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부가 인터넷 뒤져서 찾았대. 여기는 미군 야외 훈련장이었는데 딴 데로 옮겨가고 비워 있던 노른자위 휴양지래.”
언니 혜리가 남편 방준기를 흘깃흘깃 보면서 설명했다.  

방준기가 가져온 대형 텐트와 민우, 세리의 1인용 텐트가 나란히 쳐졌다. 조 팀장이 대형 텐트 옆에 어머니 텐트를 쳤다. 모두 강가에서 조금 떨어진 소나무 숲이었다. 큰딸 혜리 부부의 큰 텐트에서 맥주를 겻들인 점심을 먹고 나자 해가 뉘엿해졌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그날 밤이었다.

어머니 박풍자 회장과 막내 딸 세리는 일찍 자기 텐트로 들어갔다. 운전사 조 팀장은 캠핑카 안에서 혼자 잠들었다.
민우와 혜리, 그리고 방준기는 큰 텐트에서 고스톱을 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자 세 사람은 모두 열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민우가 계속 돈을 따자 혜리와 준기는 약이 올라 얼굴이 점점 달아올랐다. 민우가 한번 화장실에 가는 동안 혜리와 준기는 여러 차례 텐트 밖을 들락거렸다.  

“판돈을 올려요. 점당 2천 원.”
혜리가 잃은 돈을 만회할 생각으로 제의를 했다.
“후회하기 없기. 그리고 둘이서 아까처럼 짜고 치면 가만 두지 않는다.”
민우가 다짐을 했다. 시간은 벌써 12시를 넘고 있었다.
그때였다.

-불러 봐도 울어 봐도 못 오실 어머님을 
원통해 불러보고 땅을 치고 통곡해요
다시 못 올 어머니여 불초한 이 자식은⋯

텐트 밖에서 들릴 듯 말듯하게 노래 소리가 들렸다. 진방남의 ‘불효자는 웁니다’라는 노래였다.

“엇! 저거 어머니 십팔번인데. 어머니가 아직 안주무시고 노래 듣고 있나봐. 못 말리는 노친네⋯”
민우가 고개를 흔들었다.
“엄마도 참, 늙으면 잠이 없다니까.”
“근데 어머니가 부르는 것은 아닌데?”

“내가 사 드린 핸드폰이야. 그게 뮤직 박스 역할도 하거든⋯ 가만, 가만, 투 고.”
혜리가 모처럼 좋은 패를 쥔 모양이었다.
그 때였다.
“으악!”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엄마 텐트야.”
방준기가 먼저 뛰어나갔다. 두 사람이 뒤따라 어머니 박풍자 회장의 텐트로 뒤따라 달려갔다. 
“엄마!”

혜리가 소리쳤다. “어머니!”
그러나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으나 어머니가 바닥에 누워 있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전민우가 핸드폰 플레쉬를 켰다. 불빛아래 들어난 어머니의 모습은 모두를 경악하게 했다.
“아아악!”

어머니 박풍자 회장이 반드시 누운 채 가슴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가슴에는 칼이 꽂혀 있었다.
“엄마!”
“어머니!”
 

[작가소개] 권경희는 한국 여류 추리작가이다. 1990년 장편소설 '저린 손끝'으로 제1회 김내성 추리문학상을 수상하고 문단에 등단했다. 주요 작품으로 장편 추리소설 '거울 없는 방', '물비늘', 실화소설 '트라이 앵글', 단편으로 '검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등 수십 편이 있다. 수필집 '요설록', '흔들리는 삶을 위한 힌트'등이 있다. 중견 소설가이면서 상담심리 전문가로 <착한벗 심리상담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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