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 언론인] 여야가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해 가는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잡음이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후보가 경선에 배제되면서 재심을 청구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특히 중앙당이나 특정 계파의 영향력으로 후보자가 선정됐다는 말까지 나돌면서 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다. 각 정당은 자격 기준과 여론조사 결과 등 객관적 지표를 적용해 후보자 선정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탈락 후보자와 지지세력의 불복종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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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군수.구청장 후보 중앙당 보다 당협위원장 입김 좌지우지여전
- 재심 신청은 보통협박, 탈당불사에 음독기도 까지 반발 커

여야가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해 가는 가운데 컷오프된 후보들의 반발로 전국 곳곳에서 공천 파열음이 일고 있다. 재심 청구나 단식 농성 등에 그치지 않고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택하는 유력 후보들도 있어 공천 후폭풍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본선 판세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광역단체장 공천 놓고, 무소속 출마 등 '사분오열'

국민의힘 박맹우 전 울산시장은 최종 경선 후보에 탈락하자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3선 울산시장을 지낸 박 전 시장은 여론조사에서 당내 후보 중 1위를 했고, 범죄 이력 등 결격 사유도 없는데 중도 탈락했다공천관리위원회의 잘못된 결정을 수용할 수 없어 무소속 출마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4월18일 탈당계를 내고 본격적인 거리 유세에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김두겸 전 울산 남구청장, 서범수 국회의원,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 등 3명이 경선을 한 결과 김두겸 전 청장이 공천을 받았다.

박 전 시장은 지난 42~3일 울산 지역 일간지 경상일보가 울산 유권자 1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울산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 7명 중 25.2%1위를 차지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결정된 송철호(22%) 울산시장과 치른 가상 양자 대결에서도 박 전 시장은 지지율 22.3%로 접전 양상을 벌였다.

박 전 시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울산시장 판세도 영향을 받고 있다. 당장 김두겸 후보와 박 전 시장은 단일화를 시도했으나 결렬됐다. 이에 따라 이번 울산시장은 3파전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4년 전 울산에서 시장뿐 아니라 다섯 구·군 단체장 자리를 모두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2018년 지방선거 때 청와대가 송철호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개입했다는 의혹인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사건의 영향으로 이번 선거에서는 반드시 울산시장 자리를 탈환할 수 있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나 3파전이 되면서 승패를 점치기 어렵게 됐다. 실제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민의힘 성향 후보가 분열하고, 진보 정당이 후보를 내지 않으면 민주당이 유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전시장과 강원지사 후보 공천에서도 파열음이 발생했었다. 대전시장 후보 경선에서 컷오프된 국민의힘 박성효 전 대전시장도 공천에 반발하며 재심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박 전 시장은 지지자들은 무소속 출마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불출마를 선언한다며 불출마를 선택했다.

6·1 지방선거 국민의힘 경남도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창녕군수 경선 배제 결정에 반발한 한정우 현 창녕군수가 창녕읍 조해진 의원 사무실 건너편에서 경선촉구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2022.04.23. 뉴시스
6·1 지방선거 국민의힘 경남도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창녕군수 경선 배제 결정에 반발한 한정우 현 창녕군수가 창녕읍 조해진 의원 사무실 건너편에서 경선촉구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2022.04.23. 뉴시스

여야 텃밭 기초단체장, 공천 놓고 시끌

강원지사 국민의힘 후보 공천의 경우 컷오프된 김진태 전 의원이 단식 농성까지 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황상무 전 KBS 앵커를 앞섰지만 공관위에서 컷오프됐던 것이다. 특히 과거 5·18 및 불교계 논란 발언, 대국민사과에 따른 잡음도 계속된 것이 문제였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이 사과 등을 했고, 국민의힘 공관위도 김 전 의원의 재심 신청을 받아들여 황상무 전 KBS 앵커와 경선을 치르도록 했다. 그 결과 김 전 의원이 공천권을 거머쥐었다.

민주당은 전북지사 공천이 문제가 됐다. 3선에 도전했던 송하진 전북지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렸지만 지난 4월 14일 컷오프됐다. 송 지사는 이에 시스템 공천을 천명한 민주당 공관위가 나를 배제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결국 같은달 18당을 떠나는 정치는 하고 싶지 않다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여야 텃밭인 기초단체장 선거도 공천 후유증을 겪고 있다. 전남에서는 공천에서 배제된 민주당 소속 현역 단체장이 잇따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과 무소속 후보 간 각축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전남도당 공천 심사에서는 김산 무안군수가 탈당계를 내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유두석 장성군수도 민주당의 공천 배제에 불복해 탈당계를 냈다. 인지도와 경쟁력이 만만치 않은 현역 단체장이 무소속 후보로 나서면서 민주당깃발만 꽂아도 당선이 됐던 전남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혼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국민의힘 텃밭인 경북지역에서는 중앙당 공관위와 경북도당 공관위가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국민의힘 경북도당 공천관리위원회에서는 3선에 도전하는 단체장에 대한 컷오프 조사를 실시했으나 중앙당 공관위가 컷오프 여론조사 문제점을 제기하며 제동을 걸었다. 그 결과 국민의힘 중앙당 공관위는 고심 끝에 현역단체장을 경선에 모두 참여시키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중앙당 현역단체장 경선 참여 결정에 경선 후보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곳이 포항시장 경선이다. 김순견, 문충운, 박승호, 장경식 예비후보는 서울로 상경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지난 4월 28일 국회의사당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민의힘 경북도당을 잇따라 방문해 컷오프됐던 이강덕 예비후보를 되살린 중앙당의 결정에 항의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국민의힘 중앙당 선관위는 포항 민심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함부로 선거에 개입하지 말 것을 요구하면서 중앙당 공관위는 경북 공관위의 결정을 존중하고 스스로 만든 공천룰을 이강덕 예비후보 한사람을 위해 파괴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나아가 국민의힘 공천에 탈락한 후보자들은 속속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또한 탈락 후보들끼리 손을 잡고 선거판을 흔들어 보려는 합종연횡 조짐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구미시장, 경산시장 선거 등이 대표적이다.

음독 시도는 물론, 상대후보 돕겠다 반발

황춘자 국민의힘 용산구청장 예비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탈락 후 항의농성 중에 극단적인 선택을 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뉴시스
황춘자 국민의힘 용산구청장 예비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탈락 후 항의농성 중에 극단적인 선택을 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뉴시스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경선 대상에서 배제된 예비후보들이 재심을 청구하는 것은 물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잡음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황춘자 용산구청 예비후보는 컷오프된 뒤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는 도중 음독을 시도했다. 한때 위독한 상태였던 황 예비후보는 회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화섭 안산시장은 민주당 예비후보에서 컷오프되자 지지단체인 경기 안산 호남 향우회가 집단 탈당할 것이라고 공언하며 반발했다. 하남시장에서는 시장 후보 단수공천 움직임이 일자 예비후보들이 집단 탈당해 상대 당 후보를 밀겠다고 중앙당을 압박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하남시장 예비후보들은 당이 특정인을 단수공천하면 집단 탈당해 민주당 후보를 시장으로 당선시킬 것이라고 선언했다.

성남은 민주당 시장 후보 전략공천으로 떠들썩하다. 민주당이 시장후보로 기획재정부 2차관·인천시 경제부시장 출신의 배국환 삼표 부회장을 전략공천하기로 하면서 예비후보들이 반발하고 있다. 후보 공천에서 배제된 조신 예비후보는 시민과 당원을 무시한 낙하산 공천’”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여론조사에서 후보 지지도 1위를 달리다가 컷오프된 박승원 광명시장도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재심을 요구했다. 박 시장은 지지율 조사에서 1위를 하고 있는 현직 시장을 경선 기회조차 주지 않고 배제한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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