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 연금공약에 부담(?)...文정부 기관장 줄사퇴 신호탄 관측도

[일요서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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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최근 보건복지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김 이사장의 임기는 1년4개월 가량이 남은 시점이다. 김 이사장 측은 사임 이유를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관련 업계는 새 정부가 연금 개혁을 공약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는다. 일각에서는 문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의 줄사퇴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 尹 연금개혁에 부담 느꼈나

16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최근 복지부에 사표를 제출했다. 국민연금 이사장 임기는 3년으로, 김 이사장 임기는 종료일인 내년 8월 30일까지 1년 4개월이 남은 상태다. 사표 수리되면 이르면 오는 18일 전북 전주시에 있는 공단 본부서 퇴임식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이사장은 17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전날 사직서를 낸 데 대해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라 사퇴 이유를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사표 수리 후에 궁금해하는 부분을 모두 알려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인수위 쪽) 그런 외부 압력 같은 건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사표 이유에 대해 사전에 공단 임직원들에게 특별한 언급을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그의 돌연 사태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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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안팎에서는 이미 새 정부에서 연금개혁을 공약한데다,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 개혁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에 따라 현직 이사장으로서 임기를 채우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윤 당선인과 공동정부를 합의한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또한 김 이사장의 정치 이력도 사퇴에 한 몫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경기 이천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이에 따라 정치적 색채가 분명한 그로서는 정권이 바뀌면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 새정부 출범 앞두고 살얼음판 걷는 수장들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구성한 이후 임기가 남은 주요 공공기관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김 이사장이 처음으로, 현직 공공기관장 줄사퇴의 신호탄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새 정부 출범 후 임기가 남은 기관장들은 새 정부와의 불편한 동거를 앞두고 가시방석으로 알려진다.

이들 기관장 중 일부도 정권 코드 인사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상황은 매 정권이 바뀔때마다 불거졌던만큼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정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9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바뀌었을 때 공공기관 178곳 중 95곳의 수장이 교체됐다.

기관장 절반 이상이 정권 교체로 자리를 떠난 셈이다. 정치 성향이 비슷한 정권이 출범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명박 정부 이후 출범한 박근혜 정부 역시 공공기관 261곳 중 31.4%인 82곳 기관장을 교체했다.

현 정부에서도 같은 처지의 기관장들이 있다. 지난해 9월27일 신인규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보도자료를 통해 "어제(26일) 기준으로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350개 공공기관을 전수 분석한 결과, 여당 출신 국회의원 기관장만 해도 7명에 달하고 있다"며 "21대 총선에서 여당 명함을 달고 출마했던 인사와 당직자 출신 기관장도 전문성과 무관하게 공공기관장과 기관 간부 등으로 진출한 사례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 이삼걸 강원랜드 사장, 손창완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이고, 조중희 워터웨이플러스 대표이사와 노항래 한국도로공사서비스 사장 등도 낙하산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연구 결과를 발표한 기업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공기업 36개 중 31개 기관장이 1년 이상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이중 17곳 기관장들의 임기는 2년 이상으로 새 정부와 ‘불편한 동거’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인사혁신처장 출신인 황서종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복지부 2차관을 역임한 강도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과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지낸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이 대표적인 관료 출신 기관장이다. 진승호 한국투자공사 사장, 임해종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반장식 한국조폐공사 사장도 기재부 공무원 출신이다. 공단 이사장 등은 공단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과 복지부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임명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본지에 "정권교체 시기와 맞물려 공공기관장들이 바뀌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언제가는 해결 될 문제인 것은 틀림없다"라며 "전문성 없이 정치적 바탕으로 수장에 오르는 것에 대해서는 이제라도 정치권이 각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권 시기에 맞물려 교체되는 수장들 중 절반 이상이 전문성 없이 자리를 꿰차 논란이 됐던 점을 꼬집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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