어들고 실업으로 인한 복지재정 수요가 크게 증가하여 정부의 재정부담뿐만 아니라 취업자들의 과세부담도 크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미 20165월 유럽의회에 제출된 공식보고서(DRAFT REPORT)에서도 로봇공학과 인공지능의 개발로 인해 인간이 수행하는 작업의 상당 부분을 로봇이 대체할 수 있게 되며, 현재의 과세 기반이 유지되는 경우 사회보장제도의 실효성과 고용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증대된다.”고 내다봤다.

일하지 못하는사람들이 늘어나는 세상은 당연히 일하는 사람들의 부담증가를 초래한다. 이미 지금도, 일은 하지만 인간다운 삶을 위해 필요한 소득을 얻지 못하는 국민이 부지기수다. 여기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된다. 지난 2008년 도입된 근로장려금 제도도 그중 하나다. 근로소득, 사업소득 또는 종교인소득이 있는 거주자로서 부부합산 연간 총소득금액이 기준금액(단독가구 2,200만원, 홑벌이 가구 3,200만원, 맞벌이 가구 3,800만원) 미만이고, 본인을 포함한 가구원 모두가 소유하고 있는 재산(주택, 토지 및 건축물, 승용자동차, 전세금, 금융자산, 유가증권, 회원권, 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등) 합계액이 2억원 미만일 경우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조건에 맞는 가구가 과연 얼마나 될까 싶지만, 제도가 도입된 2008년부터 2020년까지 13년간 2,291만 가구에게 근로장려금 213,280억 원이 지원됐다. 2014년 귀속분부터 자영업자(전문직 제외)도 장려금 지급대상에 포함되어 지급 가구와 금액이 크게 증가했다. 2020년 한해기준 자영업자 168만 가구에게 18,233억원의 근로장려금이 지원됐다. 앞으로 증가세가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로봇세를 도입해 인간의 실직에 따른 지원재정으로 사용하자는 주장도 있으나, 로봇세 자체가 기술혁신의 장애물이 될것이라는 비판적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일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국가가 어떻게 보살필 것인가 하는 과제가 인류 공통의 무거운 숙제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요새는 꿀벌도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올해 들어 제주와 전남, 경남 등 남부지역을 시작으로 꿀벌 실종사태가 전국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50만 개 이상의 벌통과 꿀벌 약 100억 마리가 집단 실종됐다고 한다. 문제는 이렇게 전국적으로 꿀벌이 사라지는 것이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에 따르면 2010년 꿀벌 대량실종사건 이후 매년 평균 28.7% 꿀벌이 사라지고 있으며, 유럽, 남아프리카, 중국 등의 지역에서도 꿀벌이 집단으로 사라지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진다는 끔찍한 경고를 하기도 했지만, 꿀벌의 실종은 실제로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되는 지구적 사건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꿀벌은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주요 작물 중 71종의 수분(受粉) 작용을 돕는다. 인간이 재배하는 작물 1,500종 중 30%의 수분을 책임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5년 하버드 공중보건대 연구팀이 국제 의학학술지 '더 랜싯'(The Lancet)‘, 꿀벌이 사라질 경우 식량난과 영양 부족으로 한 해에 142만 명 이상이 사망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100억 마리의 꿀벌이 만약 하루 10번의 수분 활동을 한다고 가정하면 하루 1000억 번 수분할 수 있다. 인간이 아무리 많이 투입된들 이 정도의 수분을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로봇으로 인해 인간의 일자리가 사라지면 로봇에게 과세해 인간의 부족한 소득을 보전하려는 시도가 시작됐듯, 꿀벌이 사라지면 작물을 수분시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사람의 노동력을 투입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만 한다.

자의건 타의건, 인간이나 동물, 곤충 할 것 없이 대량실직과 대량빈곤, 대량사멸의 공포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인류가 생존과 번영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듯, 벌꿀을 살리기 위한 고민과 연구도 당연히 많아져야 한다. 외국에서도 꿀벌의 생존을 위한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들이 진행되는 상황이다. 인수위에서도 이 문제를 비중있게 다뤄서 새 정부에서 다양한 연구와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체계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제대로 준비하는 국가만이 다가올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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