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타네~” 본업마저 위협받는 상황에 형제간 불협화음까지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금융 테크 기업’으로 발돋움에 나선 현대카드캐피탈이 순항의 돛을 올림과 동시에 정태영 부회장의 오너리스크가 발병해 자칫 표류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돌고 있다. 금융권의 일성은 ‘신뢰’인데 혹시 모를 오너가의 소송 불씨가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사업과 오너 일가의 소송은 별개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기업을 이끄는 총수로서 그룹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 간편 결제서비스 나선 빅테크社에 현대카드 본업 ‘흔들’
- 친동생과 벌인 ‘부모 조문객 방명록 공개’ 1심 패소에 항소


현대카드는 지난 2월 자회사인 블루월넛과 함께 차세대 간편결제 서비스인 ‘핀 페이’(PIN Pay)를 선보였다. 핀 페이는 온라인 결제에 이르는 시간과 단계를 줄인 서비스로, 쇼핑몰 내에 탑재된 핀 페이 기능을 선택 후, 결제할 카드를 고르고 PIN(개인 인증번호)만 입력하면 결제가 완료된다. 별도의 결제 앱 실행 없이 쇼핑몰 내에서 한 번에 결제를 끝낼 수 있어 편리하다는 게 큰 장점이다.

- 빅테크 시장 도전장...홍보도 직접 나서

정태영 부회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서비스를 적극 홍보 중이다. 그는 “현대카드가 만든 간편결제의 또 한걸음의 진화, ‘Pin Pay’. 간편결제서비스별로 일일이 사전에 카드를 등록하거나 쇼핑물에서 카드사 앱으로 갔다가 다시 쇼핑물로 돌아오는 어색한 과정들이 사라졌다”며 “결제할 카드를 고르고 핀 번호만 입력하면 끝. 현재 저희들이 알고 있는 가장 궁극의 간편결제입니다”라고 밝혔다.

앞서도 정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2022년은 모든 산업이 테크놀로지라는 도구에 지배되고 있으며, 결국 기술을 가진 기업이 산업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며 “올해 현대카드는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의 금융 테크 기업으로 입지를 확고히 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야심차게 신규 사업 홍보에 적극 나선 정 부회장이지만 집안싸움으로 고민이 깊다. 정 부회장 측은 부모상 방명록 공개 소송 1심에서 패소한 후 최근 항소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의 소송대리인은 지난 15일  정 부회장의 친동생 정해승·은미씨가 정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방명록 인도 청구 소송’에서 친동생들의 손을 들어준 1심 재판부(서부지법 민사12부 재판장 성지호)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정 부회장은 형제들과 부모님 장례식 방명록을 놓고 벌인 소송전에서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방명록을 보관·관리하는 자는 다른 자녀들이 이를 열람·등사할 수 있도록 할 관습상·조리(條理)상의 의무가 있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 부회장은 동생들에게 방명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정 부회장 측은 “2020년 11월 치러진 부친상 장례식장의 방명록은 이미 동생들에게 공개했으며, 2019년 2월 치러진 모친상 장례식장의 방명록만 이사 중 분실되어 전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항소한 이유를 밝혔다.

정 부회장과 동생들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 부회장은 모친의 상속재산 10억 원 중 2억 원가량을 달라며 2020년 9월 동생들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소송은 지금도 법원에 계속 중이다.

- 연봉 109억인데 2억에 가족 소송

정 부회장은 2020년 소송제기 당시 전년도 연봉이 총 39억8900만 원으로 재계 최상위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현대캐피탈 퇴직금 등 현대그룹 금융사 3곳에서 총 109억 원을 받으면서 금융권 최대 보수를 받았다.

이런 고액 연봉에도 장례식 방명록 소송이나 모친 유산상속 관련 소송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동생들과의 갈등이 주요인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의 여동생은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리면서 정 부회장의 갑질을 고발하기도 했다.

당시 동생들은 청원 글에서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서울 PMC(옛 종로학원)에서 벌어지는 대주주(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갑질 경영을 막아주세요’ 제하의 글을 통해 맹비난했다. 이들은 “아들이라는 이유로 (종로학원 창업자인 아버지로부터) 다수의 지분을 증여받은 정 부회장은 위법과 편법으로 자신의 지분을 늘렸다”며 “심복들을 회사 임원으로 앉혀 17%가 넘는 지분을 가진 주주인 저(여동생)에게는 회계장부조차 열람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도움을 구하기 위해 국민청원에 이른 것이다”고 청원 배경을 설명했다.

가족 내부 문제에 대해서도 부당함을 주장했다. “제 가족은 지난 2월에 어머니를 갑작스러운 병으로 잃었다. 그런데 (정 부회장으로부터) 장례식장 조문객의 방명록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며 “그 결과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저희를 위로하고자 장례식장을 찾아주셨던 많은 지인에게 제대로 인사조차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지난 2월 모친상을 당한 바 있다.

이어 “더 용납할 수 없는 것은 살아계신 아버지를 저희가 알지 못하는 곳으로 거처를 옮긴 채 알려주지도 않고 모든 연락을 차단해버렸다”며 “현재 건강이 많이 안 좋으신 상태라 언제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의 아버지를 격리하게 시켜 다른 자식이나 심지어 손주들에게까지 만나지 못하게 하는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 부회장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매형이며 종로학원(현 서울PMC) 정경진 회장의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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