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결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가 이 사건 준강간 범행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상태에 있었고, 피고인이 위와 같은 피해자의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으며, 다시 피고인이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여 강간하려 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있다.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대법원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증거에 의하여 살펴보아도,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를 위반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없다. 따라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
 
나. 술에 취한 것으로 생각하고 실제로 술에 취하지 않은 사람과 성교행위를 하였을 경우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죄’가 성립함
 
▶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공소사실의 요지]
군인신분의 피고인은 자신의 집에서 자신의 처 그리고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다음 날 새벽 처가 먼저 잠이 들고 피해자도 안방으로 들어가자 피해자를 따라 방에 들어갔다. 그 후 피해자가 실제로는 반항이 불가능할 정도로 술에 취하지 아니하여 준강간의 대상이 될 수 없음에도 만취되어 항거불능상태에 있는 것으로 오인하고 피해자를 1회 간음하였다.
 
[소송경과 및 판결요지]
[1] 군검찰은 피고인을 준강간죄로 기소했는데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여러 정황에 비추어 술에 취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이에 피고인은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으므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주장하였다.
[2] 이에 대해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로 피해자를 간음하였지만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은 경우,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해 준강간죄의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피고인이 행위 당시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은 있었으므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다.
형법 제27조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한다. 단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대법원 판결은 이 조문을 사례에 적용한 것이다. 즉 이 사안은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해 준강간의 ‘결과발생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하면서 동시에 ‘위험성'이 인정되므로 불능미수 법리로 해결한 것이다.  
 
Ⅵ. 미성년자 의제강간 ․ 강제추행죄
1. 법 규정
13세 미만의 사람(만12세 364일까지 해당됨)에 대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 2, 제298조, 제301조 또는 제301조의 2의 예에 의한다(형법 305조).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해 간음, 추행을 한 경우에는 폭행․협박을 하지 않더라도 강간죄, 유사강간죄, 강제추행죄로 처벌한다. 이 범죄에 관하여는 공소시효도 배제된다(성폭법 21조 3항 1호). 만약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해 폭행․협박을 하여 간음하거나 추행한 경우에는 이 죄가 아니라 성폭법 7조 제1항 혹은 3항이 각 적용되어 가중처벌된다.
한편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19세 이상의 자는 보통의 강간죄 내지 강제추행죄와 동일하게 처벌한다(형법 305조 2항).

2019. 7. 16.부터 시행되는 아청법에 의하면 13세 이상 16세 미만인 아동․청소년을 피해자의 ‘궁박(窮迫)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혹은 추행한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규정되어 있었다(동법 8조의 2 1․2항). 그런데 2020. 5. 19. 형법개정을 통해 이를 더욱 강화해 궁박한 상태 여부와 상관없이 19세 이상의 자가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을 간음 혹은 추행한 경우에는 모두 처벌되도록 변경된 것이다. 향후 아청법 규정 역시 형법조문과 같이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문구가 삭제될 것으로 보인다.
 
2. 피해자가 성관계에 승낙해도 형사처벌
13세 미만의 사람은 통상 성적으로 자기결정을 할 능력이 없거나 현저히 떨어진다. 따라서 이러한 연소자들이 성욕의 대상이나 도구로 전락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러한 사람의 경우는 설사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해도 강간죄 등과 같이 형사처벌을 하는 것이다. 이 경우는 가해자가 미성년자라고 해도 죄가 성립되는데 지장이 없다. 예컨대 15세의 남자가 12세의 여자와 성관계를 하면 설사 여자가 동의를 했다고 해도 남자는 13세 미만 의제강간죄로 처벌된다.
한편,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이 성행위에 동의를 해도 상대방이 19세 이상인 경우는 강간죄 등과 같이 형사처벌된다. 하지만 상대방이 19세 미만인 경우, 즉 비슷한 또래의 13세 이상의 미성년자들끼리 성관계를 한 경우에는 처벌대상에서 제외된다.


3. 주관적 범의
이 죄가 성립되려면 상대방이 피해자가 13세 미만의 연소자라는 사실을 알거나 예상할 수 있었을 경우에 성립된다.13  즉 13세 미만의 연소자라는 사실을 정확히 몰랐다고 해도 13세 미만일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어 처벌된다. 예컨대, ‘혹시 만 12세 정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만으로도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실무상 가해자는 피해자가 13세 미만인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부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에는 여러 가지 정황 증거로 판단해서 가해자의 입장에서 피해자가 연소자라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그럼 나아가 가해자에게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까지 있어야 하는가? 판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따라서 초등학교 4학년 담임교사(남자)가 교실에서 자신이 담당하는 반의 남학생의 성기를 만진 행위는 비록 교육적인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여도 교육방법으로서는 적정성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없고, 그로 인하여 정신적․육체적으로 미숙한 피해자의 심리적 성장 및 성적 정체성의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으며, 현재의 사회환경과 성적 가치기준․도덕관념에 부합되지 아니하므로 형법 제305조(미성년자의제강제추행죄)에서 말하는 ‘추행'에 해당한다(대법원 2006. 1. 13. 선고 2005도6791 판결).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부동산, 형사소송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2018년, 박영사)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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