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테라 코인 사태, 라임‧옵티머스 펀드사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재조사하나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폐지됐던 금융‧증권범죄합동 수사단이 돌아왔다. 폐지된 지 2년4개월만이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18일 "기존 금융증권범죄 수사협력단' 체제를 개편해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을 새롭게 출범한다"고 밝혔다.

합수단 출범으로 권력형 범죄와 경제범죄에 대한 수사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미 금융계는 합수단의 향후 행보에 눈길을 모으고 있으며 특정인 게이트로 번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일각에서는 이번 합수단 출범이 현 졍권의 발목을 잡던 사건을 은폐‧축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특정인 게이트로 번질까 이목 쏠려...검찰 칼날의 끝은 어디일지 정재계 모두 관심사
일각에서는 현 정권 발목 잡는 금융 범죄 수사를 은폐‧축소 하려는 꼼수라는 지적도


증권범죄합수단은 2013년 5월 서울남부지검에 설치돼 금융 범죄 수사를 담당해왔다. 그러나 2020년 1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부패의 온상"이라며 수사단을 전격 폐지했다. 그런데 새정부 출범과 동시에 부활한다. 

더욱이 이번에 재출범한 합동수사단은 시세조종 등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를 비롯한 각종 금융‧증권범죄에 대응은 물론 금감원, 금융위, 국세청,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 직원도 합수단에 파견돼 자금추적 포탈세금 추징, 기업분석, 거래자료 수집 및 분석, 범죄수익환수 등 업무를 함께 한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서민을 울리는 경제범죄에 대해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며 "즉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다시 출범시키겠다"고 말했다
부활한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을 이끌어야 할 서울남부지검장 또한 '특수통'이자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양석조(49·29기) 대전고검 인권보호관이 보임됐다.

양 신임 남부지검장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으로 근무할 때 동료 검사 상갓집에서 직속상관이었던 심재철 당시 반부패강력부장에게 "조국이 왜 무혐의인지 설명해봐라", "당신이 검사냐" 등의 반말로 항의하며 '항명 파동'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그는 '검사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던 심재철 검사장의 후임으로 금융·증권범죄 수사의 전초 역할을 하는 서울남부지검을 이끌게 됐다.

- '여의도 저승사자' 등장에 금융가 긴장 

합수단 부활소식에 금융계는 일단락됐던 라임‧옵티머스 펀드사기,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등 전 현직 정권 인사들이 연루 의혹을 받는 금융 사건들이 재수사 대상이 될지 주시하고 있다. 

특히 현 야권 인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에도 ‘봐주기 수사‘가 제기된 라임·옵티머스 펀드 비리 사건의 수사를 다시 손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 사건의 피해자만 1000여명이 넘는데다 지난 정부 시절 합수단 폐지 배경에 추 전 장관이 라임·옵티머스 사건에 청와대 행정관 등 정·관계 인사들이 연루돼 이를 무력화하려는 것은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된 바 있다. 당시 국민의힘은 라임·옵티머스 사건을 '권력형 비리 게이트'로 규정해 특검 도입 등 총공세를 펼쳤다.

이에 따라 합수단에서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재수사할 경우 정치권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루나‧테라 코인 사태 등도 합수단이 조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USD(UST) 폭락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LKB(엘케이비)앤파트너스는 지난 19일 서울남부지검에 권도형 CEO와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이자 소셜커머스 티몬 설립자이기도 한 신현성 씨, 테라폼랩스 법인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LKB는 "권 CEO 등이 루나와 UST를 설계·발행해 투자자들을 유치하면서 알고리즘 설계 오류와 하자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행위, 백서 등을 통해 고지한 것과 달리 루나 발행량을 무제한 확대한 행위가 기망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규 투자자들을 유입시키기 위해 '앵커 프로토콜'을 개설해 지속 불가능한 연이율 19.4%의 이자 수익을 보장하며 수십조 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한 것은 유사수신 행위에 해당한다"고 고소·고발의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루나와 UST는 일주일 사이 총액이 약 450억 달러(57조7천800억 원)가량 증발하는 등 최근 가격이 급락했고, 손실을 본 국내 투자자만 20만 명으로 추산된다.
최근 불거진 금융권 횡령 사고에 대해서도 합수단이 역할을 할지도 주목된다.  

- 합수단 재출범 후 행보에 의심의 눈치리도

일각에서는 합수단 재출범에 대한 의문을 드러내기도 한다. 현 정권 발목을 잡을만한 금융범죄 수사를 축소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합수단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부터 수사하라고 요구 중이다.

김남국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19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금융범죄 대응역량 강화를 위해 부패의 온상이 드러나 폐지됐던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부활한다"며 "합수단이 부패의 저승사자로 거듭날지 여전히 부패의 온상으로 남을지 국민께서 지켜볼 것"이라며 "자본시장의 질서를 무너트리고 많은 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금융, 증권범죄는 건전한 시장 조성을 위해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뉴시스]

그는 특히 "사회적 강자에 대한 엄정수사 시스템 구축이라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의지가 확고하다면, 2년 넘게 지지부진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부터 합수단 수사로 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건희 여사가 시세조정에 가담한 정황이 뚜렷한데도 지금까지 조사 한 번 하지 않고 무혐의 처분하겠다는 것은 이해 불가"라며 "공정과 상식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이니만큼 대통령 배우자의 의혹은 더욱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더욱이 지난 정부에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강조했던 정희도 부장검사가 합수단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니 기대가 크다"며 "말로만 공정, 말로만 사회적 강자에 대한 엄정수사가 아닌 정말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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