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거의 마무리됐다. 59일이면 궁중궁궐인 청와대를 떠나 양산 사저로 옮겨 평범한 인생을 살겠다 한다. 그런데 5년을 돌이켜보면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중 가장 착한 대통령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손석희 앵커와 대담을 보면서 느낀 감정이기도 하지만 거꾸로 단기간에 대통령직에 오른 윤석열 당선인의 탄생을 보면 더 그렇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은 군부 출신이었다. 군 통치에 진절머리가 난 국민들은 비군부출신의 정치인을 원했다. 그래서 등장한 게 3김이었다. 문민정부 김영삼, 국민의정부 김대중 두 사람이 순차적으로 대한민국 대통령이 됐다. 문민과 국민이란 단어는 군부정권이 통치시절 실종된 단어였다.

하지만 권력 말기 두 전직 대통령의 자식들의 비리가 터지면서 깨끗한 대통령이 필요했다. 사회적 지도층도 결국 임기말 각종 게이트로 얼룩지면서 새로운 인물에 대한 갈구도 사회 전체적으로 퍼졌다. 그래서 등장한 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국민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왔고 정치인 최초로 노사모라는 팬클럽을 가졌다. 상대였던 이회창은 너무 노쇠했다. 3김의 연장이라는 인식을 벗어나기 힘들었다. 게다가 자식 병역비리 의혹은 결정타였다. 결국 DJ와 노에게 패하면서 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비주류였던 노 전 대통령은 막걸리를 좋아하는 인간미 넘치는 정의 사나이였다. 그러다보니 탄핵도 당했다가 살아나고 검찰로부터 놀림도 당했다. 탄핵의 강은 넘었지만 검찰의 벽에서 그는 스스로 생을 마감해 비극적인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유약한 대통령은 안된다는 인식이 퍼졌고 시선은 이명박 후보로 향했다. 불도저, 샐러리맨의 신화, 기업인이라는 타이틀은 주효했다. IMF를 경험한 국민들은 정치보다는 경제에 묻지마식 지지를 보냈고 맞상대였던 정치인 정동영은 역대 선거중 가장 큰 표차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국민들의 기대가 너무 높았던 탓일까. 불도저식 기업인 MB 역시 끝은 좋지 않았다. 다스 실소유주 논란과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사건으로 구속돼 현재까지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반대진영으로부터는 4대강 사업, 자원개발사업을 두고 나라를 상대로 장사했다는 비아냥까지 들어야했다. 국민들의 MB에 대한 반감은 당내 최대 경쟁 상대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향했다. 대통령의 딸로서 최소한 도덕성과 청렴성을 높게 쳤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으로 탄핵당해 임기도중 하차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그 혜택을 고스란히 받은 인사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권력의지가 느껴지지 않는 선하기만 한 그였지만 국민들은 문 대통령을 선택했다. 대통령의 딸, 여성 당대표, 여성 대통령까지 권력의지가 하늘을 찔렀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반발도 작용했다. 무엇보다. 국민들은 최순실에 기대 국정을 운영한 박 전 대통령보다는 변호사 출신이자 노 전 대통령의 친구인 문 대통령이 낫다고 봤다.

그런 문 대통령도 임기를 마치게 됐다. 남북관계를 최대치적으로 삼고 있지만 여전히 냉랭하다. 경제 특히 부동산 문제는 문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됐다. 거기까지다. 문 정부가 5년 동안 국민들에게 의미있는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없다. 그저 문 대통령은 착한 대통령이었다. 국민들에게보다는 참모들에게 그래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을 때 청와대 대변인은 눈물을 흘렸고 최측근이라는 인사는 퇴임한 주군을 건들면 물어버리겠다는 비상식적인 반응이 나오는 배경이다.

결국 문 대통령의 이런 심성이 적인지 동지인지 파악도 못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통령 후보로 키웠다. 아울러 착한 대통령에 질린 국민들에게 독한 대통령을 선택하도록 만들었다. 독한 대통령이 착한 대통령보다 국민에게 해로울까? 고민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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