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인간의 뇌는 기억과 망각의 경이로운 그물망 조직이다. 기억으로 삶을 다스리면서도 망각을 통해 기억을 의도적으로 짖누르기도 한다. 기적이라 할 만큼 강력하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허술한 기억이라는 장치에 대해 누구나 한번쯤은 의구심을 품는다. 

기억이 ‘과학’이라면 망각을 ‘예술’이라고 표현한 저자 하버드대 신경학 박사 리사 제노바의 신간 ‘기억의 뇌과학’에서는 인간의 기억이 만들어지는 메커니즘과 더불어 사라지는 과정을 심도 있게 다뤘다. 책 전반에서는 불안전하면서도 경이로운 인간 기억의 비밀을 풀어내는 데 집중했다. 저자는 기억을 숲을 가꾸어 나가는 과정에 비유하면서 유의미한 선택과 강화 속에서 구성된 자신만의 이야기를 재구성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짚어준다. 

과학의 날카로움과 시인의 포근함을 동시에 가진 신경학자로 알려진 저자는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해 외상성 뇌손상과 자폐증, 헌팅턴병에 이르는 신경질환을 연구해온 자료를 바탕으로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는 기억과 망각의 작동 방식을 알아냈다. 이 책은 인간이 기억하고 망각하는 동안 뇌에서 벌어지는 과정을 다룬 제노바의 첫 논픽션 결과물이다.

책은 크게 3부로 이뤄져 있다. 기억을 과학이라고 풀이한 1부과 망각을 예술이라고 풀이한 2부에 이어 기억의 숲을 가꾸는 법은 3부에서 다룬다. 기억의 과학에서는 기억을 근육 기억과 의미 기억, 섬광 기억으로 구분하고 몸이 기억하는 것들과 자신 머릿속에 백과사전처럼 펼쳐지는 지식처럼 존재하는 기억, 잊지 못할 사건을 시간대 별로 파노라마식 기억법간의 유의미한 관계를 짚어준다. 

2부에서 다루는 망각 부분에서는 노화를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인간이 어떻게 망각을 이해하고 해석해야 할지를 알려준다. 오히려 망각으로 살게 되는 힘을 얻는 인간은 망각의 과정을 통해 출발선상에 다시 서며 자신을 위로하는 힘을 얻는다고 강조한다. 

3부에서 다루는 기억의 숲을 가꾸는 법에서는 스트레스 대처법과 숙면이 주는 효과에 대해 언급하면서 알츠하이머병에 저항하는 뇌의 메커니즘에 대해 설명해준다. 

특히 저자는 알츠하이머병과 일시적인 건망증을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이 인상깊다. 기억이 저장되는 과정을 이해하고 망각되는 순리를 받아들이면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두려움을 대처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인간의 뇌는 모든 것을 기억하고 저장하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 망각은 우리가 피해야 할 질병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메커니즘의 흐름이다. 따라서 기억은 우리가 기억한 것과 잊어버린 것의 집합체라고 이해하면 된다”라고 밝혔다. 

책의 전반에서는 기억과 망각의 순차적인 반복과 역습의 뇌과학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신경과학의 흥미진진한 연구 임상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기억이라는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과정과 망각을 통해 삶을 충족시키고 비워져 나가는 예술적인 시간을 통해 사람은 삶을 창의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다고 다독여 준다. 

이 책과 함께 읽을만한 책으로는 저자 윤홍근의 ‘자존감 수업’, 저자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 저자 김혜남의 ‘보이지 않는 것에 의미가 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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