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파격 인사다. 20대에 고시 합격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정치권 한 인사는 연대장이 국방부 장관이 됐다고 평했다. 그 뒤에는 윤석열 당선인의 의지가 다분히 뭍어난다. 빌미는 문재인 대통령이 제공한 측면이 있다. 검수완박 입법 강행처리를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이야 한동훈 카드를 진작부터 갖고 있었다고 해명하지만 곧이곧대로 믿기는 힘들다. 검수완박은 한 마디로 검찰에게서 수사권을 박탈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당론 채택뒤에는 임기말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요구가 한몫했을 것이란 짐작도 가능하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과의 악연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도 검수완박에 집착하는 원인일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신구 권력 대충돌이나 벼랑끝 대치니라는 평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충돌 한가운데 서 있는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누구인가. 사시 27회 소년급제했고 윤 당선인과는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2017~2019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20197월부터는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각각 윤 당선인을 보좌했다. 불혹의 나이(49)로 윤 당선인의 모친의 고향인 강원도 출신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승승장구하지 못했다. 오히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에 관여하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한 후보자는 한직으로 밀려났다. 그는 반부패·강력부장을 6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4번 연속 비수사 부서로 사실상 좌천됐다. 그런 그가 수사권 지휘를 갖고 있는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됐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곳이 있다. 청와대와 여의도 그리고 서초동이다. 일단 문 대통령과 측근들은 한 후보자의 등장만으로 향후 검찰의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 노심초사다. 당장 울산시장 청와대 개입의혹사건과 탈원전관련 수사가 청와대를 향하고 있다. 국회가 있는 여의도 역시 매한가지다. 추미애 전 장관은 한 후보자와 사사건건 부딪혔다. 오죽하면 한 후보자가 추미애 시절 해악 심각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힐 정도다. 이미 한 후보자는 추미애 법무부장관 시절 추미애씨라고 불러 갈등을 빚기도 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관련해서도 추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해악이 심하다고 싸잡아 공격했다.

검찰들이 몰려 있는 서초동 역시 긴장하기는 매한가지다. 기수가 워낙 낮은 파격인사로 향후 검찰내 윗기수들의 도미노 자진사퇴가 이뤄질 공산이 높다. 현재 사법연수원 20기인 김오수 검찰총장을 제외한 검찰 내 최고참 기수는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비롯한 23기로 한 후보자와 4기수나 차이 난다. 한 후보자의 선배 기수만 23명에 이르고 추·박 장관 시절 요직에 오른 검사들도 같은 시기에 고초를 겪은 한 후보자의 입장에서 달가울 리 없어 대규모 도미노 인사가 예상된다. 서초동에서 사실상 한 후보자를 사실상 검찰총장이라고 평하는 이유다

한동훈 카드에 역풍도 우려된다. 5년은 짧기도 하지만 긴 기간이다. 그런데 집권 전반전부터 너무 힘을 쏟아붓는 모양새다. 집권 후반기때 자칫 동력이 떨어져 조기 레임덕이 올 수도 있다.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효과도 있다. 유권자 절반이상은 윤석열 당선인을 지지했지만 절반가까이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다. 한동훈 카드를 너무 빨리 보여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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