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윤석열 대통령과 거대 야당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더불어민주당이 일부 장관에 대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과 연계시키고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임명강행 의지를 드러내고, 민주당은 한 후보자 부결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한 후보자의 부결을 대비해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총리 권한대행을 맡고, 지방선거 이후 한 후보자의 후임을 인선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에는 정무형 총리, 김한길 전 인수위 국민통합위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안 국회 통과를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한길 위원장.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한길 위원장. 뉴시스

- 김한길 최측근, “대통령 의중 중요...상생.협치 정무형 총리 대안
정부조직법 등 168석 거야 협조 절실...6.1지방선거이후 결판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1호 안건으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결제해 국회에 제출했다. 총리는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해 재적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임명동의안이 통과돼야만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총리 인준안 표결시 거여 이탈로 부결 가능성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은 한 후보자를 부적격으로 판단했다. 민주당이 제1야당으로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인준이 통과될 수 없는 상황이다.

나아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등 5명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부적격인사라고 판단했다. 다만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 절차가 완료되지 않으면 대통령 당선인은 10일 이내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국회가 재송부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장관 후보자를 국회 동의 없이 임명할 수 있다.

청문회를 마쳤으나 여야 이견으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고 재송부 요청 기한까지 넘긴 국무위원 후보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박진 외교부, 정호영 보건복지부, 원희룡 국토교통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등 5명이다. 국회가 재송부 기한을 넘기면 대통령이 장관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호영 장관 후보자 등은 당내 부적격 의견과 자진 사퇴 요구가 나온 상황을 감안해 임명 명단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한 후보자 국회 인준과 부적격 장관 후보자들의 지명 철회를 연계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는 윤 대통령의 장관 임명 강행에 맞서 한 후보자에 대한 인준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발목잡기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도무지 미덥지 못하지만, 윤석열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진용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한 후보자에 대한 조건 없는 인준 표결을 해야 한다. 평가는 국민에게 맡기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지금 국민들에게 왜 우리가 대선에서 패배해야 했는지에 대해 묻고, 반성하고, 새로운 약속을 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발목잡기라고 비판하며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한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직권상정 해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한 후보자 인준을 인질로 다른 장관을 낙마시키려는 것은 구태 중 구태라며 총리 인준 표결로 협치 의지를 보여달라. 더 이상의 국정 발목잡기는 민주당에 독이 될 뿐이라고 쏘아붙였다.

윤 대통령도 한 후보자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그는 5일 한 후보자에게 전화를 걸어 다른 장관을 낙마시키기 위해 한 총리 목을 잡고 있는 모습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윤석열 정부 총리는 한덕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발목잡기... 독약론 비등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료제출 거부 등을 이유로 회의 참석을 거부한 더불어민주당 인사청문특위 간사인 강병원(오른쪽 세번째) 의원 등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4.25. 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료제출 거부 등을 이유로 회의 참석을 거부한 더불어민주당 인사청문특위 간사인 강병원(오른쪽 세번째) 의원 등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4.25. 뉴시스

그러나 국회 본회의의 총리 인준안 표결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는 만큼, 민주당에서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총리 인준 투표가 강행될 시 민주당에서 40석 정도의 반대표가 나와 부결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윤 당선인 측도 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한 인사는 윤 대통령은 한동훈 등 장관 인사에 관심을 보일 뿐 한 후보자에 대한 인준 통과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한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 통과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윤 대통령 측에서는 플랜B를 구상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한 인사도 한 후보자 국회 인준 통과가 플랜A이지만 한 후보자가 낙마한다면 플랜B 구상도 마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한 후보자 국회 인준 부결에 따른 플랜B’ 구상도 마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10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명을 재가하고, 추 부총리의 총리 권한대행 체제로 임기를 시작했다. 한 후보자 임명을 둘러싸고 여야 간 진통이 불가피한 만큼 추 부총리 체제로 국정을 신속하게 안정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나머지 장관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시 여야간 강 대 강 대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정부조직법 등 거대야당의 협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야당 달래기 차원에서 정무형 총리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당청 사이 조율과 여야 소통에 능한 협치·정무형 총리가 적합하다는 것이다.

이는 한 후보자의 인준 부결을 전제 조건이며, 지방선거 이후 총리를 지명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정무형 총리로는 김한길 전 인수위 국민통합위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냈다. 민주당 대표까지 역임하는 등 한 후보자 대안으로 적임자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다. 책사인 김 위원장은 대선 후보 때부터 후보 단일화 등에 관해 윤 당선인에게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윤 당선인과 김건희 여사와 김 전 위원장-최명길 간 부부 동반 만찬을 자주 할 정도로 친분이 깊다.

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이 김 전 위원장에 대한 신임이 상당하다.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산하 기구인 국민통합위원회를 새 정부에서도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한길 전 대표가 위원장을 맡아 출범했다.

후임 김한길 거론, 여야 소통 가능한 정무형

한덕수 총리 후보자. 뉴시스
한덕수 총리 후보자. 뉴시스

 

이후 대통령에 당선된 뒤로도 인수위에 국민통합위를 별도로 운영하면서 중용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통합위가) 새 정부가 국정을 수행해 나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밑바탕이라고 힘을 실어줬다. 국민통합위가 상시기구로 출범하게 되면 김한길 위원장이 정식 초대 위원장으로 거론될 정도다. 다만 실제 시행령 제정과 시행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조직구성과 규모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일련의 관계를 봤을 때 윤 대통령은 김 전 위원장을 국민통합위원장 또는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이 한 후보자 후임으로 지명되더라도 민주당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 전 위원장에 대한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여야 간 강대강 대치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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