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조 원 규모 서울시금고 두고 우리은행과 대결서 승리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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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3연임에 초록불이 켜질 전망이다. 약 48조 원 규모의 서울시금고 유치전에서 우리은행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졌다. 신한이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보이고 있어 진 은행장이 연임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 48조 원 서울시금고 운영자로 선정

서울시는 지난 14일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는 신한은행을 1·2금고 운영 은행으로 선정했다. 이번 입찰에는 KB국민·우리은행 등이 참여했지만 신한이 승기를 잡았다. 이번 선정으로 그동안 1금고만 맡았던 신한이 1·2금고를 모두 맡는 첫 금융사 타이틀도 얻는다. 

신한은행은 2023년 1월1일부터 2026년 12월31일까지 서울시금고 운영권을 갖는다. 1금고는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담당하며 올해 예산은 44조2000억 원이다. 2금고는 기금을 담당하며 서울시가 특정한 목적을 위해 별도로 자금을 신축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을 때에 사용되는 예산을 관리하는 곳으로 올해는 3조5000억 원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심사는 ▲대내외 신용도와 재무구조의 안정성(25점) ▲시에 대한 대출·예금금리(20점) ▲시민의 이용편의성(18점) ▲금고업무 관리 능력(28점) ▲지역사회 기여·시와의 협력사업(7점) ▲녹색금융 이행실적(2점) 등 크게 6개 항목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선정위는 신한은행에서 운영하는 전산시스템에 많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진다. 신한은행의 전산시스템은 인천시금고를 운영하면서 터득한 노하우가 상당부분 포함됐다. 신한은행은 인천시금고를 운영하면서 서민들의 편의를 위해 무인세금납부 도입, 인공지능(AI)·챗봇시스템 등 다양한 전산시스템을 도입·운영 중이다.

신한은행은 금고은행으로 선정된 이후 상암동에 ‘시금고 IDC센터’를 구축하고 시금고 시스템을 은행 시스템으로부터 완벽하게 분리시켰다. 또 청사 인근에 시금고 통합센터를 만들어 접근성을 높였다. 이로 인해 서울시 공무원과 자치구 입찰 사업을 수행하는 사업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신한은행 선정 이유에 대해 블로거 '경제사이다 김과장'은 "선정되기 까지 시에 대한 금리가 가장 큰 영향을 주지 않을까 분석한다"라며 "그 이유로 2018년도 배점이 18점이던 항목이 20점으로 높아져 은행들이 이자 경쟁을 하도록 유도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신한에서는 정기예금 예치금리와 공공예금 적용금리 등 시에서 중요하게 판단하는 이 부문에서 높은 점수르 받았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여기에) 협력 사업비도 합격점을 받은 데다가 시민 편의성 평가에서도 다른 은행보다 ATM대수도 서울 시내에서 약 2000대 이상 운영하고 있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 디지털 OCR 등 편의성이 증진된 부분 가점 평가

업계는 이번 시금고 선정이 은행 차원에서도 큰 영광이지만 진 행장 개인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3연임 성공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진 행장의 임기는 오는 12월 31일 종료된다. 진 행장은 2020년 신한금융지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로부터 2년의 새로운 임기를 부여받았다. 통상 은행장의 임기가 ‘2+1년’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에 진 행장이 임기 동안 심혈을 기울인 분야는 디지털 경쟁력 확보와 시금고 탈환이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진 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출시를 앞둔 개인뱅킹 뉴 앱과 종합 기업금융 플랫폼 개발에 신한의 모든 경험과 역량을 모으고 있다”며 “고객과 시대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 독보적인 플랫폼을 선보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시금고 쟁탈을 위해 박성현 신한은행 기관그룹장 부행장을 전면에 내세웠던 것이 주효했다.

신한금융지주에서 전략·지속가능경영부문(CSSO) 부사장을 역임하다 이번 입찰전을 앞두고 지난해 말 다시 신한은행으로 돌아왔는데 진 행장이 서울시 금고운영권 사수를 위해 경험 많은 박 부행장을 직접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행장은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신한은행로서는 굉장히 큰 쾌거이고 행운이며 직원들이 참 고생을 많이 했고 좋은 결과를 가져다줘 고맙다”고 했다.

[일요서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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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서울시 금고 운영에 있어서 지난 4년 동안 디지털 전환이 많이 됐다”며 “디지털 OCR 등 편의성이 증진된 부분을 서울시 측에서도 분명 체감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인천시금고 선정에도 한발짝 다가 설 전망

그렇다면 왜 시중들은행들이 시금고 운영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일까. 시금고로 선정되면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 및 산하기관 임직원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세입·세출 등을 맡으면서 수익을 낼 수 있다. 

아울러 신한은행이 서울시금고를 맡으면서 약 13조 원의 인천시금고 선정에도 한 발짝 다가서게 됐다. 인천시는 오는 12월 31일 만료되는 인천시금고 지정공고를 8월 중 낼 예정이다.

한편 그간 서울시금고는 1915년 우리은행 전신인 조선상업은행이 금고 약정을 맺은 후 우리은행이 줄곧 관리해왔다. 하지만 2019년부터 일반·특별 회계를 관리하는 1금고를 신한은행이, 기금을 관리하는 2금고는 우리은행이 각각 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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