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계양을 출마 독약론’ 내부 불씨...지역구 의원들 탄원 움직임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뉴시스]

, 홈그라운드 분당 아닌 인천에 친문 등 지선 역풍우려
- 민주 인천시당 일부 의원 이재명 등판 거부하며 탄원서 작성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지난 12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인천 계양을 후보 등록을 마쳤다. 지난 3.9 대통령선거에서 패한 직후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를 해산한 지 불과 64일 만에 재등판한 셈이다. ‘대선 패장이 두 달여 만에 정치 일선으로 원대 복귀하는 것은 보기 드문 파격 행보다. 민주당은 지방행정 패권을 놓고 여야 극한 대치가 예상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보선 전략공천과 지방선거 선대위 사령탑 일임으로 이 고문을 극진히 환대했다. 이에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이재명 등판경고음에 방탄 출마”, “연고도 명분도 없는 무책임 정치라며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고문의 여의도행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적잖다. 친문(親文)을 중심으로 이 고문의 조기 등판이 자칫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노림수로 비춰질 수 있다는 여론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이 고문의 국회의원 선거 출마 지역구 소속인 민주당 인천시의원들 사이에서도 탄원 움직임이 일면서 파열음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이 고문은 지난 대선에서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패하며 대권가도에 방점을 찍지 못했다. 전체 득표율 0.73%포인트의 극세사 격차로 석패하긴 했으나, 윤석열 대통령과 초박빙 승부를 펼쳤다는 점에서 민주당 간판스타로 깃발을 꽂았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후유증에 진통을 겪으면서도 “정권은 내줬지만 이재명을 얻었다”며 정치 자산을 남긴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이렇듯 이 고문은 3.9 대선 여정을 통해 과거 민주당 변방 장수에서 일약 168석 거대 정당의 실질적 리더이자 대권주자로 신분이 격상했다. 대선 이후에도 이른바 ‘개딸’ 신드롬을 이어가는 등 대중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대선 직후만 해도 만 57세 나이에 진보 진영에서 견고한 팬덤을 보유한 이 고문이 차분히 숨을 고르며 ‘다음 단계’를 준비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선에서 낙마한 후보가 2~3년 장기 잠행에 들어가며 호흡을 가다듬는 것은 정치권의 오랜 관례다. 민심의 엄중한 심판에 책임을 통감하고, 그에 따른 반성의 시간을 갖는 의미다.

이재명 등판 부추긴 ‘매직넘버 0.73’, ‘사법 리스크’

그러나 이러한 여의도 문법은 지난 8일 이 고문의 ‘금배지 도전’ 공식화로 완전히 뒤집혔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고문을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로 공석이 된 인천 계양을에 전략공천한 데 이어, 지난 11일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할 사령탑으로 임명했다.

이날 민주당 중앙선대위 출범식에서 이 고문은 “지금의 이 어려운 지방선거 국면, 당의 어려움 또한 대선 결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누가 뭐라고 한들 대선 결과의 가장 큰 책임은 후보였던 저 이재명에게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고 조기 등판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대선 패배의 주체가 자신임을 강조하며 지선 역할론으로 대선 책임론을 수습한다는 논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윤석열-이재명 후보간 득표율 차이인 매직넘버 ‘0.73’이 민주당과 이 고문이 반성 대신 대여(對與) 반격에 전격 돌입하게 된 모멘텀이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는 이 고문이 1614만 표의 여세를 몰아 ‘지속형 정치’를 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이재명 등판론에 불을 지핀 바 있다.     

3.9 대선을 관통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성남FC 후원금,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등 ‘이재명발(發) 사법 리스크’도 이 고문의 여의도 급행열차 탑승을 부추긴 요소로 지목된다. 

경찰은 지난달 4일과 지난 2일 각각 이 고문과 부인 김혜경 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의혹과 성남FC 후원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경기도청과 성남시청을 전면 압수수색했다. 당시 이 고문의 재보선 출마설이 대두됐고, 당초 정계 복귀를 놓고 신중론을 폈던 이 고문은 측근들의 의견을 두루 청취하며 인천 계양을 재보선 출마를 깊이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난 12일 경기 성남시 대장동 주민들이 이 고문과 황호양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등 15명을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이에 탄력 받은 국민의힘은 “방탄 출마, 무책임 정치”라고 이 고문의 재보선 출마 당위성을 부정하면서도 대장동 공세를 곁들이는 모양새다.

다선을 지낸 전직 의원은 이 고문의 재보선 출마와 관련,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을 앞둔 시점에 검경 수사 압박까지 들어오니 (이 고문이) 원내 ‘세이프 존’을 택한 게 아니겠나”라며 “심지어 민주당의 텃밭이자 노다지인 인천 계양을을 택한 것은 이 전 지사의 다급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라고 이른바 ‘방탄용 출마설’에 힘을 실었다.

한편 이 고문의 국회의원 출마를 바라보는 민심도 싸늘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인천 계양을 출마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좋게 본다’가 37%, ‘좋지 않게 본다’가 48%로 집계됐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세부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민주당 강병원 의원 [뉴시스]
민주당 강병원 의원 [뉴시스]

이재명 ‘양지(陽地)’ 계양을 출마에 당내 회의론 고조 

이 고문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당내 시선도 감지된다. 특히 친문들 사이에서 이 고문의 조기 등판이 6.1 지선‧재보선을 앞둔 민주당에게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여론이 짙다. 

실제로 지난 10일 친문 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 고문의 재보선 출마와 관련해 “(방탄 출마)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힘의 공격이 과하기는 하지만,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작심발언을 냈다. 또 그는 “이미 출마를 선언해버렸기 때문에 의미없는 말이기는 하지만 솔직히 꼭 이 선택이 정답이었을까 이런 생각을 한다”면서 “이 고문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있는데 이게 현실화될 수 있다고 본다”고도 했다.

또 다른 친문 중진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실 이 고문의 지방선거 역할론이나 재보선 출마 가능성이 처음 제기됐을 당시에는 역대 민주계열 후보로서 최다 득표인 1600만 표를 받은 데 대한 ‘예우’ 정도로 생각했다”면서 “설마 했는데 당내에서 (이 고문) 역할론이 책임론을 압도하면서 당 쇄신 의제가 뒷전으로 밀려났다. 만약 이 고문의 법적 리스크가 실체화되면 최악의 경우 민주당의 존폐 위기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염려했다. 

또 일각에선 이 고문이 홈그라운드 격인 성남 분당갑 출마를 고사하고 송영길 전 대표가 무려 5선을 지낸 인천으로 방향타를 설정한 데 대해서도 납득이 쉽지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민주당 소속 한 전직 의원은 “기왕 국회의원 출마를 결심했다면 연고지인 성남에서 안철수 위원장을 누르고 지역구를 탈환하는 것이 그나마 매끄러운 그림이 됐을 것”이라며 “인천에서 체급 차이가 큰 인물과 맞붙어서 무혈입성을 한다면 대권주자로서 품격 손상은 물론, 경쟁 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크게 벌리지 못할 경우 후유증도 만만찮을 것”이라고 이 고문의 인천행에 의문을 표했다.  

민주 인천시당, “정동영 2008년 패착 답습”...내부 탄원까지 

이 고문이 인천 계양을 재보선을 정치 재개의 발판으로 삼자, 민주당 인천시당 내부에선 이 고문의 여의도 진출을 적극 환영하는 인사들과 반대하는 인사들의 입장차가 여전히 극명한 상황이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앞서 민주당 인천시당은 지난달 22일 6.1 지방선거 인천 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선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와 그에 따른 이 고문의 인천 계양을 재보선 공천 여부를 놓고 당내 지역구 의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일었다. 이 고문의 인천 출마에 부정적인 의원들은 언성을 높이며 반대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날 회의장은 이 고문의 조기 등판으로 지선 판세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의견과 대선에서 패한 후보를 인천으로 불러들이는 것은 개연성이나 명분이 없어 리스크가 크다는 의견이 대립하며 고성이 오갔다는 게 당시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심지어 일부 의원들은 중앙당의 국회의원 공천이 마무리된 시점에도 이 고문의 계양을 출마가 부적절하다며 지역구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 내부 탄원서를 시당과 중앙당에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한 지역구 의원은 본지에 탄원서 초안을 공개하며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로 가고, 이재명 전 지사가 인천으로 오는 비상식적 공천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공천이 확정됐고 당협에서도 (이 고문에 대한) 공식 지지를 냈지만 탄원이 무의미한 반발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해당 탄원서에는 이 고문의 계양을 출마가 득보다 실이 많다며 부당함을 호소하는 한편, 민주당 공천 전략의 허점을 지적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재명 독약론’도 거론된다. 또 다른 인천시당 소속 지역구 의원은 “이 고문의 계양을 출마는 더욱 엄중히 다뤄야 했을 사안”이라며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2007년 대선에서 낙마하고 곧장 그 이듬해에 18대 총선에 출마했지만 낙방하고 당도 해체됐다. 이 고문이 낙선하진 않겠지만 대승적으로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정동영의 패착을 답습하는 게 아닌지 심히 우려가 된다”고 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