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15. 1. 30. 선고 2014노3517 판결)의 판단]

가. 준강간의 점

[1] 형법 제299조에서 말하는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이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로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로서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피해자의 상태에 대한 인식 및 이를 이용하여 간음한다는 고의도 인정되어야 한다.

[2] 이 사건 모텔 객실 301호에서 피해자와 한차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은 피고인도 인정하고 있다. 또한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①피해자는 이 사건 당일 지인인 J와 함께 D에서 소주 6병을 나누어 마신 후, 위 D를 나올 무렵 그 부근에서 행인들에게 노래방 전단지를 나눠주는 등의 호객행위를 하고 있던 피고인을 처음 만나게 된 사실임이 확인됐다. 

②피해자는 D에서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여 테이블에서 넘어지고, 술집 주인의 도움을 받아 화장실에 다녀오는 등 이미 술에 많이 취한 상태였으며, 피고인, J와 함께 간 노래방에서도 몇 차례 구토를 하고, 피고인과 함께 모텔로 이동하는 택시 안에서도 구토를 하였으며, 택시에서 내려서는 비틀거리며 걷거나 모텔 입구 바닥에 주저앉는 등 이 사건 모텔에 들어갈 당시에도 여전히 술에 취해 있는 상태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며,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D에서 소주를 5병째 주문한 것까지는 기억하나, 그 이후 술집에서 나와 노래방에 갔다가 모텔까지 가게 된 상황, 모텔에서의 성관계에 관하여 전혀 기억나지 않으며, 정신이 들었을 때 자신은 이 사건 모텔 객실의 물이 든 욕조에 나체로 누워 있고, 나체 상태인 피고인이 옆에서 서있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③피해자는 자신이 이 사건 모텔 객실의 욕조에 나체로 누워 있고, 옆에는 나체 상태의 피고인이 서 있었던 장면부터 기억이 난다고 진술하고 있는데, 피고인이술에 취하여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데리고 성인 남성의 무릎 이상 높이의 욕조를 넘어가 피해자를 욕조 안에 눕히는 것이 용이해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침대에서 간음한 피고인이 굳이 피해자를 욕조로 데리고 들어갈 마땅한 이유를 찾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위 욕조 안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갔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이 피해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스스로 행동한 부분도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성관계에 응하였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일관된 변소가 거짓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④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성관계를 비롯한 술에 취한 당시의 상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과의 성관계 등의 행동이 피해자가 의식이 있을 때 이루어졌음에도 나중에 기억해내지 못하는 것으로, 주취에 따른 일시적 기억상실증인 블랙아웃(black out, 알코올이 임시 기억 저장소인 해마세포의 활동을 저하시켜 정보의 입력과 해석에 악영향을 주지만, 뇌의 다른 부분은 정상적 활동을 하는 현상) 증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나. 강간미수의 점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이다.

즉 ①앞서 본 바와 같이 강간미수 범행 직전의 성관계가 피해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합의 하에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욕조에서 나온 피고인과 피해자가 옷을 벗은 채로 침대에 누워 피고인이 팔베개를 해주며 대화를 나눈 사실은 피해자도 인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상황 하에서 피고인으로서는 다시 성관계를 시도하는 것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였을 수 있는 점이다.

②피해자가 거부의 의사를 밝히자 피고인은 피해자의 몸 위로 올라타 키스를 하는 등의 성관계 시도를 스스로 중단하였으며, 이후 다른 폭행․협박을 시도하였다고 볼만한 뚜렷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 점이다.

③피고인이 이 사건 모텔 객실에서 피해자에게 약을 보여주며 위협하고 피해자가 나가지 못하도록 옷을 물에 적셨다는 취지의 피해자의 진술은 피해자가 당시 낯선 남자와의 성관계 사실에 대한 당혹감, 후회, 거부감 등으로 인하여 피고인의 행동 및 정황 등에 대하여 다소 왜곡되고 과장되게 인식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이 부분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는 어려운 점이다.

④피해자는 이 사건 모텔에서 나오면서 모텔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고, 피고인이 벗어주는 겉옷을 받아 입고 피고인과 함께 택시를 타고 자신의 집 근처까지 가기도 하였으며, 피고인이 가르쳐 준 은행 계좌로 송금인을 ‘I’로 표시하여 돈을 송금하기도 하였는데, 이는 직전에 자신을 강간하려고 폭행․협박을 한 사람에게 통상적으로 취할 수 있는 태도라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직전 상황이 피해자에게 그다지 위협적인 상황이 아니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점이다.

⑤피고인은 피해자와 이 사건 모텔을 나와 자신의 겉옷을 벗어 피해자에게 입혀 주었으며, 피해자와 함께 택시를 타고 피해자를 집 근처로 데려다 준 후 다시 위 모텔 객실로 돌아와 잠을 자는 등 피해자를 상당히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는바, 피해자를 강간하려고 하였던 사람의 행동으로 보기엔 상당히 이례적인 점이다.

⑥피고인은 자신의 인적사항이 쉽게 드러날 수 있는 은행계좌 및 휴대전화 번호를 피해자에게 알려준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여 강간하려는 범의를 가지고 피해자와 성관계를 시도한 것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부동산, 형사소송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2018년, 박영사)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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