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실무상 문제가 많이 되는 사례

사실 최근에 성범죄 사건 중 가장 많이 문제가 되는 것이 준강간죄이다. 특히 잘 아는 사이에서 술을 먹은 뒤 성관계를 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더욱이 둘이 약간 썸을 타는 사이라든지, 과거 성관계를 했던 사이인 경우 등 어느 정도 애정라인에 놓인 경우에 남자와 여자의 생각이 동상이몽(同床異夢)인 경우가 많다. 그 결과 남자는 여자가 동의한 것으로 생각하고 성관계를 맺었다가 나중에 준강간죄로 고소당해 형사문제로 발전하곤 한다. 준강간죄로 고소가 될 경우에 죄의 성립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큰 쟁점은 ‘성관계 당시 여자가 정신이 있었는가, 그리고 성관계에 동의를 하였는가’ 등인데 사실 극히 주관적인 부분이라 앞뒤 정황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흔히 수사단계에서는 당일 만남이 성사된 경위, 성관계를 한 장소에 이른 과정, 성관계 당시의 상황, 성관계가 끝난 뒤의 정황, 그 뒤의 쌍방의 문자메시지, 여자가 고소에 이른 경위와 시기 등을 살펴본다. 특히 최근에는 모텔 주변이나 입구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 동영상 자료를 빨리 확보해야만 한다.9  모텔에 들어갈 당시 여자의 행동을 자세히 살펴보면 어느 정도 정신이 있었는가를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변호했던 사건들 중에는 여자가 남자와 술을 같이 먹고 함께 멀쩡하게 모텔에 들어가 성관계를 맺고는 나중에 술에 취해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면서 남자를 준강간죄로 허위 고소한 사례도 많았다.

한편 모텔 부근의 CCTV 앞에서는 만취상태로 남자에게 부축당해 들어가 놓고는 막상 모텔 안에서는 여자가 남자 위에 올라타 성관계를 하였음에도 나중에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고소하는 사례도 있다.10  문제는 모텔 안에서의 일은 아무런 증거가 없고, CCTV상 동영상을 보면 꼼짝없이 남자가 술에 만취된 여자를 모텔에 데리고 가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해 간음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우 사실 남자가 무죄를 입증한다는 것이 아주 어렵게 된다. 이 때 남자 입장에서는 침착하게 대처해야 하는데, 절대로 불안한 마음에 섣부른 사과를 해선 안된다. 그러한 사과문구가 나중에 본인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처할 경우에는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대처하는 것이 좋다.11  
 
5. 사례별 연구

가. 피해자가 ‘필름 끊긴 상태’에서 남자와 성관계를 해도 성관계 당시 피해자에게 의식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 무죄(블랙아웃 사례)

이 사안은 그동안 법원이 여자의 진술과 기억에 의존하여 준강간의 성부를 결정해온 종래의 태도12 에 제동을 건 중요한 판례이다. 법원은 피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였고 당시 상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음을 인식하고서 이를 이용하여, 즉 준강간의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를 간음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이런 경우 피해자가 성관계를 할 때는 의식이 있었지만 나중에 이를 기억해 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black out 상태). 이번 판결은 그동안 애매해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준강간죄의 판단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즉 이 판결로 인해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평가함에 있어, 피해자의 주관적인 의사나 기억보다는 객관적으로 드러난 피해자의 행동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원칙이 확립될 것으로 기대된다. 준강간죄 역시 고의범이므로 그 고의를 평가함에 있어, 행위자인 피고인의 입장에서 봐야지, 피해자의 입장에서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매우 타당성이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 대법원 2015. 5. 29. 선고 2015도1984 판결
 
[공소사실의 요지]

가. 준강간의 점

피고인은 2014. 1. 4. 22:00경 서울 강남구 C에 있는 D에서 피해자 E(여, 23세)가 술에 만취하여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고서 피해자를 간음하기로 마음먹고, 같은 날 23:10경 서울 관악구 F에 있는 G 모텔(이하 ‘이 사건 모텔'이라 한다) 301호실로 피해자를 데리고가 침대에 눕힌 다음 옷을 벗기고 피해자의 음부에 피고인의 성기를 삽입하여 간음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항거불능 또는 심신상실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나. 강간미수의 점

피고인은 계속하여 피해자를 화장실로 데려가 욕조 안에 넣었다가 피해자가 정신이든 후 구토를 하다가 힘이 없어 다시 침대 위에 눕자 그 옆에 누웠다. 피해자가 집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하자,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너 못 가! 집에 가면 강제로 해 버릴거야”라고 말을 하면서 갑자기 피해자의 몸 위로 올라가 손으로 두 팔을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다음, 피해자의 입, 목과 가슴에 키스를 하고 피해자의 손을 가져다 피고인의 성기를 만지게 하는 등 반항을 억압하여 강간하려 하였으나, 피해자가 완강히 거부하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부동산, 형사소송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2018년, 박영사)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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