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사제', '타임오프제' 본회의 통과...지방 선거 표 노렸나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노동 포퓰리즘' 공약들이 새정부 출범과 함께 기업들을 옥 죌 전망이다. 대표적 노동 포퓰리즘으로 꼽히는 '타임오프제'는 법제사법위원회 논의를 거쳐 본회의 상정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르면 5월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점쳐진다. 또 하나의 노동 포퓰리즘 '노동이사제'는 공공 부문에 한해서만 제도가 도입되는 것이지만 추후 민간 기업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재계는 새 정부에서도 친노동 정책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만큼 출범 이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6.1 지방선거에서 표심을 노린 정치권이 이 법 시행을 서두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기업으로서는 부담을 토로한다. 

- '공무원·교원 타임오프제' 환노위 통과...민간 영역 확대에 기업들 노심초사
- "사측 방어권 보장 방향으로 개정 필요" 목소리도...표심공약론에 불만 토로

 
‘타임오프제’가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국회 환노위는 4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과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환노위를 통과한 해당 법안은 2개 법안은 공무원과 교원의 경우 단체협약에서 정하는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보수의 손실 없이 노조의 유지ㆍ관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는 공무원과 교원 노조 전임자의 경우 휴직 명령을 내리고 보수지급을 금하며, 타임오프 등을 활용할 수 없도록 했다. 이번 개정으로 공무원과 교원노조의 경우 보수 손실 없이 노조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개정안에는 근로시간 면제 시간이나 사용 인원 등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공무원 및 교원노사관계의 특성을 고려해 정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토록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2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을 찾아 타임오프제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법안 추진이 탄력을 받은 바 있다.

- 공무원·교원 노조 타임오프제 도입안 통과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또한 공약으로 담은 바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4일 '공무원 타임오프 환노위 통과 환영한다"제하의 논평에서 "환노위가  공무원노동조합 및 교원노동조합의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제)를 허용하는 공무원·교원노조법 개정안을 합의처리했다"며 " 이번 법개정안 환노위 통과는 여야가 함께 합의로 이뤄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밝혔다.

사진 /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지난 1월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
사진 /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지난 1월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

이어 "공무원, 교원 노조간부들에게도 근로시간면제제도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은 공무원, 교원노조의 오랜 요구이며, 국제노동기구(ILO)도 우리정부에 공무원 및 교원노조에 대한 근무시간중 차별없는 노조활동 보장문제과 정치기본권 보장을 촉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노총 산하 공무원노동조합연맹, 교사노동조합연맹, 교육청노동조합연맹은 이번 법개정으로 공직사회 및 교육현장 내 불합리한 차별이 해소되고, 개혁에 실질적인 활동 주체로서 공공성과 민주성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1월에는 대표적 친노동 법안으로 알려진 '노동이사제'가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1월11일 본회의를 열고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법은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해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 추천 또는 동의를 받은 비상임 이사를 1명 선임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 이사의 자격은 3년 이상 재직 근로자로, 노동 이사는 기업 이사회에 참가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개정법의 적용 대상은 공공부문에 한정된다. 

노동이사제 법안의 시행시기는 공포일로부터 6개월 이후로, 올해 하반기에 본격 시행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타임오프제도 환노위를 거쳐 국회 상정을 앞두자 재계에서는 정치권이 6.1지방선거를 앞두고 노동계 표심에 구애를 보낸 것이라는 평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본지에 "수년째 이어져 오던 관련정책이 수면아래 있다 급물살을 탄 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대통령 후보시절 공약 때문이었다"며 "당시 유력 대권주자들이 이 법안을 가져 나온 후 각계각층의 호소가 이어졌고 결국 통과 목전까지 가게 됐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그런 법안이 재차 주목 받는건 6.1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움직임과 함께 볼 수밖에 없는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 노사관계 힘의 불균형 무너질수도...경제 5단체 우려

타임오프제에 이어 노동이사제까지 국회 본회의 통과를 눈앞에 두면서 재계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우선 공공 부문에 한해서만 제도가 도입된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 민간 기업들의 이사회 구성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지만, 기업들은 노사관계 힘의 불균형 심화와 기업 자율성 침해 등의 부작용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의결 추진을 즉시 중단하고 노동이사제의 도입이 초래할 문제점에 대해 진지하게 재검토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 등은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이 노사관계 힘의 불균형 심화·이사회 기능의 왜곡 및 경영상 의사결정의 신속성 저하·공공기관의 방만운영과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민간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국민들과 경제계의 간곡한 요청에 귀를 기울여 입법절차를 즉시 중단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입장문을 통해 “강성 노조가 공공 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공공의 이익은 노조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뒷전으로 밀릴 것이다. 공공 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이 민간 기업 도입 압력으로 이어지면 가뜩이나 친노동 정책으로 인해 위축된 경영 환경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재계는 지난 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친노동 정책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 새정부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6일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의 의미와 과제라는 제목의 이슈와 논점 보고서에서 "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의 본격적인 시행을 3개월여 앞둔 지금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여전히 노동계와 경제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라며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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