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우주개발을 이야기한다. 전기차로 재미를 본 일론 머스크(Elon Musk)<스페이스X>를 통해 새로운 우주 시대를 앞장서 개척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중국도, 주체못할 정도로 넘치는 돈을 무기로 우주 굴기를 외치고 있다. 뱁새인 우리도 이에 질세라 황새가 가는 곳에 미래가 있다며 우주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아예 우주개발을 전담할 정부 기구를 새로 만들기 위한 입법들도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우리가 우주 강국과 같은 수준에 이르기 위해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투자가 필요하다. 돈만 필요한 게 아니다. 우수한 우주개발 관련 연구인력 수요도 당연히 폭증할 것이다. 국가가 가진 자원의 총량 중에서 어느 정도의 비율을, 언제까지 투입해야만 기대하는 만큼의 우주개발 수준에 도달할 지 예상하기 어렵다.

더 큰 우려는, 국민 삶에 당장 와닿지 않는 우주개발에 돈과 에너지를 투입하는 동안 정작 인간다운 삶을 위해 꼭 필요한 투자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다. 그런 사안 중 하나가 치매(癡呆)’. 치매의 한자어는 어리석을 ’, ‘어리석을 이다. 지능, 의지, 기억 등이 점차 소멸해 인간으로서 생활이 어렵게 되는 병이다. 그래서 치매를 영혼의 강탈자라고도 한다. 그런데 인수위가 출범하고 활동 종료에 이른 지금까지 치매와 관련한 특단의 대책이 제시되었다는 소릴 들어보지 못했다.

치매가 왜 공포인가 하면, 그것이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과 사회, 나아가 국가에도 상당한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전체 65세이상 노인인구 7066,201명 중 치매환자가 705,473명이던 것이 2021년 전체 65세이상 노인인구 8577,830명 중 치매환자가 886,173명으로 폭증했다. 불과 5년 만에 노인인구가 150만 명 가까이 늘었으며 치매환자도 186천여 명이나 증가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국가적으로 재앙 수준이다.

65세이상 인구의 치매유병률도 20179.98%이던 것이 해마다 증가해 202110.33%. 당연히 치매환자 급증에 따른 부담도 늘 수밖에 없다. 2021년에 중앙치매센터가 발표한 <대한민국 치매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765세이상 치매상병자 673,017명에게 들어간 진료비만 23,126억 원이었다. 2020년에는 치매상병자 수가 늘어 911,519명에 총진료비 27,571억 원이 들어갔다.

더 큰 문제는 속도다. 2015년 인구센서스 표준화 치매유병률을 기준으로 추산했을 때 60세이상 노인인구 중 치매유병률은 20257.56%, 20308.10%, 204010,51%, 205013.80%로 증가하고, 65세이상 노인인구에서는 202510.32%, 203010,56%, 204012,71%, 205016.09%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불과 28년 후면 65세이상 인구 열 명 중 둘은 치매환자 라는 말이다. 지난해(2021) 치매환자 의료요양비 등 1인당 치매관리 비용이 연간 2,112만원 들어갔다. 그해 전국 치매관리비용은 약 187천억원이다. 앞으로 치매로 인해 투입될 비용의 증가 규모를 짐작하기조차 두렵다.

결국 관리와 보호만으로는 증가 속도를 더이상 늦출 수 없고, 투입되는 비용도 감당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길은 하나밖에 없다. 치매치료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치매 종식을 앞당기는 것이다. 집안에 치매환자 한 명이 생기면 가족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치매환자를 돌보다 가족도 죽어 나간다. 국가가 아무리 국민의 간병비 부담을 줄여준다고 하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치매를 지금같이 미적지근하게 다뤄서는 안된다. 민관이 하나가 되어 치매 정복에 나서야만 한다. 필요한 투자를 아껴서도 안된다. 새정부출범 전에 담대한 비전이 만들어지고 실행되길 기대한다.

의식을 가진 존재여야 인간이다. 그래야 인간답게 살 수 있다. 윤성철 교수는 [단 하나의 이론]이란 책에 실린 자신의 글 <우주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이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먼 장래에는 우주의 모든 별이 다 소멸할 것이며, 별빛에 의존해 살아가는 인간과 생명도 소멸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100년이 넘지 않는다. 하지만 그 100년을 위해 138억 년의 역사가 필요했다. 이 짧은 특이점을 누리며 살아 가는 기회를 얻었다는 사실에 경외와 감사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이 광활한 우주에서 오직 인간처럼 의식을 지닌 존재에게만 주어진 특권이다.

우주로 날아가 지구를 경이롭게 바라보고, 새로운 행성에서 더 많은 자원을 구해오는 일 따위도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138억 년의 지구역사가 탄생시킨 인간이란 존재에게 부여된 짧은 의식(意識)’이라는 소중한 존재를 지켜주는 일은 그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 ‘의식을 잃어버린 인간에게 우주는 무용지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치매환자와, 치매환자가 될 사람들은 우주에 뿌려지는 돈을 바라보며 묻는다. “지금 뭐시 중헌디? 뭐시 중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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