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5월10일 취임사는 전임 대통령들과는 다른 두 가지 특이점을 지닌다. 하나는 “자유”를 반복해서 강조했다는 특성이다. 그는 취임사 첫머리에서 “자유의 가치를 재 발견해야 한다”며 “인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하고 풍요가 꽃피웠다”라고 환기시켰다. 취임사 말미에서도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만들어 가겠다고 매듭지었다 ”면서 자유를 35번이나 되풀이했다. 

또 다른 특이점은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전 정권에 대해 비판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사에서 “힘들었던 지난 세월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물었다”며 “오늘부터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라고 했다. 전 정권이 나라를 망쳐 국민들을 힘들게 했다면서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고 비판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960년 자유민주 사수를 위한 ‘4.19 혁명’의 해에 출생했다. 그는 대학교수의 아들로서 안정된 생활 속에 대학까지 교과서를 통해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소중함을 체득했다. 그는 1980년대 대학 시절 유행처럼 번져가던 친북좌파 운동권에 부화뇌동하지 않았다. 오랜 검사 생활하면서 “민주 투사”라고 자칭하는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의 진실 왜곡과 독단에 크게 실망한 듯싶다. 좌파의 독단과 진실 왜곡에 대한 실망은 취임사에서 진실 왜곡과 독단을 거부하는 “합리주의”와 “지성주의”의 부활이 시급하다고 역설한 데서 묻어난다. 

돌이켜 보건대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1948년 7월 첫 취임사에서 “동포”라는 단어를 쓰며 구체적 공약보다는 국민화합을 역설했다. 자유민주 국민은 모두가 평등한 “동포”란 의미를 부각시키고자 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63년 12월 “경제 근대화”와 새로운 정치풍토 조성 등을 내세웠다. 개발독재로 가기 위한 정치풍토 조성의 근거를 제시한 셈이다. 전두환 대통령은 1980년 9월 “구시대 잔재 청산”과 민간주도 경제 및 중화학공업 육성 등을 강조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1988년 2월 민주주의 실현과 “보통사람들의 위대한 시대” 등을 담았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3년 2월 “문민시대” 개막과 국가 기강 회복 등을 주창했다. 문민 통치답게 민주주의를 실제 구현했다.

 대통령으로선 최초로 친북좌파로 기운 김대중은 1998년 2월 “국민의 정부” 선언과 남북관계 개선을 내세워, 친북반미의 전조를 드러냈다. 김대중 1기에 이은 2기 친북좌파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2월 “참여정부” 선언과 더불어사는 사회 등을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2월 활기찬 시장경제와 “작은 정부 큰 시장”을 제시하며 두 좌파 정권들의 흔적을 지우고자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2월 ‘국민행복’과 ‘문화융성’ 등을 역설했다. “국민행복”에 대해선 21번이나 언급했다. 3기 친북좌파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기회평등, 공정, 정의, 재벌 독점 제재 등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재벌 독점 제재를 빼고는 대부분 취임사와는 반대로 갔다. 공정*정의*기회평등 대신 내 식구 감싸기 편파로 치달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과는 달리 취임사 첫머리에서부터 “자유”로 시작해 “자유”로 마무리했다. 좌파 독단에 질식되었던 “합리주의”와 “지성주의”를 다시 숨 쉬게 한 취임사이다. 다만 그의 취임사 3303자들 중에는 “자유”를 지탱하기 위한 필수 요목인 “법치”가 빠져 아쉽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중 대부분이 말로 끝났다는데서 윤 대통령도 “자유” 또한 말로 끝나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국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고 “국제사회에서 존경”받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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