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원그룹 대주주만 유리한 합병 결정...저평가 논란 지적도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동원참치'로 유명한 동원산업이 개미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최근 동원그룹이 동원산업과 비상장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을 결정한 것이 논란의 발단이 됐다. 일부 투자자들은 "대주주 입장에서만 유리하도록 합병이 진행됐다"며 주주대표 소송을 예고했다. 

- "소액주주에 불리한 합병" 논란

일요서울이 전자공시시스템을 확인해 본 결과 지난 7일 동원산업은 주식사항보고서(회사합병결정) 공시를 통해  1대3.8385530 비율로 비상장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한다고 밝혔다.

지난 7일 동원산업은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합병에 대해 공시했다(왼쪽) 안진회계법인이 같은날 외부평가 여부에 대한 평가 공시를 했다(오른쪽)
지난 7일 동원산업은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합병에 대해 공시했다(왼쪽) 안진회계법인이 같은날 외부평가 여부에 대한 평가 공시를 했다(오른쪽)

동원산업(주)는 본건 합병 전에 주식분할을 통해 액면금액을 5000원에서 1000원으로 변경할 예정이고 위 합병비율은 주식분할 완료 이후를 전제로 산정했다고 공시했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동원산업 기업가치를 약 9100억원(산술평균주가 24만8961원 적용)으로 평가하고 비상장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약 2조2000억원(주당 19만1130원 적용)으로 평가했다.

합병 후 존속회사의 상호는 동원산업(주)가 된다. 합병 목적으로는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의 극대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및 경영의 효율성 제고를 실현하고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7일 현재 동원산업(주)의 최대주주는 (주)동원엔터프라이즈로, 동원산업(주)의 지분 62.72%를 보유하고 있다. (주)동원엔터프라이즈의 최대주주는 김남정(개인)으로 (주)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 68.27%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합병 이후 합병법인인 동원산업(주)의 최대주주는 김남정(개인) 부회장으로 48.43%의 지분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합병 후 (주)동원엔터프라이즈는 해산할 예정이며, 동원산업(주)는 합병 후에도 존속회사로 계속 남아 (주)동원엔터프라이즈의 모든 권리, 의무 및 지위를 승계할 예정이다. 김 부회장의 아버지는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고, 형은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이다.

합병 발표 직후 동원산업 소액주주들과 펀드매니저들이 반발했다. 소액주주들은 회사 측이 미국 1위 참치캔 회사 스타키스트의 기업가치를 과소평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스타키스트 기업가치를 반영한 동원산업의 기업가치가 최소 1조4054억원, 주당평가액으로 38만2140원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생 헤지펀드 운용사인 블래쉬자산운용의 백지윤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동원산업의 100% 자회사 스타키스트는 미국에서 참치를 파우치형태로 판매하면서 매년 두자리수 성장을 하고 있고 앞으로 참치 뿐만 아니라 연어 닭고기 등 제품군도 다양화 할 계획이다"라며 "지난해 영업이익 1363억 원을 기록했고 내면 미국에서 성장하는만큼 스타키스트 인수합병 가치는 2조 원 이상일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동원지배주주일가는 고성장하는 자회사를 가진 동원산업의 일반주주를 내쫓고 그들에게 향후 돌아가게 될 이익을 강탈해서 본인들의 부를 더욱 쌓으려고 이 하볍을 추진하고 있다"며 "참으로 저열한 짓이다"라고 비판했다. 
 

신생 헤지펀드 운용사인 블래쉬자산운용의 백지윤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왼쪽) 한유정 대신증권 애널리스트의 분석 보고서(오른쪽)
신생 헤지펀드 운용사인 블래쉬자산운용의 백지윤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왼쪽) 한유정 대신증권 애널리스트의 분석 보고서(오른쪽)

한유정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7일 '동원산업을 통한 동원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리포트에서 "합병 효과는 지켜봐야"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액면분할과 동원엔터프라이즈 흡수합병으로 동원산업의 주식수가 367만주에서 6326만주로 17배 가량 증가되나 합병 법인의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지분(48.4%),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지분(17.4%), 자사주(20.3%) 합산 지분율은 86.1%로 유동주식비율은 합병 이전 보다 축소된다"며 "액면분할에 따른 유동성 확대는 긍정적이나 합병 배경이나 효과에 대한 부분은 다소 모호하다는 판단(이다)"라고 분석했다.

- 지배구조 단순화 하기 위한 합병

사측은 공시에서 “자본시장법상 규정된 평가 방법에 따라 합병 비율을 정한 것”이라며 “동원산업과 (주)동원엔터프라이즈는 이번 합병을 통해 동원그룹의 지분 관계를 기존 보다 단순화함으로써 지배구조 측면에서 경영효율화를 도모할 수 있고, 회사 내 조직 운영 측면에서도 기존 인적ㆍ물적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안전회계법인은 외부평가에 관한 사항 공시를 통해 "합병법인이 피합병법인을 합병함에 있어서 합병비율의 기준이 되는 주당평가액은 합병법인 24만8961원(주당 액면가액 5000원), 피합병법인 19만1130원(주당 액면가액 5000원)으로 산정됐다"며 "(따라서) 합병당사회사 간 합의한 합병비율 1:0.7677106은 적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편  합병 공시 이후 첫 거래일인 11일 동원산업 주가는 14.15% 급락했다. 13일 주가가 1.09% 반등하며 23만2000원에 마감했지만, 합병 결정 전과 비교해 여전히 12% 하락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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